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시작된 지 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평소처럼 아이를 재운 뒤 고요한 거실에 앉아있었다.
지친 몸을 소파에 기대고 있을 때, 정적을 깨는 아내의 한마디
“그래도 부모는 한 번쯤 되어볼 만한 것 같아.”
그 말은 허공을 맴돌다가 내 가슴속에 콕하고 박혔다.
단순히 ‘육아가 할 만하다’거나 ‘오늘은 그럭저럭 견뎠다’라는 식의 단순한 표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장이 ‘그래도’로 시작한 이유는 분명했다. 오랜 시간 이 삶을 곱씹으며, 부모로서의 시간을 헤아렸다는 흔적이었다.
돌아보면, 육아는 언제나 예상 밖의 여정이었다.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당황하기 마련이다.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고, 매일이 예상 밖의 도전이다. 아이를 위한 헌신은 상상보다 깊고,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는 긴 여정임을 깨닫게 된다. 때로는 그 길이 끝없이 이어지는 듯해 막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모가 되기를 선택했다. 무엇이 우리를 부모로 살게 하는 걸까?
그건 아마도 아이가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특권일 것이다. 그 안에서 크고 작은 행복이 눈부시게 빛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육아는 행복했던 순간들만 기억에 남는다. 오히려 그때 더 잘해주지 못한 후회가 마음 한구석을 지배하지만, 부모만이 느낄 수 있는 이 특별한 감정에 감사하게 된다. 그래서 아내의 말에 더욱 깊이 공감했다.
맞다. 그래도 부모는 한 번쯤 되어볼 만한 자리다. 아무리 힘들고 버겁더라도,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쁨과 슬픔, 사랑과 아픔이 있다. 부모라는 자리는 그런 것이다.
선택이든 우연이든, 부모의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지금 당장은 고단할지 몰라도, 언젠가 뒤돌아보면 이 시간이 눈부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때 부모가 된 나 자신에게 “정말 잘했다, 너무 잘해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