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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곽 Sep 19. 2024

오 맙소사! 악성흑색종이 뭔데?

만 34살, 암을 발견한 이야기

  둘째를 임신했었는데, 질 쪽이 뭔가 이상해서 진료를 받아보니 악성흑색종이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개인병원 산부인과에서도, 소견서를 받고 간 지방 대학병원에서도 "임신 후유증으로 생긴, 그저 별 거 아닌 종양일 거예요"라고 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절차상 조직 검사는 해야 한다고 해서 검사를 맡겼던 지방 대학 병원에서 진료일이 되기 며칠 전 담당 교수님께 직접 전화가 왔다. "안타까운 결과가 나왔어요. 검사결과가 악성 흑색종이네요." 쾌활하게 진료를 봐주시던 그때 그 목소리는 온 데 간데없고 감정이 사뭇 배제된 목소리였다. "악성흑색종이 뭐예요, 교수님? 죽고 사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나와 남편, 그리고 두 돌이 안된 아기와 함께 차를 타고 가을 나들이를 가던 참이었다. 차 안에서 스피커폰으로 울리는 통화 소리. "이것저것 알아보시라고 병명 말씀 드린 거예요. 내일이라도 당장 진료 보러 오세요" 생명과 관련이 있는 거냐는 내 물음에 대답을 회피하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코스모스가 휘날리던 가을 꽃 길에서 손가락을 덜덜 떨며 검색했던, 이름도 낯선 악성흑색종이라는 암.


  그 후는 정말 정신없이, 속절없이 지나갔다. 직장엔 병가를 냈고, 서울에 큰 병원을 찾아가고, 둘째를 지우고, ct, mri, pet ct 등을 찍고 종양 제거 수술날짜도 잡았다. 이 일련의 과정 중 내가 가장 슬펐을 때는 둘째를 지웠을 때다.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보다 둘째가 뱃속에서 사라졌을 때 훨씬 더 마음이 쓰렸다. 머릿속에선 그게 당연하다고, 내가 있어야 아기도 있는 거라고 계속 외쳤지만 이미 한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인지 나도 남편도 몇 날 며칠을 참 많이 울었다.


  종양 제거 수술 후엔 한방과 자연 치유를 선택했다. 오빠가 한의사였던 것도 믿는 구석이겠지만, 막연히 나는 언젠가 내가 암에 걸려도 항암치료는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해 왔던 것 같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다른 부위에 전이가 되지 않아 수술이 용이하긴 했지만, 수술 후 혈액종양내과 의사 분이 광범위 절제를 하지 않아 암이 남아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요도 인접 부위라서 요도를 살리기 위해 최소한의 절제술을 했다)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을 때도 결심이 흔들리지 않은 것을 보면.


  사실 수술이 끝나고 혈액종양내과 교수님을 만났을 때 이미 항암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상담을 받았지만, 그래도 유용한 의학적 소견이 있으면 수렴하려고 했는데 내가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싶다는 의견을 우선 내비쳐서인지 진료 내내 몹시 고압적인 태도로 내 질병과 치료 방향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서 일단 집에 가고, 이틀 뒤엔 무조건 항암치료 받으러 오라며 잡아줬던 진료 일정은 집에 와서 조용히 취소했다.


  그 뒤 자연치유와 관련된 책을 한 10권 정도 사서 읽은 것 같다. 암 치료가 아니고 호흡법이나 양생과 관련된 책을 포함하면 그것보다 더 될 수도 있다. 책에서 나오는 대로, 배우는 대로 양생을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한방 치료도 함께 받으면서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식습관, 운동습관, 그리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습관을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처음에는 힘든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건강하게만 살면 되니 참 쉽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엔 거저 없는 것은 정말 없는 것 같다. 자연 치유 책 대부분에 '자신의 병은 환자 스스로 고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평생에 걸쳐 쌓아 온 식습관과 마음습관을 고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매일 건강한 음식을 찾아먹는 것?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꾸준히 하려니 참 품이 많이 든다. 마음 수련은 정말 도를 닦는 기분이고. 그런데 오히려 쉽게 가는 길이 아니니 일견 안심이 되는 부분도 있다. 쉬운 방법으로 건강해지면 그거야말로 조금 이상할 것 같다. 건강을 되돌리는 일에 노력과 정성, 그리고 인내가 들어가야지.


  암에 걸리면 사람을 피하거나 못 만날 수도 있지만 나는 도리어 그동안 육아를 핑계로 못 만났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려 하고 있다. 길게는 아니고 아이 어린이집 보낸 시간에 잠깐씩 만난다. 개인적으로는 짧게 만나니 더 좋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긍정적인 기운을 받고, 남는 시간에 운동도 하고 낮잠도 자면서 체력을 보충한다.


  운동은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하루 3번 정도 산책한다. 혈당을 높이지 않는 식사가 좋다고 하여 밥을 먹고 1시간 이내에 걷는다. 식사는 제철 채소와 과일 위주로 맛있게, 부모님이 사다 주는 암에 좋다는 각종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으며, 붉은 고기보다는 해산물과 체질에 맞는 닭고기 위주로 먹고 있다. 잡곡밥도 먹기 시작했다.


  간식은 두 달 정도는 사과와 견과류 위주로 먹었는데, 최근에는 고구마와 바나나처럼 당도가 조금 있지만 그래도 몸에 좋은 과일과 작물들은 먹고 있다. 맛있다.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살 것 같다,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몸에 안 좋은 것을 얼마나 먹었는지, 이것저것 자연 재료들로 집밥을 해서 가리지 않고 가득 먹고, 간식을 배불리 먹는데도 살이 안 찐다. 몸에 안 좋은 것들이 얼마나 속 빈 칼로리였는지 알게 되었다.


  덕분일까. 아기 낳고 근 2~3년간 숙면을 취하지 못했던 내가 최근에는 푹 자서 잘 깨지 않는다. 숨도 잘 쉬어진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지도 몰랐는데 숨이 잘 쉬어지니까 그동안 내가 숨을 잘 못 쉬었구나 깨닫는다. 입에 침이 고인다. 입에 침이 많아지는 것도 건강이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라는데... 면역력을 잘 일깨워 건강을 되찾고 싶다. 사실 지금도 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 말고는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꾸준히 계속 이렇게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내 아기 옆에, 남편 옆에 오래오래 건강하게 서 있고 싶다. 그 옆을 지키고 싶다.







*개인의 고집 혹은 주관으로 자연 치유 중입니다. 치료 방법 등의 문의와 치유 방법론에 대한 시시비비는 정중히 사양합니다... 사실 뭐가 맞는지 틀린지 확언할 수 없고, 다른 사람에게 조언할 능력도 깜냥도 안됩니다. 제가 가려고 하는 길이 틀린 길이어도 가고 싶은 길을 가려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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