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옹알이를 기다리던 시간,
첫 말. "엄마"라고 부르던 그날이 선명하다.
두 단어를 연결하고
처음으로 문장을 완성해서 이야기했던 말은 낮잠을 함께 자다 먼저 일어나서 뒹굴 뒹굴하다
그래도 옆에서 잠든 나를 두드리며 "엄마 밖에 가자."
그 소리에 놀라
"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한번 말해봐"
"엄마 밖에 가자"
완벽한 문장이었다.
그 소리에 놀라 낮잠을 자던, 아니 자던 척 하던 이불을 걷어차고 나와
아이와 함께 거실로 나갔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제는 엄마 말을 따라 해 보라고 하지 않아도 혼자 재잘재잘 이야기를 잘하게 난 뒤에도
아이의 말은 여전히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고, 오로지 나라는 독자만을 위한 이야기.
아이의 말은 늘 그렇다.
너무 귀해서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늘 여행의 시작도 아이의 말들이 흥을 돋운다.
# 같이 가줄거지?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나선 길, 아빠가 운전하는 차에 앉아 아이가 묻는다.
“나는 몇 살이 되면 운전할 수 있어?”
“스무 살이면 할 수는 있지.”
“나 혼자 가야 해? 자동차 사러 나 혼자 가야 돼? 나 혼자 못가. 같이 가 줄거지?”
신랑과 나는 한참을 소리 내어 웃었다.
“돈을 마련해서 자동차를 살 수 있는 게 걱정이 아니라 혼자 가야 하는 게 걱정이야.”
“응 난 혼자서는 못 가.”
아이는 자동차를 사는데 돈 걱정보다 혼자 물건을 사러 가는 게 걱정이다.
그 걱정의 포인트가 어른인 우리와 너무 달라 재미있고 귀엽다.
하지만 알고 있지. 시간이 지나고 네가 성장하면서 혼자 물건을 사러 가야 하는 걱정보다
그것의 값을 치르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고민을 하는 시간들이 더 많아질 거라는 걸.
그 시간이 어른의 무게가 더 해 지는 시간이라는 것을 말이야.
엄마 아빠도 네가 원할 때까지 함께 하고 싶단다.
아니, 어쩌면 네가 혼자서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시간이 와도 더 함께 하고 싶은 것은 엄마 아빠 일거야.
#짐이 제일 적은 사람을 찾아라!
“엄마, 할머니는 언제 와?”
“글쎄 네가 한번 찾아봐. 한 30분 뒤에 도착하실 거야.”
“알겠어. 할머니를 어떻게 찾지?”
“할머니처럼 생긴 분이 있나 봐”
“아 알겠다. 여기에서 짐이 제일 적은 사람이 할머니지?”
“하하하하하.” 할머니의 특징을 제대로 잡았네.
맞아 할머니는 어딜 가든 옷 한 벌, 갈아입을 속옷과 양말만 준비해 떠나시는 분이지.
반면 엄마의 가방은 어때? 캐리어 두 개가 가득 차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고.
그런데 도착한 할머니의 가방이 평소보다는 좀 크다.
멀리 여행을 가는 탓일까?
그럴 리가 없지. 가방 가득, 손주 굶을 까봐 쌀과 김, 양념까지 싸 오신 할머니의 가방
그 사랑이 가득 차 오늘은 평소보다 할머니의 가방이 조금 크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너의 안목대로 이 공항에서 짐이 제일 적은 사람, 아니 없는 사람은 할머니구나.
# 원개 플리즈.
“플리스, 포테이토칩 원개, 커피 원개, 햄버거 원개.”
어제 아이가 보던 책에서 포르투갈 어가 나왔다. 운명?!
“따봉”을 포르투갈 말로 “이스따 따봉.”이라고 한데.
신이 나서 아빠에게 설명한다.
"너 영어 배웠으니까 거기에선 네가 음식 주문도 하고 할머니 맛있는 것도 사드려야 하는데 할 수 있어?"
"그럼 할 수 있지 " 큰소리치고는 제법 진지하게 말한다.
"플리즈, 여기 포테이토칩 원개, 엄마는 커피 좋아하니까 커피 원개, 할머니는 햄버거 원래. "
푸하하하.
"원개는 뭐야? "
"왜 맞잖아. 한 개 시키는 거니까 원개"
여행의 시작부터 아이의 말이 꽉 채워준다.
여행에서 시작될 이야기가 아이의 말만큼 재미있고 설렐까?
알 수 없는 혼돈의 말이 오고 갈 여행지에서는
아이의 말이 더 또렷이 들리겠지?
나를 위한 시간이지만, 아이와 마음과 눈을 맞추고 아이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되길.
아이가 하는 예쁘고 재미있는 말들을 더 기록해 둘 수 있는 여정과 내 마음의 공간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