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할 때,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사전적으로 육아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라고 정의된다.
하지만 나는 남자다. 아이를 낳지도 않았고, 무엇을 길러낸다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육아’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어딘가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하는 모든 일이 곧 육아가 된다. 작은 일이라도 함께하면 그것이 육아의 시작이다.
아이가 처음 집에 온 날을 기억한다.
산후조리원에서 함께하던 시간은 그저 평온했는데, 집이라는 공간으로 돌아온 순간, 그제서야 실감하기 시작했다. 이 작은 생명을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철없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아내의 지시를 기다리며 그녀 곁을 맴돌았다.
“밥 먹어야 하니까, 분유 좀 타줘. 150만 타면 돼.”
“다 먹였는데, 안고 트름 좀 시켜줄래?”
“엄마가 반찬 해왔다는데, 나도 밥 좀 먹어야지.”
아내는 정확하고 차분하게 나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나는 마치 로봇처럼, 그 지시를 성실히 수행했다.
별다른 고민 없이 그저 하나씩 하나씩. 그런데 문득 아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육아 잘하네.”
순간 나는 멍해졌다.
‘내가 지금 육아를 하고 있는 건가?’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고 그게 육아인 것이었다.
아내는 나를 자연스럽게 육아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남자들은 사실 칭찬에 쉽게 고무되는 존재다. ‘육아 잘한다’는 아내의 말 한마디에 나는 자극을 받았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조금씩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보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사실, 육아는 단순히 아내만의 몫이 아니다. 그녀 역시 처음부터 육아를 알았던 건 아니다. 엄마가 된 이후, 매 순간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지 고민하고 공부해왔다. 아내가 아이를 돌보는 일에 능숙해 보였던 건 틈틈이 쌓아온 노력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초기의 육아는 아이보다 아내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아내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생각하고, 결정에 존중과 지지를 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육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느끼게 되었다. 아내가 편안해야 아이도 잘 자랄 수 있는 것임을 조금 늦게서야 깨달았다.
이제야 비로소 알게된 생각들이, 막 육아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은 남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함께 나누는 작은 대화와 사소한 도움의 손길이, 서로의 삶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느낄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다름 아닌 ‘육아’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