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친구에게 편지를 쓰다.

뜬금없이 고전을 권하는 친구 엄마

by 소화

일요일 오후

낯선 번호로 메시지가 왔다.


메시지는 아들의 같은 반 친구 어머니.

부탁할 게 있으시다는 말씀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장난꾸러기 아들을 둔 덕에

같은 반 친구 어머니들께 연락이 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혹시, 우리 아들이 장난이 심해서 불편하게 했나?’


이어지는 문자메시지를 보니

다행스럽게 아들의 장난 때문에 온 불편함은 아니었다.


내용인즉,

같은 반 친구가 읽고 싶은 책을

우리 아들이 읽고 있었단다.

그래서 빌려 보고 싶은데

처음이라 말하기가 어려우니

엄마가 대신 이야기 해주면 안 되겠냐는

연락이었다.


(우리 아들이 교실에서 책도 읽는구나^^)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부탁을 하는

1학년 이라니.

메시지를 보며 엄마에게 이야기할

귀엽고 야무진 그 여자친구의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지었다.


가방도 아니고 옷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책을 빌려달라는데

안될 것이 무엇이며

읽던 책이라도, 아니 구해서라도 빌려 줘야지.

그래야 하고 말고.


아들에게도 이야기하니, 좋아한다.

지난주에도 그 친구가 자기에게 책을 빌려줘서 재미있게 봤다고 하며 빌려주고 싶다고 한다.


아이가 잠든 밤.

나는 버찌책방에서 구입한 엽서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도서관에서도 빌릴 수 있고,

구입해 줄수도 있는데

친구에게 책을 빌리고 싶던 아이의 귀여운 마음에

사랑스러운 친구에게 갑자기

동화 ’ 토지‘를 권해주고 싶었다.

빌려달라고 한 적도 없는 책을 전하며

엄마의 마음을 몇 글자 담아 전했다.


oo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 사실 지금 이해하기에는 어렵고 재미없을 수도 있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도서관에서 ‘토지’라는 이름을 발견하면 한 번 꼭 읽어보렴.

승후와 좋은 책 함께 읽는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고,

네가 책을 사랑하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길 응원할게


나는 왜 갑자기 ‘토지’를 권하고 싶었을까?

좋은 책이라는 것도

그저 내 기준일 수 있는데 말이다.


요즘 아이와 고전을 읽어보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

심오한 고전은 아니더라도

최근 ‘한밤 중 톰의 정원에서를’를 아이와 읽었고

분도 우화집을 구입하여 함께 읽고 있다.

‘토지’도 내 기준에서는 고전이라 할 수 있다.

동화에는 좀 아쉽지만

적어도 전집에서는 그 어휘와 정서, 인물의 서사는

손꼽힌다 생각된다.

고전을 읽는 것이 좋다고 하기에 시작하였고,

내가 읽을 책이 동화로 나온 것,

아이들이 읽기 편한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고전을 왜 읽으려고 하는지

책을 통해 배운 지식 외에

한 번 꾸준히 읽어보며

고전 읽기가 왜 필요하고

그것이 나와 아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고전 읽기, 그것을 내 아이뿐 아니라

아이 친구와도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이 오지랖 넓고 주책맞은 아줌마가

아이에게 괜한 부담을 주는 걸 수도 있을 텐데

나는 그래도 아들 편에 이 편지와

빌려달라고 하지 않은 토지 책을 들려 보냈다.


책을 빌려달라는 그 마음이 예쁘고 귀해서

서로 빌리고 빌리며 책을 읽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


생각만 해도 낭만이다.

동화책과 옛 고전을 빌려주고 빌려보는

1학년의 세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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