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내가 내일의 그리움이 된다

by 소현

오늘은 시작한 것마다 손에서 흩어졌다. 하루 곳곳엔 미완의 흔적만 남아 있고, 마음은 자꾸 다른 곳으로 새어 갔다. 저녁이 되자 피로만 쌓여 있었고, 하루를 살아낸 게 아니라 그냥 밀려온 시간을 통과한 듯했다. 애써 채워 넣은 시간들이 하나둘 희미해지며, 지워지는 필름처럼 내 안에서 사라져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편의점 불빛이 유난히 환하게 번졌다. 자동문이 열리고 닫히며 안쪽 풍경이 스쳤다. 작은 테이블에 교복 차림 학생 하나가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컵라면과 삼각김밥이 놓여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후루룩 말아 올리고, 김밥을 한입에 털어 넣는 모습이 너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왔다. 왜일까. 예전의 내가 겹쳐 보였던 걸까. 시선이 오래 머물 만큼, 어쩐지 곱게 빛나 보였다.


어릴 적에는 배가 고프면 편의점 문을 밀고 들어가 아무거나 집어 들었다. 삼각김밥을 베어 물고 가벼운 농담에 웃음을 터뜨리던 시절. 그 모든 것이 특별하다 느껴지지 않았던 때였다. 그냥 지나가는 하루,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한 끼였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순간들이 다 예쁘게 남아 있다. 라면 김이 하얗게 피어오르던 공기, 젓가락을 바삐 움직이며 웃던 얼굴, 김밥을 나누던 손길. 별것 아닌 듯 보였던 장면들이 뒤늦게는 가장 선명하게 기억된다.


예전과 달리 요즘의 나는 한 끼도 대충 넘기지 않으려 한다. 컵라면 하나에도 웃음이 터지던 시절은 어느새 멀어졌다. 그래서일까. 면을 후루룩 삼키는 학생의 모습이 유독 찬란해 보였다. 의미를 따로 붙이지 않아도 충분했던 시절, 사소한 무심함 속에 있던 자유가 내 마음을 건드렸다.


나는 오늘을 결론 없는, 아무 의미도 없는 하루라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 허전한 순간도 다른 빛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선명히 와닿지 않아도, 언젠가 컵라면과 삼각김밥처럼 마음속에 또렷한 장면으로 자리할 것이다. 그 시절에도 걱정은 무겁게만 느껴졌지만 결국은 스쳐 지나갔듯, 지금 붙잡고 있는 무게 또한 언젠가 옅어져, 오늘의 내가 또 다른 그리움으로 남게 되리라.


집으로 걸어오는 길, 불빛은 여전히 뒤에 남아 있었다. 편의점 풍경은 이미 닫힌 문 너머로 사라졌지만, 그 여운만은 마음속에서 걷히지 않았다. 하루가 끝날 때 남는 것은 결론이 아니었다. 불현듯 마음을 붙잡은 한순간, 그것만이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물렀다. 오늘도 그 잔상이 사라지지 않은 채, 고요히 한 편의 시처럼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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