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생각보다 자주 예쁘다

by 소현

얼마 전, 미술 선생님께 엽서를 한 장 받았다. 잔잔한 물 위를 떠다니는 백조의 그림이었다. 그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런 말 있잖아요. 물 밑에서는 정말 열심히 헤엄치는 중이라는 말. 평온은 부단히 노력한 결과였다는 걸.'


"그 엽서를 보자마자 소현님이 생각났어요."

그 말을 읽는 순간 마음이 찡했다. 내가 그렇게도 보일 수 있구나 싶어, 낯설면서도 고마웠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알아준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날 밤, 엽서를 다시 꺼내 오래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나의 노력을 알아봐 줬다는 게 위로가 됐다. 그 마음이 오래 남았으면 해서 냉장고에 붙여두었다. 아침에 물을 꺼낼 때마다 그 문장을 다시 본다. 그러면 마음속 깊은 곳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평온은 부단히 노력한 결과였다'는 말은, 내가 살아온 방식을 새롭게 이해하게 만든 문장이었다. 나는 늘 노력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작심삼일로 끝나는 다짐들이 부끄러웠고, 언제나 꾸준하지 못하다는 자책이 뒤따랐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노력을 애쓰고 있었다. 그런데 삶에 대해서만큼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삶에 대한 노력만큼은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러웠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고, 마음이 무너져도 다시 예쁜 걸 바라보았다. 삶이 불안할수록 오히려 나는 작은 예쁨들을 찾아 눈을 들었다. 그렇게 나는 내 삶을 꾸준히 살아냈다.


엽서를 건네준 선생님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평온 뒤에 숨어 있는 노력을 알아봐 주는 눈. 그 시선이 고마웠다. 그리고 그 시선이 내 안의 무언가를 단단하게 세워주었다.


평온은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며 길러낸 감각의 결과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그건 조용히 앉아 얻는 평화가 아니라, 수없이 흔들리고도 다시 제자리를 찾아온 살아온 사람의 마음이다. 나는 그 시간을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


슬픔은 언제나 크게 오지만, 삶의 예쁜 순간들은 자주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그 예쁨 앞에 더 자주 눈을 멈추기로 했다. 아무리 큰 슬픔이 와도, 그 안에서도 작게 반짝이는 무언가가 늘 있다. 삶이 언제나 완벽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어두운 것도 아니다. 기쁨과 슬픔은 서로를 정의하며, 그 틈에서 평온은 만들어진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그래서 더 아름다운 하루를. 아끼며 살아가고 싶다. 삶은 생각보다 더 자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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