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화 Aug 01. 2023

남편의 수다

남편아 눈치 좀 챙기자! 그대에게는 눈치 센스는 없는 게냐.

난 신랑과 대화코드가 잘 맞는다.

둘의 성격이 다른 면이 많지만

일에 대한 태도, 가치관은 비슷한 면이 많다.

이 점이 서로 너무 잘 알아서 부딪힐 뻔도 한데

다행히도 서로 잘 알기에 이해해 주는 편이다.




예를 들면,

아침에 신랑이 출근을 빨리 하기 위해 아이의 등원을 서두르며 발을 동동 구르는 것,

그것은 자기의 일에 책임을 다 하기 위한

모습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나라도 충분히 조급할 상황이기에 그 모습이 불편하지 않다.



신랑은 밖에서는 정말 말이 없다.

직장, 친구들 모임에서는 물론

자신의 본가 (부모님, 형제들 앞에서도)



지금의 직장에 이직 후

화장실에 있는데 밖에서 자신의 팀 선배들이

“이번에 들어온 김팀원은 말을 할 수 있어?”라고 하더란다.

여기서 포인트는 보통 말이 원래 없어?라고 할 텐데

얼마나 말을 안 했으면, 말을 못 하는 사람이냐고.

신랑이 그 말을 화장실 안에서 들으며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났다고 한다.ㅋㅋ




그런데, 이런 사람이

집에만 오면 그 말 주머니가 터져서

내내 이야기를 한다.


밥 먹으면서는 물론, 설거지를 하는 동안이면 그 옆에 서서 물이나 간식을 먹으면서...

나도 처음에는 성심성의껏 들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제 조금씩

지쳐가면.... 눈치채고 졸리냐고 하고는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난 빨리 치우고 자고 싶지만

지금 이 시간이 저 사람에게는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시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 들어주고 있다.


방학을 하면서,

나는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을 주문해서 신이 나 있는데

영 속도가 안 난다.

나의 방학은 곧,

그에게 내가 여유가 더 허락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인 걸까.ㅋㅋ


내일 출근을 하는 그에게

오늘은 좀 푹 쉬라고 억지로 방문을 닫고

낮잠을 재운다.


여보야, 눈치 좀 챙기자. 응?





매거진의 이전글 4년 전, 산타를 모시고 오길 참 잘 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