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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Feb 18. 2024

함께하지 않을 선택

사우나를 매일 가는 법을 만들 순 없을까?

성인 둘, 아이 하나.


단출하게 셋이 지내는데도 마음을 맞추려면 3번 배려와 공감을 해야 한다.

신랑, 아이, 내 마음을 돌아보는 것까지 세 번.

그 세 번이 완전하게 맞기는 어렵기에 적당히 내 마음은 넣어놓고 지내야 할 때가 많다.


가족의 일과 또한 이 셋이 마음을 맞추어 가는 일이기에 무조건적인 이해를 요구하기보다는

적당한 배려와 공감이 있어야지만 원활하게 운영되는 곳이다.

어찌 보면 직장보다도 더 많은 감정을 선택해야 하고, 처리해야 할지도 모르는 곳이다.

하기 싫어도 같이 해 줘야 하는 일이 있고,

내가 아닌 다른 두 명의 사람들도 역시나 싫어도 나에게 맞춰줘야 하는 많은 선택들이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내가 배제되는 일, 너무나 합리적으로 함께하지 않음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사우나'이다.


두 남자와 내가 같이 갈 수 없는 곳, 남탕

나는 그곳을 찬양한다.


온천에 몸을 지지는 것(이 표현이 딱이다.)을 좋아하는 신랑은 사우나를 즐긴다.

그 덕에 아이도 아빠와 사우나에 가는 것을 놀이터로 향하는 발걸음만큼이나 가볍게 여긴다.

휴일에 이 사우나에 가는 것이 일주일의 피로를 풀고 다가올 일주일을 맞이할 루틴으로 생각하는 신랑의 이 일과는 정말 고마운 일이다.

함께이지 않아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기에, 나는 이 시간을 충분히 즐기면 된다.


오늘도 그 즐김이 주어졌다.

게다가 오늘은 사우나 후, 아이와 둘이 과학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온다고 프로그램 두 개를 예약해 두었다니 나에게는 5시간 정도의 혼자 있음이 주어졌다.

'커피숍에 가서 책을 읽을까?', '쇼핑을 갈까?' 고민하다

내가 선택한 것은,  이 집을 혼자 누려보는 것이다.


평소와 다르게 빈 둥 빈 둥 거리며

이불 속에 들어가 누워서 책 보기. 그러다가 잠들면 한숨자기.

커피와 우리 집 식구들 중 나만 좋아해서 늘 포기하는 당근 케이크를 한 조각 배달 시켜서 혼자 다 먹어보기.

너무 많은 일을 목록에 넣어두면 그것들을 다하지 못했을 때 두 사람이 돌아오면

억울한 마음이 들 것 같아 딱 두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벌써 3시간이 지났다.

겨우 커피와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고,

읽던 책 '하필이면 책이 좋아서'를 마지막장까지 읽고 블로그에 기록해 두었는데

시간이 다 갔다.

이제 두 시간이 남았다.

이 시간은 이 집을 혼자 충분히 누려야지.


이불속으로 들어가자.

오후 세시 잠깐 잠들어도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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