고립무원

by 예미니

연말이면 새해맞이 옷 정리를 한다.

2년 동안 입지 않은 옷이 기준이다.

너는 올해도 의류 산업에 꽤나 이바지하였구나.

이젠 환경도 좀 신경 쓰렴.


코로나 유배생활 후에 깨달은 것.

인간관계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2년 동안 연락 안 한 사람이 기준이다.

너는 그동안 인간사회에 꽤나 집착했었구나.

바깥으로 향했던 나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본다.

잊히는 것을 두려워말고

이제 홀로서기도 좀 신경 쓰렴.



꼭 그런 사람이 있다. 여행 갈 때 계획부터 예약까지 척척 준비하고, 모임 날짜 장소 알아서 결정하고, 맛집 리스트 줄줄이 외우고 각종 문화 관련 정보가 빠삭한 사람. 어느 모임에나 이런 사람 한 명 있으면 나머지 멤버들은 감탄과 박수만 쳐주시라.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테니. 나는 그런 역할을 정말 잘 수행하던 사람이었고 나 자신에 대해 참으로 만족하고 살았더랬다. 코로나 1년. 재난문자와 절친이 되어 버린 요즘, 절묘하게도 코로나는 '자립'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다. 사람들 속에서 인정받는 것에 익숙해지면 '거울 자아' 이론에 빠지기 쉽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 정작 그들이 내게 부여한 것도 아닌데 혼자 역할놀이에 심취해있었던 건 아닌지. 혼자 있어도 함께 있어도 불안해하지 않고 공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때까지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그 역할을 잠시 내려놓으려고 한다. 당분간 나의 '자립'에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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