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때? 여기가 포르투야.

by 소화

시차적응은 실패.


엄마는 밤새 핸드폰에 '포르투칼', '포르투'라고 검색을 하셨나 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묻지 마 여행의 목적지의 시작과 끝, 모든 선택이 나에게 있었기에

엄마는 그저 대사관을 통해

"입국이 가능할 거예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애매한 대답을 듣고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서 얼마를 지낼지도 모르는 체 함께한 여행이었다.


20여 시간을 날아, 우리가 지낼 곳에 들어와서야 마음을 놓으시고는

한국과의 시차 9시간.

잠이 오지 않는 밤. 갑자기 끌려오다시피 도착한 이 낯선 땅에 검색을 시작하셨을 것이다.


"엄마, 그러니까 포르투갈에서 우리가 꼭 봐야 할 것은 이런 거야... 그리고 포르투갈은 세 가지를 빼놓을 수 없어. 그 첫 번째는 가톨릭 신앙, 아줄레주, 그리고 파두. 알겠지? 그걸 기억해 둬."

"그래"

"그리고 여기 여행 오는 사람들은 이런 물건들을 많이 사간다고 하니까 엄마도 한번 봐바. 내일 다시 올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 순간 보이면 사야 해 알겠지? 우리는 포르투에도 있지만 계속 근교로 많이 나갈 거거든.

"그래."


엄마의 대답은 "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딸에게 맡긴 대답이었다.


늦은 시간이지만 주섬 주섬 가방을 풀었다.

"엄마!!!!!" 세상에

엄마와 내가 준비해 온 음식이 똑같다.

조미김도 아닌 곱창김 한 톳. 그리고 엄마의 양념간장.

KakaoTalk_20240209_001320624.jpg 엄마와 내가 준비해 온 김 한 톳씩

이른 새벽에 눈을 떴다.

나 역시도 아이와 엄마를 내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무게에 쉽게 잠을 들지 못하고 돌아봐야 할 곳

주의해야 할 것들을 검색하고 기록하고, 다시 검색하며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그리고 마주하 아침.


나의 옷차림을 보고는 엄마가 말씀하신다.

(사실, 여행 와서 이게 무슨 차림이냐고 하실 줄 알았다."

"어머, 예쁘다."

여행 떠나기 전날, 신랑이 사준 겉옷과 내가 좋아하던 스커트를 입었다.

여행지에서 사진에 예쁘게 담기기 위한 나의 생각이었는데 엄마가 예쁘다고 하니

이제는 누가 뭐라 하든 두려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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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의 스타일리스트이니까.

기분 좋은 출발이다.


골목골목을 누비며 포르투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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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빨래를 걱정하고,

계단을 오르고 내릴 이름 모를 그들의 무릎을 걱정한다.


출발에 앞서 이야기했던 포르투의 가톨릭 신앙과, 아줄레주, 파두는 이미 먼 이야기다.


골목을 누비며 포르투를 만났다.


"엄마, 어때? 여기가 포르투야. 이 예쁜 골목에 나의 집과 이웃집에 빨랫줄을 길게 늘어트려 걸고

시간이 사람들 통행이 많은 시간이건 적던 고려하지 않고, 빨래를 걸 수 있는 곳.

그마저도 하나의 작품이 되고 그림이 되는 곳. 바로 이곳이야 엄마."


아주 멋진 상 벤토 역의 아줄레주와 렐루 서점과 같은 이름 있는 곳의 멋짐도 있었지만

우리에게 더 머문 것은 이 골목과 빨래들.


바로 사람 사는 이야기.


"엄마, 어때? 바로 이곳이 포르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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