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아 눈치 좀 챙기자! 그대에게는 눈치 센스는 없는 게냐.
난 신랑과 대화코드가 잘 맞는다.
둘의 성격이 다른 면이 많지만
일에 대한 태도, 가치관은 비슷한 면이 많다.
이 점이 서로 너무 잘 알아서 부딪힐 뻔도 한데
다행히도 서로 잘 알기에 이해해 주는 편이다.
예를 들면,
아침에 신랑이 출근을 빨리 하기 위해 아이의 등원을 서두르며 발을 동동 구르는 것,
그것은 자기의 일에 책임을 다 하기 위한
모습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나라도 충분히 조급할 상황이기에 그 모습이 불편하지 않다.
신랑은 밖에서는 정말 말이 없다.
직장, 친구들 모임에서는 물론
자신의 본가 (부모님, 형제들 앞에서도)
지금의 직장에 이직 후
화장실에 있는데 밖에서 자신의 팀 선배들이
“이번에 들어온 김팀원은 말을 할 수 있어?”라고 하더란다.
여기서 포인트는 보통 말이 원래 없어?라고 할 텐데
얼마나 말을 안 했으면, 말을 못 하는 사람이냐고.
신랑이 그 말을 화장실 안에서 들으며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났다고 한다.ㅋㅋ
그런데, 이런 사람이
집에만 오면 그 말 주머니가 터져서
내내 이야기를 한다.
밥 먹으면서는 물론, 설거지를 하는 동안이면 그 옆에 서서 물이나 간식을 먹으면서...
나도 처음에는 성심성의껏 들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제 조금씩
지쳐가면.... 눈치채고 졸리냐고 하고는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난 빨리 치우고 자고 싶지만
지금 이 시간이 저 사람에게는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시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 들어주고 있다.
방학을 하면서,
나는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을 주문해서 신이 나 있는데
영 속도가 안 난다.
나의 방학은 곧,
그에게 내가 여유가 더 허락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인 걸까.ㅋㅋ
내일 출근을 하는 그에게
오늘은 좀 푹 쉬라고 억지로 방문을 닫고
낮잠을 재운다.
여보야, 눈치 좀 챙기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