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는 올해 봄 우리 동네로 이사 왔다.
왔다 갔다 하며 동네에서 마주친 적은 있지만 그 애와 아는 체를 하지는 않았다.
동주와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은 선교원에 다시 들어간 여섯 살 여름부터였다.
매일 아침 우리 식구들은 인간다움을 포기하고 본능만이 존재하는 자신과 상대를 마주했다.
“ 빨리 나와, 제발 좀 빨리 나와. ”
“ 아직, 아니야. 아직 아니라고! 마당에 있는 화장실에 가. ”
“ 안 된다고, 거기 대전 댁 아저씨 지금 십 분이 넘도록 안 나와. 나 지금 똥 나올 것 같아. ”
“ 그럼, 경화네를 가든가. 아님 동주네 가라고. ”
“ 거길 어떻게 가? 빨리 언니가 나와. ”
“ 어휴~ 진짜 ” 주아 언니가 바지를 추스르고 나온다.
“ 우웩~ 냄새. 억~ 정말! 구역질 나와. 토할 것 같아. ”
“ 현아야, 똥만 싸고 바로 나와. 머리 감는 거랑 세수는 마당에서 해. 지금 시간 없어. ”
“ 알았어. ”
엄마는 샬롬 교회 집사
언니들과 오빠는 모두 중등부, 고등부, 나는 유치부 예배 참석
교회에는 호감을 주는 이성이 반드시 존재하고, 여중과 남고를 다니는 언니 오빠에게
하나님과 예수님을 만나는 것보다 좋아하는 이성과의 만남이 훨씬 중요했다.
예배 시간보다 치장하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고
예배에 늦더라도 씻지 못할 것 같으면 한 겨울 수돗가에서 머리를 감는 고통도 불사했다.
아직 좋아하는 이성이 없는 나만 느긋해서 세수와 양치만 하고 엄마 손을 잡고 교회로 갔다.
“ 엄마, 왜 나도 주일예배에 가야 해?
나는 선교원에서 월요일이랑 금요일 아침에 목사님이랑 전도사님이 오셔서
친구들이랑 같이 예배를 드리는데. 나는 그냥 집에 있을 게. 하나님도 오늘은 안 와도 된다고 하실 거야. “
“ 안돼, 주일 예배는 반드시 우리 식구 모두 같이 드려야 해. ”
“ 그러니까 왜? 왜 다 가야 하는데? 나는 월요일 금요일 예배는 드렸으니까
하나님은 내가 쉬어도 된다고 이해하실 거라니까. ”
“ 하나님이 언제 그런 말을 하셨어? 너 편한 데로만 생각하냐?
주일 예배는 반드시 가야 하는 거야. 하나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배가 일요일 예배야.
오늘 예배에 빠지면 천국에 못 간다고. 너 그래도 좋아?
우리 식구 다 천국에 있는데 너만 천국에 못 가고 지옥에 있으면 그게 좋겠어?
엄마는 그 꼴은 못 봐. 나는 너도 데리고 천국에 갈 거야. “
“ 엄마, 근데 왜 엄마는 천국에 있고, 나는 지옥에 있을 거라고 확신해? 반대일 수도 있잖아? “
“ 뭐? 그럼 내가 지옥에 있고, 네가 천국에 있다는 거야? 이게 진짜!
주일 예배를 못 가면 천국에 못 간다니까. ”
“ 난 이해가 안가, 어떻게 그걸로 천국과 지옥행이 결정돼?
엄마, 생각을 해봐. 경화 할머니는 샬롬 교회 집 사고, 솜틀집 할머니도 영원 교회 권사님이야.
그럼 두 할머니 모두 천국에 가겠네.
그 할머니들은 수요일 저녁 예배나 금요일 철야 예배도 가시잖아.
엄마 말대로라면 그 할머니들도 무조건 천국에 가겠네.
만약 그 할머니들이 천국에 있다면 난 그 천국 안 갈래. 거긴 천국이 아니고 지옥이야. “
“ 얘, 말하는 것 좀 봐. 너 경화 할머니들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
엄마는 기가 차서 나를 쳐다보다가 경화네 대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 현아야, 천국에는 주일 예배만 간다고 다 갈 수 있는 건 아니야.
주일 예배는 반드시 참석을 해야 하는 거고, 평상시에도 항상 착하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면서 살아야 해.
하나님한테는 큰 체가 있는데 사람들이 죽어서 하늘에 올라가면 모두 그 체에 올라가야 해.
하나님이 탈탈탈 체를 치시면 체 위에는 주님의 양만이 체 위에 남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거야.
하나님은 그렇게 허술한 분이 아니야. 걱정하지 마. “
“ 그럼, 경화 할머니랑 솜틀집 할머니는 체 위에 남아? 아니면 떨어져?
그 말만 좀 확실히 얘기해봐. 그거 듣고 결정할 게. “
“ 너 진짜? ”
“ 엄마가 그 얘기 안 해주면 나 절대 예배 보러 안 갈 거야. ”
“ 엄마 생각엔....... ”
“ 생각엔? ”
“ 아무래도 두 분 중 한 분은 떨어지실 것 같아. 거기까지만 말해 줄게. ”
나는 체 밑으로 떨어질 할머니가 누구인지 안다.
그 후 나는 경화 할머니를 볼 때마다 할머니가 체 밑으로 빠져 떨어지는 상상을 하며
‘ 큭큭큭 ’ 웃어댔고 엄마는 내 옆구리를 ‘ 쿡쿡쿡 ’ 찔러댔다.
내가 선교원에 처음 간 것은 작년 다섯 살 때였다.
호기심에 선교원에 갔지만 미술시간, 체육 활동, 노래 부르기, 점심시간 등은 견딜 만했다.
하지만 월요일 아침 목사님의 설교와 억지로 자야 하는 낮잠 시간은 내게 고역이었다.
집에 있으면 아침마다 아가들을 보러 다니고, 동네 아줌마들 얘기를 듣고, 책을 읽고
전래동화를 듣고 있으면 하루가 금방인데
선교원에 가면 낮잠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자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그건 정말 고문과도 같았다.
내가 일주일이 넘게 선교원에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엄마는 내 년에는 꼭 선교원에 다니겠다는 다짐을 받고 그제야 선교원에 그만 다닌다는 전화를 했다.
경화가 내 미미인형을 다 망가뜨리던 날
같은 선교원에 다니는 김동주의 손을 잡고 얼굴이 발그레 붉어지던 날
나는 엄마에게 이제 선교원에 다니겠다고 했다.
엄마는 경화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내 마음은 전혀 모르고
예수님이 잃어버린 양을 드디어 다시 찾았다고 기뻐하며 내일부터 당장 선교원에 가자고 했다.
‘ 먹이를 노리며 하루 종일 기회를 엿보는 하이에나처럼 나는 경화에게 복수할 기회를 반드시 잡을 거야.
내가 김동주를 빼앗아야지. 경화가 좋아하는 김동주를 빼앗아야지. ‘
다음 날 아침 일찍 스스로 일어난 나는
“ 엄마, 나 머리 좀 감겨줘. 깨끗하게 씻고 가야지. ”
“ 그래, 그래 네가 웬일이니? ”
“ 엄마 곰도리 머리띠랑 핑크색 투피스 입고 갈래. 그 옷이 제일 예뻐. ”
“ 우리 막내가 선교원에서 제일 예쁠 거야. 가장 착한 주님의 딸이 될 거야. ”
엄마는 신이 나서 내 손을 잡고 선교원으로 갔고
선생님은 내가 다시 돌아온 것을 몹시 뿌듯해하시며 기뻐했다.
김동주가 들어있는 반은 사랑 반, 경화가 들어있는 반은 소망 반
“ 현아야, 어느 반에 들어갈래? 믿음 소망 사랑 반 중에? ”
“ 선생님, 저는 사랑 반에 가고 싶어요.
믿음, 사랑, 소망 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사랑 반에 갈게요. ”
“ 어머, 현아야! 우리 현아, 이제 정말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왔네. ”
“ 네, 선생님 이제 예수님은 잃어버린 마지막 양을 찾으신 거예요. ”
“ 하나님이 우리 현아가 돌아와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현아야, 선생님도 너무 기뻐. ”
“ 네, 저도 다시 돌아와서 정말 좋아요. ”
나는 감격해하는 선생님과 함께 사랑 반으로 들어갔다.
선생님 손을 잡고 교실로 들어가니 나를 본 김동주의 눈이 부엉이처럼 커졌다.
나는 그 애를 못 본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다 맨 뒤쪽 비어있는 책상에 앉았다.
김동주를 주시하며 그 애랑 친한 아이가 누구인지,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고 노는지,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지, 계속 살펴보고 있었다.
김동주가 가져온 책이 궁금해서 그 애가 화장실에 간 사이 동주의 자리로 가 책을 슬쩍 보니
공룡그림과 과학 사진이 표지인 책이었다.
우리 집에는 전래동화나 위인전 세계명작동화 백과사전만 있었지. 그런 책들은 없었다.
첫 장만 봐도 생생한 사진에 모험 이야기가 펼쳐져 다음 장을 넘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동주는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내가 읽고 싶은 책도 많이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김동주가 교실로 돌아오자 나는 얼른 내 자리로 돌아갔다.
제 자리로 돌아온 김동주는 나를 한 번 쓰윽 보더니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나도 그 애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
어느 날 그 애가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 나, 너 이름 알아. 너 민현아지?
아침마다 너네 언니가 너한테 오줌싸개라고 놀리는 거, 우리 집에서 다 들려. ”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오줌싸개 인형을 주었다.
그 애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도와주려고 했다.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지만
김동주의 끈질긴 설득에 일단 그 인형을 가져갔다.
그 후 김동주와 나는 조금씩 친해졌다. 엉뚱한 면이 있긴 했지만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아이였다.
우리는 둘 다 책을 좋아해서 책 이야기를 하고, 책을 교환해 읽느라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경화는 우리 반 창문에서 나와 동주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있었다.
동주와 내게 화를 내지는 못하고 나와 동주 사이를 갈라놓을 구실을 찾는 것 같았다.
경화처럼 나도 경화를 골탕 먹일 기회를 찾고 있었다.
경화가 친한 친구는 누구인지? 쉬는 시간에는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잘하고 못 하는지? 경화만 주시하고 있었다.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경화의 가장 친한 친구는 같은 소방 반 은영이
은영이가 경화의 단짝 친구였다. 은영이는 또래보다 늦된 아이였다.
지능은 또래보다 2살이 어린 4살이라고 했지만 착하고 순해서 아이들은 은영이와 잘 놀았다.
은영이 엄마도 은영이가 같은 나이의 아이들과 어울리길 바랬다.
나는 꾸밈없는 은영이가 좋았다. 은영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경화는 느린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눈치가 빨라 경화의 욕심을 알아서 채워주는 아이들만 좋아했다.
은영이는 경화의 친구는 될 수 없는 아이다.
그런 은영이와 경화가 친구라면 은영에게는 경화의 친구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 이유는 분명 경화의 약점일 것이다.
은영이
여섯 살이지만 네 살 지능을 갖고 있다는 아이
은영이 엄마를 뿌연 안개처럼 만든다는 아이
자기 엄마를 불쌍한 여자로 만든다는 아이
오후 햇살 같이 따듯한 아이
주홍빛 그림자를 갖고 있는 아이
순수한 마음을 갖게 하는 아이
행복한 아이
내가 좋아하는 아이
교회 어른들은 은영이와 은영이 엄마를 안쓰럽게 봤다.
일요일 아침 예배에서 은영이를 보곤 했지만 은영이도 아줌마도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
아줌마와 은영이는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두 사람은 절대 행복할 리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자신들의 행복만이 진짜라는 듯
은영이와 아줌마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이상했다.
예배가 끝난 후 어른들은 은영 아줌마와 함께 밥을 먹고, 은영 아줌마가 먼저 일어서면
은영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가 나쁘다고, 아줌마가 힘들 거라고
밥을 먹은 후 밥그릇에 물을 붓 듯 한숨을 땅바닥에 내 쉬며 말했다.
마치 은영이 아줌마를 걱정하면 자신들의 걱정이 사라지는 양
본인들의 자식들이 은영이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대 놓고 말할 수 없어
사람 좋아 보이는 안타까움으로 뱉어내고 있다는 것을 어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것은 은영이 아줌마를 보면 자연히 나오는 딸꾹질과도 같았다.
은영이는 파란 하늘처럼 맑은 아이
아줌마도 은영이처럼 바다같이 파란 마음을 가지고 있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파란 바다
은영이와 아줌마는 하나였고
하늘과 바다처럼 경계가 없는 사랑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누구도 은영이와 아줌마의 진짜 모습을 알아보지 못했다.
경화 할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어른들이라고 해서 모두 다 아는 것은 아니다.
태어나서부터 웃는 얼굴만 보여주는 아이
항상 웃고 있기 때문에 웃지 않는 은영이는 어딘가가 아픈 거라고
웃지 않는 은영이를 병원에 데려가면 은영이는 심한 감기나 장염, 중이염, 폐렴에 걸려있었다.
약을 먹고 다 나아지면 은영이의 찡그린 얼굴은 금세 펴지고 환해졌다고 했다.
은영이 아줌마는 은영이의 찡그린 얼굴을 싫어했고
엄마의 찡그린 얼굴이 싫은 은영이는 계속 웃었다.
은영이가 웃으면 우리들도 웃었고 웃다 보면 우리들은 행복해졌다.
은영이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 건지? 웃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 건지?
뭐가 먼저인지 몰랐지만 은영이는 웃음과 행복을 붙이고 다녔다.
은영이가 웃으면 구름 뒤에 숨어있던 해가 나오고 따듯한 햇살이 다시 비쳤다.
나는 은영이가 좋았다.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은영이가 좋았다.
은영이는 경화의 친구가 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은영이가 경화의 친구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경화가 은영이의 어떤 점을 이용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했다.
‘ 그것이 무엇일까? ’
나는 힌트를 은영이에게서 찾아야 했다.
쉬는 시간이면 나는 소망 반 복도로 가서 경화와 은영이를 지켜봤다.
동주는 내가 소망 반으로 가면 어느새 따라와 내가 무얼 지켜보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동주에게 내 계획을 말해 줄 수 없어 소망 반 아이들이 무슨 놀이를 하는지
그것이 재미있으면 우리 사랑 반에서도 그 놀이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주는 좋은 생각이라고 자기도 지켜보겠다고 했다.
쉬는 시간 내내 내 옆에 있던 동주가 지루해졌는지
어느새 사랑 반으로 돌아가 남자아이들과 레슬링을 하고 놀았다.
이상한 점이 있었다.
경화는 다른 친구랑 놀다가도 하루에 한 번씩은 은영이의 손을 잡고 지하 화장실로 가는 것이었다.
복도 끝 화장실에 가면서도 은영이 손을 잡을 때는 한 층 아래 지하 화장실로 갔다.
가끔 은영이가 다른 아이와 놀이에 빠져 화장실 동행을 해주지 않으면
경화는 주머니에서 은영이가 제일 좋아하는 자두맛 캔디로 은영이를 유혹해 지하 화장실로 갔다.
은영이의 손을 잡는 것은 지하 화장실에 가자는 신호였다.
지하 화장실은 어둡고, 음침하고, 깜깜한 냄새가 나서 어린이들은 잘 사용하지 않았고
그것이 주는 음산한 분위기에 어른들도 잘 내려가지 않았다.
지하 화장실은 저주로 가득 차서 왠지 문 밖으로 다시 나오지 못할 것 같은 공포를 뿜어내고 있었다.
‘ 왜 하루에 한 번씩은 은영이랑 같이 지하 화장실을 가는 거지?
그냥 가던 데로 복도에 있는 화장실에 가면 되는 데. ‘
‘ 살금살금 ’ 경화와 은영이를 뒤 따라가 봤다.
은영이는 경화가 들어간 화장실 문 앞에 서 있고 안으로 들어간 경화는
“ 은영아, 너 거기 있지? 거기 있는 것 맞지? ”
“ 응, 나 여기 있어. ”
“ 은영아, 무서우니까 노래 좀 불러줘. ”
“ 요술공주 밍키 밍키 밍키, 너와 나의 밍키 밍키 밍키~~~ “
하면서 은영이가 가장 좋아하는 밍키 노래를 부르게 했다. 곧이어 똥 구린내가 났다.
화장실에서 나온 경화는 손을 씻고 은영이의 손을 잡고 교실로 돌아왔다.
‘ 알았다. 알았어. ’
경화가 하루에 한 번 은영이를 데리고 지하 화장실로 가는 이유를 알았다.
경화는 다른 아이들에게 화장실에 똥을 누러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것이다.
아침 등원 후 복도 끝 화장실은 아이들의 똥냄새로 가득했다.
늦게 일어나 똥을 싸고 등원하지 못한 아이들, 변비가 있는 아이들은 복도 끝 화장실에서 똥을 누곤 했는데
화장실에 있던 아이들은 똥 누고 있는 아이 화장실 문 앞에서 ‘ 누구누구는 똥 눈다 ’ 고 놀려댔고
장난꾸러기들은 교실에 있던 애들을 데리고 와서 똥 누고 있는 아이를 놀려대곤 했다.
똥 누는 아이를 놀리는 것은 장난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수줍음이나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에게는
잔인한 폭력이었다.
여자 아이들은 절대로 선교원에서 똥을 누지 않았다.
나 역시 똥 누는 것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아서 지하 화장실로 혼자 내려가서 똥을 누곤 했다.
원래 나는 지하 화장실을 무서워했지만
신기하게도 동주의 오줌싸개 인형을 받은 후 지하 화장실에 대한 무서움이 사라졌다.
경화는 자기는 밥을 먹지만 똥은 누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했다.
경화가 거짓말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선교원에서 아이들이 똥을 눌 때 가장 짓궂게 놀리던 아이가 경화였다.
특히나 여자 아이라면 경화는 더 심하게 놀려대서 여자 아이들은 경화를 싫어했다.
‘ 자신의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준 아이를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는가? ’
“ 이경화, 너는 똥 안 눠? 왜 내가 똥 누는 걸 네가 놀려? ”
“ 나는 똥 안 눠. 여태까지 똥 눠 본 적 없어. 그러니까 놀려도 괜찮아. ”
“ 거짓말, 너 왜 거짓말해? 세상에 똥 안 누는 사람이 어디 있어? ”
“ 여기 있어. 나는 너처럼 똥 안 눈다니까 ” 똥 얘기만 나오면 경화는 시침을 떼고 말했다.
자신은 똥을 누지 않는다고 말하는 경화
남자애들, 정확히 말하자면 김동주 앞에서는 절대로 똥 눈 적이 없다고 했다.
동주는 경화의 그 말에 피식 웃었고
변을 보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모든 생명체는 배변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동주다운 발언을 했다.
“ 배변이 뭐야? 그게 뭐야? ”
아이들은 웅성거렸지만 눈이 마주친 김동주와 나는 크게 웃었고, 그것이 더 경화를 자극했다.
‘ 그래 이거다. 그래서 네가 은영이 손을 잡고 매번 화장실에 갔다 이거지.
똥으로 흥한 자, 똥으로 망하리라.
경화가 다시는 은영이 손을 잡고 지하 화장실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모든 아이들 앞에서 자신도 똥을 누는 아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도록
다른 아이들을 얕보지 못하는 계략을 세우자. 생각해 내자. ‘
다음 날 아침
복도 끝 화장실에서 우성이가 사랑 반 교실로 달려왔다.
소망 반, 믿음 반, 사랑 반 아이들 모두 달려 나와 복도 화장실로 우르를 몰려갔다.
“ 은영이 똥 눈다. ”
“ 에이~ 은영이잖아. ” 은영이는 똥을 누고 나와도 아이들이
“ 은영아, 너 똥 눴냐? ” 하고 물으면 배시시 웃으며
“ 응, 나 똥 눴어. ” 하고 말했다.
다른 여자 아이들은 절대 아니라며 부정하거나 심지어 울기까지 하는데
은영이는 솔직하게 말해서 아이들에게 놀리는 재미를 주지 않았다.
아이들 모두 김 빠져하며 교실로 돌아오는데 누군가 은영이를 놀리고 있었다.
“ 아휴 ~~~ 이 구린내. 은영아, 너는 창피한 것도 모르냐?
머리가 나쁘면 창피한 것이라도 알아야지. 여자가 창피한 것도 모르고
옷도 맨날 지저분하게 입고, 머리도 감지 않고, 거기다 똥 냄새까지
으휴~ 너희 엄마는 너를 예뻐하지 않나 보다. 네가 이러고 다니는 걸 보면. “
그 말에 놀란 내가 뒤 돌아보니 은영이를 놀린 아이가 경화, 경화였다.
‘ 하하하 ’ 웃으며 경화는 다른 아이들과 섞여 소망 반 교실로 돌아갔다.
‘ 경화, 네가 은영이를 비웃어? 그리고 아줌마를 모욕해?
너는 은영이나 아줌마를 비웃을 자격이 없는 애야. 반드시 은영이에게 사과하게 만들 거야. ‘
미미인형으로 인한 앙금이 아직도 남아 있었는데 은영이를 비웃는 경화의 말에 내 분노는 폭발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