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깊이 보고 있기에 돌아가는 거야
설명이 필요 없는 이름. 그 안에 삶의 의미가 다 들어있는 이름. 빛나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서두르지 말자.'
조급함이 올라올 때마다 되뇐다.
남들이 이미 지나 간 길 위에서 아직 방향을 찾고 있는 나를 본다. 세상은 자꾸만 앞으로 가라고, 멈추면 뒤처진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알람에 맞춰 서두르다 보니, 정작 내 시계는 엉뚱한 시간을 가리켰다.
'서두르지 말자'
다시 되뇐다. 조금 늦더라도, 나의 시간을 잃지 말자.
어떤 시계는 빠르고, 어떤 시계는 느리다. 나의 초침은 언제나 반 박자쯤 늦게 흐른다. 하지만 늦게 간다는 건, 아직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초침을 믿는다.
가끔, 아무 일도 하지 못한 날이 두렵다. 하루를 통째로 놓친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멀리 간 것 같아 불안해진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묻는 목소리.
"너는 지금 네가 되고 있니?"
그 물음 하나가 다시 나를 바라보게 만든다.
겉으로는 느리게 보여도, 나는 그 속에서 조금씩 자라 가고 있다. 누구의 시선에도 잡히지 않는 속도로 단단해지고 있다. 남들이 앞서간 자리에 부러움이 남을 때도 있지만, 그 마음이 시기로 변하지 않은 건, 부러움 속에서도 배움을 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빛나는 속도는 나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등불이 되기도 한다.
물론 여전히 두렵다. 이렇게 느리게 가도 될까. 이 길이 정말 나를 데려다줄까.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대답이 들린다.
"괜찮아, 멈추지만 않으면 돼."
돌아가더라도, 그건 나를 더 정확히 보기 위한 시간이니까.
나는 오늘도 나의 속도로 걷는다. 분명히 나를 닮은 길 위에서. 이루지 못한 시간들을 탓하지 않는다. 그 시간들 덕분에 나는, 남들처럼 잘 사는 법보다 나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오늘도 멀어지는 대신 조금 더 나를 향해 간다. 길을 잃은 게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나에게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