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자아가 강해지며, 엄마와의 갈등이 잦아졌다. 출발하기 직전 장난감을 펼쳐 놓거나, 씻고 나가야 할 때 좀처럼 오지 않는 아이.
자잘한 갈등이 쌓이다 결국 혼이 난 후에야 말을 듣는 딸.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감정이 상한 엄마의 모습에, 아이는 늦게나마 엄마를 챙기려 애쓰는 듯한 말을 건넸다.
“엄마, 괜찮아?” “엄마, 나 옷 다 입었어. 엄마는 다 입었어?”
갑자기 다정하게 묻는 아이의 말에 오히려 엄마는 속이 상했다.
꼭 화를 내야 말을 잘 듣는걸까? 내가 화난 거 같으니 눈치보면서 말을 거는 것 같다.
상해버린 감정의 상태에서는 어떠한 말도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효과만 나는 경우도 많다.
“왜 자꾸 물어보니? 너 엄마한테 관심 없잖아.”
퉁명스럽게 쏴붙힌 말에 아이는 한동안 말이 없다. 뭔가 이상하여 다가가보니 소리도 못 내며,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차라리 뭐라고 하던가 혹은 큰 소리를 내던가 했으면 덜 미안했을텐데
세상 서운한 표정을 짓고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흘리는 눈물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아차 싶었다. 엄마는 모든 걸 제쳐두고 달려가 아이를 안아주었다.
“엄마가 너무 미안해. 그런 말 해서 서운했지?”
엄마의 품에 안긴 아이는 더욱 크게 울기 시작한다. 너무 내 감정만 생각했나보다 사실 아이도 그 나름대로 힘들었을텐데. 그럼에도 내 감정을 살피고 애써 말을 걸었던 것인데 너무 서운하게 말해버렸다.
엄마는 아이에게 차분히 말했다.
“네가 말을 잘 안 듣고 자꾸 엄마 눈치를 보며 챙기는 것 같아, 엄마도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어. 하지만 그 말은 엄마가 실수한 것 같아. 정말 미안해.”
아이와 엄마는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며, 그렇게 서로를 위로했다. 아이와 부딪히는 날이 잦아질수록 매일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른다.
진심은 그렇지 않은데도, 마음 속의 나쁜 감정들이 쌓이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 상처를 줄 때가 있다. 그래도 그 말은 하지 말걸 한 번만 더 참을 걸 하는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부모도 완벽하지 않은 사람일 뿐.
그래도 실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아이에게 사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괜찮다.
부모가 완벽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대화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 배우고, 조금씩 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오늘도 육아로 지친 하루를 뒤돌아보는 모든 부모님들께 말하고 싶다.
정말 고생 많으셨다. 그리고 괜찮다.
오늘 하루의 실수는 털어버리고, 다음엔 조금 더 잘하면 된다.
대신 아이에게 솔직하게 다가가자. 실수한 건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자
아이들은 바다보다 넓은 마음으로 부모를 용서한다.
그 따뜻한 마음을 알아주며, 내일도 힘을 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