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착착.
방금 전화 통화를 끝낸 휴대폰에서 엄마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고 걸음을 걸으시는 엄마의 발소리가 들린다.
종료- 버튼을 누르려다 엄마의 목소리를 가만 들어본다.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따님을 잘 두셨네요. 요즘 그런 딸 없어요. 다 자기 필요할때만 아이 봐달라고 하고 그러지."
내 이야기가 들려온다. 더 귀기울여 들어본다.
아마도 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엄마는 뭐라고 답하실까? 내 자랑을 하시려나? 아니면 함께 가서 힘드셨단 이야기를 하시려나?'
"그러게요. 그런데 우리 딸이 결혼을 참 잘했더라구요. 그전에도 느꼈지만, 여행가서 함께 지내면서 보니까 우리 딸이 결혼을 정말 잘했더라구요."
이어져 오는 엄마의 뜬금없는 이야기에 눈물이 났다.
특별히 신랑이야기를 한 기억이 없다.
아침, 저녁으로 전화 통화를 하며 우리의 대화가 흘러갔을 터.
그 대화 역시 일상의 대화였을텐데 말이다.
엄마와 여행을 함께하는 2주간의 우리만의 시간동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여행지를 느끼는 것보다 더 관심을 갖고 있었구나?
자식이 부모에게 할 수 있는 효도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결혼해서 예쁘게 살아가는 모습. 그것이 큰 효도이구나.
오늘 엄마가 여행을 모시고 간 '내'가 아닌 우리가 예쁘게 살아가는 그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처럼.
'엄마,나 계속 효도 할게. 지금처럼 예쁘게 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