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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

불안과 혼돈의 하모니

by ORANGe TANGo

1. 감독: 벨라 타르, 아그네스 흐라니츠키 공동 연출(2000)


2. 원작: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저항의 멜랑콜리>


3. 헝가리 동부의 한 작은 도시에 이동식 서커스단인 고래와 프린스가 오게 됨. 그러다 마을에 시위가 일어나게 되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가 동원됨. 신문 배달부 야노스는 이런 사건들을 뒤에서 몰래 지켜보게 되고, 결국 미쳐버려 병동에 입원함.


4. 동구권 유럽의 사회주의 몰락을 소재로 한 영화. 체제 전환 과정에서 사회적 불안, 실업,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혼돈이 사람들의 집단적 불안을 증폭시킴. 영화 속 폭도들의 난동, 무질서한 군중, 권위의 붕괴는 이 시기의 집단적 불안과 탈중심적 혼돈을 직접적으로 반영함.


5. 제목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는 17세기 음악이론가 안드레아스 베크마이스터(Andreas Werckmeister)가 제시한 조율법(평균율)에서 온 것. 평균율은 음악을 조화롭게 들리게 하지만, 동시에 자연의 순수한 조화(배음비)와 어긋나는 왜곡을 내포함. 영화는 '사회주의'라는 인위적이고 자연 질서의 파괴라는 문제의식을 사회, 역사의 차원으로 확장함.


6. 흑백 촬영으로 압도적인 분위기와 역사적 현실성을 강조함.


7. 벨라 타르 감독의 주특기인 롱테이크 촬영 방식은 이전 작품과 다르게 카메라 무빙을 좀더 활용함으로써 인물들의 불안과 혼돈을 잘 연출했다고 생각함. 이런 느린 연출 방식이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으나, 이 영화는 너무나 감각적이어서 개인적으로 찬탄하면서 봄.


8. 영화 속 음악 역시 훌륭했다고 생각이 들며,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일조함.


9. 영화에 나오는 고래와 프린스의 상징을 생각해봄. 고래의 사체가 자연성 훼손의 상징이라면,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와 그림자만으로 존재하는 프린스는 자연성을 훼손한 장본인으로 보임. 이를 테면, 인위적인 질서를 창조하여 인간들의 본래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사회주의의 권력 집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봄.


10. 거장의 영화답게 영화는 훌륭했고, 더불어 원작 소설의 작가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더없이 훌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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