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만났다.
힘들게 날아왔다.
공항까지 3시간, 비행 14시간 후 암스테르담에서 3시간 환승. 그리고 다시 2시간 30분을 날았다.
암스테르담에서의 경유에서 한번 긴장을 하고, 겨우 한숨을 내쉬었고
다시 포르투에 도착해서도 마음이 콩닥콩닥.
'입국이 허락되려나?'
'그럼, 어제 대사관에 전화까지 했으니 될 거야.'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불안하다.
화요일 아침 출발을 앞두고, 일요일 저녁 사전 체크인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자, 내 것도 완료. 아이것도 완료. 이제 엄마 걸 해볼까? 우리 엄마 여행도 많이 했네. 입국 도장이 쾅쾅 찍힌 엄마의 여권은 정겨웠다.
"여권 번호가 뭐였더라~ 엄마는 전자여권이 아니구나."
" 자, 다음은 여권 만료일. 여권 만료일.. 24년. 6월..."
지금이 24년. 여권 만료일도 24년
지금은 1월, 우리가 들어오는 달은 2월.
그런데 엄마의 만료일이 6월이니 가까스로 5개월 정도 남은 것이다.
여권 만료 기간이 6개월 미만이다 보니 엄마의 항공권은 사전체크인도 되지 않았다.
'항공사의 확인이 필요합니다.'라는 문구만 뜰뿐.
급하게 검색을 시작했다.
6개월 미만 여권 만료일이 남았을 경우.
검색 사이트에는 이미 많은 경험치가 기록되어 이야기되고 있었다.
입국이 거절되었다는 글도, 괜찮았다는 글도
지금 이 순간은 모두 하나의 경험담일 뿐
내 심장이 거세게 뛴다.
당장 내일모레인데 나는 왜 엄마의 여권 만료 기간을 생각도 못한 걸까?
나는 이 만료기간 6개월 미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결혼 후 신랑과 하와이에 갔을 때 신랑의 면허증 유효기간이 6개월 미만이었다.
우리나라라고 하면 그 정도는 괜찮겠지 생각했었는데
그들은 우리에게 그런 자비를 베풀지 않았고
그 운전대는 내가 잡아야 했다. 나는 낯선 하와이 땅에서 10일 내내 운전을 해야 하는 신세였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내가 6개월 미만 유효기간에 냉정해질 만도 하다.
당장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었지만 삐질 삐질 나는 땀 사이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밤 11시를 지나는 상황.
내일 오전이 되면 항공사에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잠자리에 누웠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외교부에서 여권 만료 기간과 관련해 정리해 놓은 파일을 찾아보니
우리가 경유할 암스테르담과 포르투갈 모두 3개월의 기간만 남아있으면 가능하다고 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월요일 아침 9시가 되기를 기다린다.
통상 근무 시작이 9시라 생각하였기에 8시 40분부터는 1분, 1분 시계만 바라보았다.
항공사에 먼저 전화했다.
"발권은 가능하지만, 입국 허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일단은 발권 가능하다고 하니 한숨 덜어 놓고
더 확실히 하기 위해 대사관으로 전화를 걸었다.
대사관이라니, 내가 살면서 대사관에 전화할 일이 생기네?
네덜란드 대사관에 먼저, 긍정적 대답을 듣고
포르투갈 대사관에서도 괜찮다는 이야길 듣는다.
두 번, 세 번 재차 확인했다.
"정말이죠? 정말 괜챃은거죠?"
휴... 포르투갈 한 번 가기 정말 어렵네.
모두가 괜찮다고 했지만 뭔지 모를 내 마음의 불안이 가시질 않았다.
여행 다니며 전날 대사관에 입국 가능 여부까지 묻기는 또 처음이다.
그렇게 도착한 포르투갈이다.
"네게 오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았어. 나 정말 너를 마음껏 안아주고 갈게. 너도 날 좀 봐줘."
봐달라는 표현에는 많은 것이 담겼다.
나에게 친절을 좀 베풀어 주길.
길도 잘 찾고, 기차표도 잘 사고, 숙소의 컨디션도 괜찮고, 나의 짧은 영어에도 친절히 답해주길...
간절한 바람을 담았다.
이런 것은 어디에 전화해서 미리 사전 양해를 구할 수 없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