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칼에서 쑥떡 먹어봤나요?

한국에서보다 엄마밥을 더 잘 먹던 날들

by 소화

"엄마, 짐은 뭘 갖고 왔어? 생각보다 많네?"


엄마의 가방이 봉인해제 되는 순간, 배를 잡고 웃었다.

"엄마, 엄마 잠깐 기다려봐."


엄마도 곱창 김 한 톳, 나도 곱창 김 한 톳.

서로가 챙겨 온 것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서로의 짐을 늘리지 않기 위해, 떠나기 전 내가 무엇을 준비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엄마는 당연히 조미김일거라 생각하셨단다.

"엄마, 나 이제 곱창 김 좋아하는 나이야. 이게 얼마나 맛있다고."


그렇게 우리는 김부자가 되었다.

KakaoTalk_20240209_001320624.jpg

그러고 보니 스쳐가는 그림이 있다.

지난가을 엄마와 이모와 함께 여행을 했다.

차에 타자마자 서로 준비해온 간식을 푸는데

응? 셋다 고구마? 고구마네 고구마! 그날 이후 나는 고구마만 보면 그때의 시간이 떠오른다.

(올 가을에도 우리 이모 마음이 한가해지시면 또 함께 떠나야지)

KakaoTalk_20240213_195238819.jpg 지난가을 엄마와 이모와 함께 한 여행에서 여자 셋이 준비해 온 간식이 모두 고구마.


여행지의 숙소를 고를 때 나는 두 가지 잊지 않고 체크하는 것이 있다.

안전은 무론이며

시설 중에는 취사가 가능한 곳,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

유럽에는 아직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서 언젠가 4층까지 무거운 캐리어를 나르나라 고생한 적이 있다.

그 이후는 필수의 선택이다.


3박 정도의 여행은 모두 끼니를 외식으로 해결해도 좋지만

그 이상 시간이 길어질 경우네는 취시가 가능한 곳을 선택한다.

반찬이 없어도, 고추장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뚝딱 할 수 있는데

어쩐지 식당에서 사 먹을 때보다 이런 밥상이 더 힘을 돋울 때가 있다.


여행 가서 굳이 왜 밥을 해 먹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하루하루 잘 먹고 힘을 내는 것도 컨디션 관리에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기에 잊지 않는다.


포르투갈 여행을 준비하며 물론 음식에 관해서도 알아보았다.

그 나라의 음식을 먹어 보는 것도 여행의 일부이다.

하지만 대구, 문어, 해물밥 요리가 주력한 추천 메뉴였고

에그타르트가 포르투칼에서 시작되었다며 추천하는 글들이 많았다.

유명하다는 곳을 저장해 두고, 한 두 곳은 미리 예약도 해 두었다.

그런데 왜 이곳이 별 다섯 개이고, 굳이 예약을 했을까 싶은 곳들이 많아

그 뒤로는 그냥 걷다가 보이는 곳을 들어가는 날이 많았고

오히려 그 선택이 옳았다.


하지만 돌아와서도 생각나는 것은 포르투칼의 유명한 특산품 요리가 아닌

바로 엄마와 함께 만들어 먹던 식탁의 모습이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집밥을 더 제대로 먹는 날들이었다.


우선 엄마는 쌀과 콩을 싸 오셨다. 스페인 쌀이 좀 흩날리다 보니 우리나라의 찰진 쌀을 갖고 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콩을 갖고 오실 줄은 생각도 못했다.

거기에 양념간장과 오이지, 무말랭이. 환상이다 정말.

역시 엄마는 엄마, 양념간장 없이 김만 덜렁 갖고 온 나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중 최고는 쑥떡이었다. 꽁꽁 언 쑥떡이 소분된 덩어리.

"엄마, 대체 이 쑥떡은 뭐야?"

"우리 승후가 쑥떡 좋아하잖아. 이거 낮에 나갈 때 쪄서 갖고 가봐라 기가 막히지."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엄마."


그런데, 엄마 말이 맞았다. 정말 기가 막혔다.

이 쑥떡은 엄마가 직접 성거산 성지 높은 산에서 뜯은 쑥으로 만든 쑥떡이다.

나도 승후도 이 쑥떡을 제일 좋아해서 해마다 엄마가 많은 양을 해서 주신다.

이 쑥떡을 포르투갈에서 먹게 될 줄이야.


"엄마, 그래도 무겁게 왜 갖고 왔어."

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내심 반가웠다.


그리고 매일 1일 1 에그타르트를 먹을수록 생각나는 쑥떡.

"엄마, 더 없지? 이제 좀 아끼자."


브라가로 소풍 가던 날, 호카곶으로 소풍 가던 날 챙겨나간 쑥떡과 커피 한잔은 잊지 못한다.

KakaoTalk_20240213_195132761_01.jpg
KakaoTalk_20240213_195132761_16.jpg

소고기와 해산물 가격이 저렴한 포르투칼

시장에서 이틀에 한 번씩 장을 봐와 저녁은 소고기와 연어 파티였다.

아이도 이곳에서 연어 맛을 알게 되어 한국에 돌아와서도 연어를 찾는다.

그러기엔 이곳에서는 너무 비싸구나.

KakaoTalk_20240213_195132761_08.jpg
KakaoTalk_20240213_195132761_07.jpg

신선한 야채와 과일도 저렴해서 우리의 식탁에 매일 올라왔다.

쑥떡과 콩가루까지 준비해 온 엄마덕에 우리는 콩가루 묻힌 쑥떡을 먹었다.

KakaoTalk_20240213_195132761_11.jpg
KakaoTalk_20240213_195132761_10.jpg

엄마가 준비해 온 먹거리와, 내가 만든 샐러드로 먹던 아침

KakaoTalk_20240213_195132761_14.jpg
KakaoTalk_20240213_195132761_13.jpg
KakaoTalk_20240127_053327693_19.jpg
KakaoTalk_20240127_053327693_18.jpg

하지만 에그타르트도 잊지 않고 매일 먹었다.

KakaoTalk_20240213_195132761_12.jpg
KakaoTalk_20240127_230606836_03.jpg
KakaoTalk_20240213_195132761.jpg
KakaoTalk_20240213_195132761_02.jpg

해산물이 풍성하게 들어간 파스타도 일품이었다.


먹고 치우는 것도 아까운데 여행에서 음식을 해 먹는 것이 고생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곳의 시장을 둘러보고,

그날 먹은 음식들을 함께 장보고,

엄마와 나란히 서서 하나씩 맡아 요리를 하고.


어떤 날은 피곤해서 코 골고 주무시는 엄마가 깰까 싶어

살금살금 주방을 누비며 내 식대로 저녁을 준비하고,


아침 일찍 일어난 엄마가 딸이 깰세라

조심조심 밥을 하시던 그 달그락거리던 소리.


결혼 후, 각자의 살림으로 나뉘어 살아가며 그리웠던 소리와 시간 모습이었다.


함께 나눈 그 밥심으로

우리는 이주일의 시간을 내내 날아다녔을 것이다.


채우는 시간.

새로운 음식, 문화로 채우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그리웠던 장면으로 채우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래서 내가 엄마와 멀리 여행 가는 것을 즐긴다.


매거진의 이전글엄마, 어때? 여기가 포르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