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나라에서, 같은 마음으로
오늘 나는
교사가 아닌 한 사람으로, 학부모가 아닌 한 사람으로,
여자와 여자로, 엄마와 엄마로 한 사람을 만났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우리는 마주 앉자마자
말보다 먼저, 조용한 눈빛과 온기의 언어로 연결되었다.
가장 먼저 나눈 건 웃음이었다.
처음 만나는 낯섦이 무색할 만큼, 그녀가 좋아한다는 가수 임영웅의 노래를 배경 삼아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리듬을 탔다.
소중한 건 언제나 숫자보다 마음이라는 걸 오늘 다시 느꼈다.
한 명이 와도, 진심으로 마주 앉을 수 있다면,
그 자리는 이미 완전한 만남이었다.
‘엄마의 소길’ 그림책을 함께 읽었다.
같은 책장을 넘기며
서로의 눈길을 따라가다
자연스레 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이미지 카드를 고르고,
지금의 나,
잊고 지낸 과거의 나,
그리고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꿈까지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그분이 말했다.
“꿈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순간, 내 마음에
가느다란 금이 하나 스르르 그어졌다.
살아내는 데만도 버거웠을 시간들,
희망을 꺼낼 여유도 없이 지나온 날들이
말없이 전해져 왔다.
그럼에도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꿈을 향한 첫 발걸음은 시작된 것이라고.
그림책 속 장면 하나가 우리를 웃게 했고,
이미지 카드 한 장이 잠든 기억을 불러냈다.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의 가지를 뻗으며
손끝으로 색을 채워갔다.
조용한 손놀림 속에서도
말보다 더 많은 마음이 오갔다.
빛나는 곳보다,
돌봄이 필요한 자리로 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주어지는 일보다, 먼저 찾아가는 일을 선택하는 마음을 내 삶의 방향으로 삼고 싶었다.
오늘은 그 시작이었다.
한 사람과 진심을 나누는 이 시간이, 수많은 군중 속의 외로움보다 훨씬 더 깊고 따뜻했다.
우리는 앞으로 서로의 자리에서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갈 것이다.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어떤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될지 모르지만,
오늘 이 시작은 오래도록 나의 마음을 밝혀줄 것이다.
말이 서툴러도,
시간이 달라도,
사는 곳이 달라도,
엄마로서의 마음은,
여자로서의 진심은,
같은 언어로 통한다는 것을.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위해 준비한 자리에서
스스로를 다시 일으키고,
또 하나의 비빌 언덕을 조용히 쌓아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