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앞에 앉아 여행의 목적지를 정하기 위해
세계를 몇 바퀴 돌았다.
오세아니아, 남미,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다시 아시아.
또다시 유럽.
한 세 달쯤은 돌고 돌아온 듯 피로감이 몰려온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정말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였을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이끄는 곳은 어디일까?
골목이 있어야 한다.
아이와 손 잡고 골목을 걷다가
예쁜 소품 상점이 나오면 들어가 보고
또다시 옆가게에 들어가 구경을 하고
마음에 드는 소품이 있으면
하나씩 구입할 수 있는 그런 예쁜 골목이 있었으면 한다.
놀이터도 있었으면 좋겠다.
낯선 거리를 걷다가 놀이터가 보이면
모든 것이 해제되어 달려가는 아이의
깡충 뛰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볼 수 있도록
놀이터도 있었으면 좋겠다.
커피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
없다고 상상하는 문장을 쓰는 것도
안될 정도로 커피는 무조건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
괜찮은 서점이나 도서관은 꼭 있어야 한다.
세련된 서점이 아닌
오랜 시간 지역에서 머물러 온 서점이면 좋겠다.
특히 이 점은 여행지를 선택할 때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꽃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너무 추운 곳은 안 되겠구나.
어딜 가도 다 있을법한 것들이지만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 이유들이 모여
정말 특별한 여행지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2020년 2월,
복직을 앞두고 떠났던 여행지 스페인.
그곳에서 발령 소식을 들었었다.
3년의 긴 휴직뒤의 복직은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고
오랜만에 출근이 설렘보다는
두렵게 다가왔다.
때마침 터진 코로나.
한국에서 프라하로 향하던 1월 즈음 시작되었던 코로나가 우리나라에도 10명, 20 명을 넘어가던 시기.
돌아온다는 것이 바이러스 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아 무서운 마음이었다.
마드리드에서 들리던 마켓의 주인이
돌아가는 나에게
한국의 코로나를 걱정하며 조심하라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한 달 뒤, 스페인은 폐쇄가 될 정도로 더 심각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겪어야 했다.)
그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고통과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만 접했다.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복직과 코로나로 도망치듯 떠나온
그 마지막 장소 마드리드.
그곳의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하고 그리웠는지 모른다.
마음이 이끄는 곳은
다시 또 그곳이다.
스페인과,
그와 마주하고 있는 나라 포르투갈.
두고 온 이야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