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이라도 카시트에 태워봤으면...

by 쏘이파파

이혼숙려캠프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결혼 생활에 위기를 겪는 부부가 나와 갈등의 상황을 같이 보고 패널들이 조언해주는 프로다.


사실 나는 티비를 잘 보지 않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는데 아내가 영상 하나를 보여준다.

갈등이 심한 부부의 모습속에 눈살이 찌푸려진 장면은 바로 아내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였다.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함부로 대하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카시트에 혼자 탄 아이가 안전 벨트를 잘 하지 못한다고 짜증을 내고 언성을 높인다. 육아의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풀고 있었던 건데 그 방식이 폭력적이었고 스스로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패널들 중에는 진태현이라는 배우도 있었다. 그는 대학생 딸을 입양했고 최근 임신하긴 했으나 유산의 아픔을 겪었었다. 그런 그가 한참을 망설이다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하늘나라에 간지 2주년입니다. 어제 아내와 함께 카시트 같은 걸 정리했어요. 아이와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소중한 걸 아셔야 해요 그런 일상이 저희 부부에게는 꿈이었거든요

카시트에 앉혀보는게 꿈이었단 말이에요


두분이 이혼하든 말든 저는 사실 상관 없습니다.

그런데 제발 하나만

우리 애들은 잘 키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진짜 그 카시트가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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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이혼숙려캠프 중

사실 영상으로 보면 애써 슬픔을 억누르며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그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힘든 고통의 순간이었을까?


사실 우리 부부도 아이를 갖기까지 꽤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우리도 매주 병원에 다니며 각종 검사와 시술을 받고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아이는 쉽게 생기지 않았다.


주변 모임에 나갔을때는 모두 출산한 친구들이라 육아 이야기로 정신이 없다. 그 속에서 공감 아닌 억지 공감을 보내며 육아의 힘듦을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우리는 그 고통마저도 부러워보였다.

모임에 나가고 싶지도 않았고 밖으로 나가기도 싫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왜 이렇게 아이들만 보이는 지

부러움과 시샘으로 얼룩진 나날이었다.


진태현 배우님의 말을 듣고 나니 그때의 우리가 떠올랐다. 잠시 육아에 지쳐 잊고 있었던 우리의 그 간절함 말이다.


늘 그 마음을 떠올릴 수 있다면 아이를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기며 매일 행복한 기억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같았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그 마음을 떠올리며 지금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우리가 힘들게 보낸 육아의 순간들을 누군가는 정말로 간절하게 바라던 일상의 모습이다. 아이를 향한 짜증과 분노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힘든 순간도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기도의 대상이다.


아이의 칭얼거림도

밤 늦게 깨는 순간도

카시트 앞 실랑이도

모든게 다 소중한 일상이다.


매일 그 순간을 기적이라는 생각으로 살아보면 어떨까?

그렇게 감사함으로 산다는 건 어쩌면 다른 육아 스킬이란게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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