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면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작은 의식을 하나 만든다. 거창한 것은 아니다.
그저 책 한 권을 함께 펼치는 일이다. 바로 『우리는 안녕』(박준 글, 난다 출판) 이라는 책이다.
처음 교실에서 그 책을 꺼내 들면 아이들은 아직 서로의 이름도 완전히 익숙하지 않은 얼굴로 조용히 앉아 있다. 새로운 교실,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선생님. 설렘과 낯섦이 뒤섞인 공기가 교실에 흐른다. 그때 우리는 책 속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깊은 말을 만난다.
“안녕.”
아이들과 함께 책장을 넘기며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오가는 그 말의 마음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아침에 만날 때의 안녕,
잠깐 헤어질 때의 안녕,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는 안녕.
아이들에게 묻는다.
“안녕이라는 말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을까?”
어떤 아이는 말한다.
“보고 싶었다는 마음이요.”
또 어떤 아이는 말한다.
“잘 지냈냐고 물어보는 거요.”
어떤 아이는 조금 생각하다가 말한다.
“앞으로도 잘 지내자는 말 같아요.”
아이들의 대답을 듣고 있으면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짧은 인사 속에 얼마나 많은 마음이 들어 있는지. 반가움, 걱정, 다정함, 그리고 서로의 평안을 바라는 마음까지.
그래서 우리는 그날 하루 동안 ‘안녕’을 많이 주고받아 본다.
“아침 안녕.”
“복도에서 만난 안녕.”
“쉬는 시간의 안녕.”
“집에 갈 때의 안녕.”
그렇게 말을 건네다 보면 교실의 공기가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처음에는 조심스럽던 아이들의 목소리도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낯설던 얼굴들이 조금씩 서로에게 익숙해진다. 짧은 인사 하나가 교실 사이사이를 이어 주는 작은 다리가 되는 순간이다.
생각해 보면 ‘안녕’이라는 말은 참 신기하다.
만남의 말이기도 하고, 헤어짐의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두 순간을 가만히 이어 보면 결국 같은 마음으로 닿아 있다.
“네가 평안하길 바란다.”
“오늘도 무사하길 바란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새 학기마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는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규칙을 정하기 전에, 서로에게 먼저 건네야 할 마음을 배우기 위해서다.
올 한 해도 우리는 수없이 많은 ‘안녕’을 주고받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중에는 기쁜 안녕도 있고, 서운한 안녕도 있고, 조금은 아쉬운 안녕도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그 모든 안녕 속에는 서로의 평안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
새 학기의 시작에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말한다.
“안녕.”
그리고 마음속으로 한 번 더 덧붙인다.
올 한 해도,
우리 서로의 안녕을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