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암스테르담. 14시간 비행을 마쳤는데 2시간을 더 가야 한다.
비행기 탑승 후 7시간이 지났고 앞으로도 딱 이만큼 7시간이 남았다.
정확히 말하면 7시간 뒤 비행기에서 내린 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3시간을 더 기다리고 2시간 30분을 더 가야 한다.
“세상에, 눈이 엄청 왔어. 길 미끄러울 거 같아 조금 빨리 출발하자.”
오늘 새벽 신랑의 말에 마음이 급해졌다.
5시 21분 공항버스를 타러 가야 하는 길. 평소 같으면 집에서 15분 전에 출발해도 될 듯한 거리이지만 밤새 쌓인 눈에 마음이 급해졌다.
깊게 잠이 든 아이는 눈을 뜨지 못한다.
“이제 정말 늦었어. 엄마 혼자 가?”
아이는 눈을 뜨지 못하고 이불속에서 겨우 나와 정신은 아직도 이불속에 두고 뒹굴 뒹굴 굴러서 몸만 화장실에 도착해 있다.
엄마 아빠의 분주함을 눈치챘는지
어느새 보니 양치하고 화장실 급한 볼일을 본다.
신랑과 함께 달려들어 아이의 옷을 함께 입히고 보쌈하듯 차에 싣고 집을 나섰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제설을 해주시는 감사한 분들 덕에 도로는 깨끗하다.
올해 들어 가장 춥다고 하는 아침. 누군가의 갈 길을 비춰주느라 본인은 가지 않은 길을
닦고 닦는다.
그 덕에 오늘을 무사히 걷고 있다.
신랑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 걱정 말라는 안부를 나눈 뒤 버스에 앉자마자 피곤이 밀려온다.
6시 30분까지는 잠이 들 수 없다.
천안에서 엄마가 타고 올 버스 시간이 6시 30분, 천안도 분명 눈이 많을 텐데
새벽길을 운전하고 엄마를 배웅하실 아빠도, 혼자 버스를 타고 오실 엄마도 걱정이 된다.
무사히 버스 출발 시간 이전에 터미널에 도착했고 버스에 탔다는 연락을 받은 뒤에서야 잠이 온다.
적당히 도착했다.
사람도 많지 않았고, 탑승 수속도 빠르게 진행되어 따뜻한 국밥을 먹을 시간이 있었고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게끔 아주 적당한 시간에 탑승 수속을 시작했다.
일어난 지 7시간 만에 비행기를 탔다.
이제 이 비행기는 14시간을 날아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나와 엄마는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자다 깨면 밥을 주고, 또다시 커피를 주고
움직이지는 않는데 계속 먹이고 먹인다.
고기도 먹던 사람이 잘 먹는다고,
TV를 즐겨 보지 않던 엄마와 나는 이것저것 눌러보고 잠깐 보다가 다시 돌리고를 반복.
평소 집에서는 TV를 볼 수 없는 아이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 7시간째 잠을 자지 않고 영화를 보고 있다.
아마도 탑재된 모든 어린이 프로그램을 다 볼 때면 도착하려나?
나의 여행 제안에 어쩔 수 없이 이끌려 온 엄마와 아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밀려오는 시간이다.
‘그냥 가까운 일본이나 가자고 할 걸 그랬나. 오래 앉아 있기 힘든 엄마와 아이를 고려하지 않고 너무 내 취향대로 여행지를 선택한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다.’
처음부터 누굴 위한 여행이었는지 생각해 보니 오로지 나다.
가고 싶은 곳을 안 가면 안 되는 나는, ‘포르투칼’ 이라는 나라에 꼭 가야겠다 생각했고, 늘 나와한 팀인 아이의 취향은 고려하지 않았다. 나의 삶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많은 부분을 아이를 위해 맞추고 양보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 여행은 전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내가 널 위해 비행기 값도 내주고 짐도 들어주고 하니 이 정도면 괜찮은 여행 아니겠니?
엄마는 다 큰 딸이지만 아이와 둘이 멀리 간다는 것이 걱정되니 또 따라 나셨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이루려는 엄마, 딸의 무모한 도전을 언제나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엄마의 마음이 모아진 시간이다.
지난 1년, 내가 이렇게 오랜 시간 한 자리에 머문 적이 또 있었던가? 늘 분 단위로 나누어 살던 내가 비행기라는 공간의 제약에 묶여 1년 동안 앉아서 부릴 여유를 다 부리고 있는 듯하다.
에피소드는 출발 전 이미 몇 가지 이야기를 만들었다.
엄마의 여권 만료기간이 임박해서 대사관까지 전화를 해야 했고,
입국 전 ATM기기에 입금을 했는데 기계가 멈추어 버려 비상벨을 누르고, 난리 법석 이후
기계를 뜯어 엉켜버린 돈을 꺼내었다. 기계가 멈추어 선 순간 내 머릿속도 엉켜버리는 듯했다.
에피소드보다는 추억이 많은 여행이었으면 좋겠다.
두고두고 꺼내어 볼 이야기들,
무엇보다 엄마와 아이가 고생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꺼이 나의 시간에 함께 해주는 두 사람에게도 이 여행이 편안함으로 기억되길.
7시간 30분이 지난 지금
처음으로 아이가 하품한다.
아이야 한숨 자렴. 아직도 6시간이나 더 남았단다.
결국 아이는 14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1분도 잠을 자지 않았다.
환승을 위해 내린 공항
순수함을 가득 장착한 어린이들에게만 보이는 아주 큰 미끄럼틀이 아이의 눈에 제일 먼저 띈다.
다다다다다다다.
미끄럼틀을 본 아이는 달려간다. 아이답다.
그래서 좋다.
아무렴
포르투칼, 너 정말 멀긴 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