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연결, 코임브라

by 소화


KakaoTalk_20240126_053123243_05.jpg 오늘도 힘차게 출발

포르투칼 여행을 계획하며 하나의 근교 도시를 선택해야 했다면?

당연히 코임브라.


그럼, 모든 일정 중 제일 먼저 향하고 싶은 곳은?

그것도 코임브라.


리스본도 아닌 코임브라라니!


이유는 하나. 바로 이곳 코임브라 대학교 '조아니나 도서관' 방문을 하고 싶어서였다.

포르투칼이라는 나라를 온 것도 바로 이곳 때문이었으니

낯선 이 도시로 바로 향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매일매일 학교에 가던 엄마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서는 또 학교에 간다고 하니 이상한 아이.

"엄마, 아니 포르투칼 까지 와서 학교를 왜 가야 해?"

그저 딸이 가자고 하는 곳이라면 흔쾌히 좋다고 하시는 엄마.


오늘도 묻지 마 이 여행의 일행들을 줄 세워 떠났다.

포르투칼에 와서 처음으로 기차를 이동하는 날.

어제와 다른 긴장이 몰려온다.


엄마와 아이의 컨디션을 고려해 기차표를 예약해 두지 않았다.

혹시라도 너무 몰아치면 힘들어하실까 싶어, 적당히 비싼 표와, 저렴한 표의 시간만 계산해 두고

아침도 여유 있게 먹고 느긋하게 길을 향했다.


첫 번째 관문이었던 기차표도 어려움 없이 샀다.

"휴~ 테오야 엄마 대단하지 않아? 포르투칼에 와서 기차표도 샀어."

셀프 칭찬이 좀 지나치다.


나 스스로 하나씩 해결해 나갈 때마다 어깨가 더 솟는다.

안 그래도 넓은 어깨는 그만 펴져도 되는데, 더 넓어진다.


내가 고른 숙소가 예뻐서, 구글 지도 보면서 길을 잘 찾아서,

일정을 너무 타이트하지 않게 조율해서

나를 칭찬할 일이 너무도 많다.


심지어 오늘은 처음 타보는 포르투갈 기차표 예매도, 코임브라 대학교 티켓도 구입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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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에서 가장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이가 아닌 나다.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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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코임브라 대학교이다.


정확하게 시간에 맞추어 입장을 하고

각 층마다 관람시간도 정해져 있다.


도서관에서 자유를 허락해 주면 좋으련만 그런 느긋함은 주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오래된 책들의 먼지를 계속 털어내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시계를 보며 관람을 먼저 끝낸 이도 기다리게, 아직 더 궁금한 이도 시간을 맞추게끔 확인한다.


'도서관은 뭐 이리 빡빡해?'

물론 책 한 권 펼친다고 내가 읽을 수 있는 말은 없을 테지만

그 우아함을 손끝에서라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다.


층을 올라갈수록 이런 궁금함도 사라진다.

'우와.....'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경이로움 마저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래 내가 이것을 보러 왔지.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것도 아닌 이 도서관이 궁금해서 온 것이니

오늘은 책이 아닌 도서관 건물과 그 역사를 눈으로 확인한다는 것에 감사해야지.

그럼 그럼.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도 남길 수 없다.

참 깐깐하게 군다 싶으면서도, 이런 철저한 관리가 있었기에 이 도서관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유지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아름다움을 어떤 언어로 옮길 수 있을까?

금 빛이 반짝였다고? 책이 엄청나게 많았다고?


아니다. 그 위엄은 문장으로 남기기엔 힘들다.

그래서 그냥 눈으로만 기억해야 하라고 하는가 보다.


사진으로 남길 수 없어서, 인터넷에서도 사진자료를 찾을 수 없는 곳.

바로 내가 지금 그곳에 서 있구나!


서로 같은 곳에 있지만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다르다.

내가 이 위엄 있는 도서관에 사로잡혔다면,

엄마와 아이는 대학교에 있는 '보타닉 가든'에 사로 잡혔다.

꽃박사인 엄마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꽃들이 있고,

계절을 앞서가는 이곳.

바로 얼마전 까지만 해도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을 법한 큰 나무가 지켜주는 곳.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앉아 이야기하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그 자유로움마저 우아하다.


대학교, 도서관, 공원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단지 공간의 연결이 아닌

지식의 탐구, 쉼, 몸을 돌아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는 늘 치열하게 돌아간다.

탐구를 위해서도, 운동도, 쉬는 것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나도 이 대학교의 학생들처럼 잠시 잔디밭에 누웠다. 그리고 다시 고쳐 앉아 본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도서관이었지만 그들의 삶의 모습에 더 마음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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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면 가끔은 이 시간을 떠올려야지

치열하게 컴퓨터 앞에서 타자기를 치다가,

교실에서 아이들과 주고받는 것이 조금 버거워질 때면

이 시간을 떠올려야겠다.


좋다.

푸르른 잔디밭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볼 여유가 있다니

그것도 이곳 포르투칼, 코임브라라는 도시에 와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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