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8 똥으로 흥한 자 똥으로 망하리

part 2

by 옥상 소설가

“ 동주야, 너 그 말 믿어? 경화가 똥 안 눈다는 그 말. 그 말이 사실일까? “

“ 그게 말이 되니? 사람이 어떻게 똥을 안 눠? ”

“ 그렇지, 근데 말이야. 경화가 정말 똥을 안 누는 사람일 수도 있잖아. ”

“ 말도 안 돼. 그런 사람은 없다니까.

내가 분명히 책에서 봤다니까 사람은 똥이랑 오줌을 누지 않으면 죽어. ”

“ 책이 틀릴 수도 있잖아. 경화 말이 사실 일 수도 있고? ”

“ 너는 지금 과학책이 백과사전이 틀릴 수도 있다고 말하는 거야?

경화 말이 사실일 거라고 생각해? 경화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

“ 걔 말이 사실 일 수도 있지. 그렇지 않아? “


동주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과학책이며 백과사전을 즐겨 읽는 동주는 똥을 안 눈다는 경화의 말을 믿지 않았다.

동주의 아빠는 과학 선생님이다.

지금은 아파서 집에 계시지만 아저씨는 동주와 함께 항상 과학 책이며 백과사전을 읽고 대화를 나눴다.

동주는 아빠를 과학을 정말 좋아했고, 아빠가 과학 선생님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경화의 말은 생명의 이치를, 과학을 신봉하는 동주에게 사기꾼의 말과 같았다.

다만 동주는 경화 말의 무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 현아, 너까지 정말 경화의 말이 사실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 동주가 절망하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주는 수업 시간 내내 씩씩 거리고 있다가 쉬는 시간에 소망 반으로 달려갔다.


“ 경화야, 너 정말 똥 안 눠? 너는 매일 아침 똥 안 눈다고 했다며?

그 말이 정말이야? 사람이 어떻게 똥을 안 누고 살아? 왜 거짓말을 해? “


소망실로 간 동주가 경화에게 묻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사랑 반, 소망 반 아이들 모두 모였다.

경화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발끈했다. 김동주 앞에서 경화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 어, 그래, 나는 똥 안 눠. 똥 안 누고 살아. ”

“ 그게 말이 되니? 네가 신이야? “


경화가 열을 내며 자기는 절대 똥을 안 눈다고 바락바락 우기자 동주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동주는 경화가 자신을 속이는 거라고, 자길 바보라고 생각하는 거라고.

그래서 똥과 오줌을 안 눈다고 말하는 거라 생각했다.

동주는 여자의 마음을 모른다.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경화는 절대 동주 앞에서 자기도 똥을 눈 다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어떻게 똥이며 오줌 이야기를 하겠는가? ‘


“ 너, 진짜야? 정말 똥 안 눠? ”

“ 그래, 안 눈다고. 정말 안 눈다고. ”

“ 그래 그럼 이거 마셔봐. 이거 마시고도 똥 안 누면 내가 그 말 믿어줄게. ”

“ 뭐? ”

“ 너 이거 마셔봐. ”


동주는 열을 내며 내가 건네줬던 우유 한 팩을 경화에게 내밀었다.

선교원에서 아침마다 나눠주는 흰 우유. 경화는 선교원에서 우유를 절대 마시지 않았다.

나는 경화가 흰 우유를 마시면 금방 설사를 한 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경화 아줌마는 경화에게 멸균 우유나 탈지분유만 먹이셨다.


“ 싫어, 내가 그걸 왜 마셔? 나 우유 싫어해. ”

“ 그럼, 넌 거짓말하는 거야. 너 우유 마시면 설사하지?

우유 안 마시는 사람은 대부분 우유 마시면 설사해. 그래서 우리 누나도 우유 안 마셔.

증명해봐. 마셔봐. 이 우유 안 마시면 넌 여태까지 우리한테 거짓말한 거야. “

“ 그래, 마셔, 마셔. 마셔봐. 너는 똥 안 눈다며, 마셔 봐. ”

“ 경화, 너 저번에 내가 똥 눴을 때, 내 똥 냄새가 제일 고약하다고 했었잖아.

마셔봐. 정말 네가 똥을 안 누는지 한번 보자. “

“ 똥을 안 누는 사람이면 설사도 안 하겠지. ”


경화 주위로 똥으로 인해 경화에게 놀림당했던 여자 아이들이 사납게 달려들었다.

주위 아이들이 어서 마시라고 성화하자 경화도 더 이상 마시지 않고는 못 배겼다.

경화가 우유 한 팩을 다 마시자 아이들은 모두 교실로 돌아갔다.

만들기 시간이 다 끝나고, 소망 반 창문 너머로 경화를 지켜봤다.

분명 경화에게 설사의 신호가 온 게 분명했다. 게다가 소망 반은 체육 활동까지 했다.

경화의 얼굴은 초주검으로 변해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런 경화의 얼굴을 알아차리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놀이에 빠져 똥을 안 눈다는 경화의 말은 다 잊은 듯하다.


경화가 갑자기 은영이에게 가서 은영이 어깨를 잡아 흔든다.

은영이는 다른 아이랑 계속 놀기 위해 고개를 젓는다.

경화가 자두맛 캔디를 주어도 은영이에게 통하지 않는다.

자두맛 캔디 한 봉지를 가방에 넣고서야 은영이가 경화 손을 잡아줬다.

은영이와 경화가 복도로 걸어 나왔다. 자신을 지켜보는 나를 보자 경화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 은영아, 사랑 반 선생님이 너 오래. ”

“ 아니야, 은영이는 나랑 식당에 다녀올 거야. ”

“ 은영이랑 네가 왜 식당에 가? 점심은 다 먹었는데.

은영아, 선생님이 너 꼭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얼른 가자. “


은영이의 손을 잡고 우리 반 교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경화가 은영이 손을 더 꽉 잡고 복도로 끌어당겼다.


“ 왜 그래? 은영이는 나랑 식당에 가야 한다고 ”

“ 야, 이경화. 너 왜 은영이 괴롭혀? 은영이는 나랑 가겠다고 하는 데 은영이를 데리고 어디로 가는 거야?

너, 혹시 화장실 가려고 하는 거야? 너 똥 누러 화장실 가는 거 아니지? “


내가 사랑 반, 소망 반, 믿음 반 아이들 모두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외치자

아이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모두들 쏟아져 나와 은영이, 나, 경화를 둘러쌌다.


“ 아니야, 아니라고. 난 화장실 안 가. 나 지금 은영이랑 식당 가려고 하는 거야. 빨리 비켜. ”

“ 거짓말, 너 거짓말하는 거지? 은영이랑 지하 화장실 가려고 거짓말하는 거지? ”

“ 뭐? 지하 화장실, 너 그럼 여태까지 우리 몰래 지하 화장실에 가서 똥을 눈 거야? ”

“ 경화, 너 진짜 지금 지하 화장실 가는 거야? ”

“ 진짜야? 너 똥 안 눈다며? ”

“ 뭐야? 너도 똥 누면서 우릴 계속 놀린 거야? ”

“ 아니야, 아니라고. 나는 똥 안 눈다고 ”


경화의 얼굴이 새 빨개졌다. 그렇게 빨개진 얼굴은 본 적이 없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움직이지도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 갑자기 경화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갑자기 똥 구린내가 사방으로 풍겼다.


“ 윽~~~ 냄새, 악~~ 똥냄새 ”

“ 누구야? 누가 방귀 뀌었어? ”

“ 아니야, 이경화다. 이경화가 똥 눴다. 이경화가 똥 누고 있다. “


짧은 노랑 치마와 팬티를 뚫고 설사가 경화 허벅지와 종아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푸드덕푸드덕 소리를 내며 노란 치마보다 더 노란 설사가 흘러내린다.


“ 와~~~ 푸하하 ” 아이들은 경화에게 손가락질하며 경화의 다리와 종아리를 가리켰다.

“ 이경화가 똥 눴다. 경화는똥보 ” 하며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들은 똥 노래를 부르며 춤까지 췄다.

울면서도 경화는 흘러내리는 설사를 멈추지 못했다.

휴게실에서 사랑 반 선생님이 깜짝 놀라 주저앉아 울고 있는 경화를 데리고 화장실로 가셨다.

소망 반 선생님은 코를 막고 경화의 설사를 치우고 계셨다.

아이들은 똥 노래를 부르며 자기 교실로 돌아갔고, 우는 경화를 달래주는 건 오직 은영이 밖에 없었다.

은영이만 화장실로 가서 경화 옆에 있어줬다.

나는 승리감과 환희로 웃음을 지으며 내 자리로 돌아왔다.


‘ 내가 이겼다. 내가 경화를 울렸다. ’


왼쪽 얼굴이 따끔거린다. 김동주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나는 움찔해졌다. 동주의 표정을 보고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동주는 조금 전 자기 한 행동을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주일이 지나도 경화는 선교원에 오지 않았다. 집 앞에도 나오지 않아 경화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동주가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 현아야, 우리 경화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말하자. ”


경화에게 찾아가 사과하자고 말하는 동주

동주는 어리고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유치한 것은 동주가 아니라 ‘ 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피했다. 그런 나를 동주에게 모두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


“ 싫어. ” 나는 쾅 대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왔다.

선교원에 같이 가자고 동주가 나를 데리러 오기 전에 엄마랑 먼저 선교원에 가버렸다.

선교원에서도 동네에서도 나는 동주를 피했다. 동주를 보면 마음이 까끌까끌하고 땅만 쳐다보게 된다.

동주는 내 주위를 돌다가 술래 인양 나를 잡고 말을 걸었다.


“ 현아야, 나 어제 경화네 집에 갔었어.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

“ 그랬어? 경화는 만났어? ”

“ 아니, 경화가 창피하다고 가라고 했어. 문도 안 열어줘서 대문 틈으로 간신히 미안하다고 말했어. “

“ 경화는 뭐래? ”

“ 알았데. 알았으니까 그냥 가라고 해서 왔어. ”

“ 응 ”

“ 너는? 너는 경화 본 적 있어? 경화, 계속 안 오고 있잖아. ”

“ 아니, 본 적 없어. ”

“ 경화 집에 안 갔어? 경화한테 미안하다고 얘기해야 하지 않아? ”

“ 아니, 내가 왜? 내가 왜 미안하다고 얘기해야 해?

“ 어?....... ” 깜짝 놀란 듯동주가 나를 쳐다봤다.

“ 내가 왜 경화한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데? ”


내가 화난 얼굴로 동주를 쳐다보며 되묻자 동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현아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나중에 경화한테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할 수도 있잖아. 그러다 영영 멀어지면 후회하지 않을까? “

“ 아니, 난 경화한테 안 미안해.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 없어.

미안하지도 않으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이니까.

나는 거짓말은 안 해.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을 거야. 경화를 찾아가지도 않을 거야. “

“ 현아야, 너랑 경화는 친했잖아. 어쩌면 경화는 네가 오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나도 그런 적 있는 데, 누나랑 싸우고 밉다가도 누나가 빨리 와서 사과하고

나랑 다시 놀 길 바란 적이 있었는데. 경화도 그렇지 않을까? “

“ 너, 왜 자꾸 나한테 경화 얘기하니? 나는 듣기 싫은 데. ”

“ 그래, 알았어. 네가 정말 싫다면 어쩔 수 없지. ”


동주의 말은 얼음처럼 차갑고 시렸다. 동주는 뒤돌아서더니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동주랑 눈이 마주칠 때마다 경화에 대한 죄책감이

물속으로 눌러도 다시 떠오르는 고무 튜브처럼 올라왔다.

웃고 있는 은영이 얼굴에선 경화의 얼굴이 보였다.

그 날 이후 동주는 우리 집에 놀러 오지 않았다. 선교원에서 가끔 눈이 한 번씩 마주칠 뿐이었다.

동주는 아침이면 항상 나를 데리러 왔고, 집에 갈 때도 나와 같이 갔다.

항상 내 옆에서 공룡 이야기며, 미래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보라고 말하곤 했다.

내가 미래의 얘기를 하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신이 나서 자기가 더흥분해서 말하곤 했다.

그런데 동주는 내가 없는 사람인 듯그렇게 가버렸다.

‘ 치~ 상관없어. 동주도 경화도 이제 나랑은 상관없어. ’

경화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종일 집에만 있는지, 어디에도 나가지 않았다.

오다가다 하루에 몇 번씩은 마주치곤 했는데 우연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 편이 훨씬 나았다. 만나도 할 얘기도 없으니까


가끔 경화 할아버지한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경화랑 사이좋게 지내라고 했는데. 그러겠다고 약속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 지면, 서랍을 열어 신발 상자를 꺼내 얼굴이 까만 미미를 꺼냈다.

그러면 사과하고 싶은 마음도 밥상 위에 계란말이가 없어지듯 금방 사라져 버렸다.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데 경화네 집에서 아줌마 목소리가 들렸다.

옆에서 ‘ 엄마, 엄마 ’ 하는 경화의 목소리도 들렸다.

대문 틈으로 아줌마의 치마가, 경화의 종아리가 살짝 보였다.


“ 현아야, 이제 갔다 오니? 선교원에서~ ”


나는 아줌마의 목소리를 못 들은 척, 재빠르게 뛰어가서 대문을 닫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경화가 선교원에서 치마에 똥을 싼 날 이후 아줌마도 할머니도 나를 혼내지 않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할머니가 찾아와 나를 혼내고, 우리 엄마의 염장을 질렀을 텐데.

경화 할머니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 차라리 할머니한테 혼나면, 욕이라도 들으면 더 편할 텐데. ‘


경화네 식구들이 보이면 얼른 굴뚝 기둥이나 대문 기둥으로 숨어버렸다.

미안하다는 말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경화가 조금씩 손톱만큼씩 보고 싶어 졌다.


‘ 이제 선교원에 다시 나와도 될 텐데. 아이들은 다 잊어버렸을 텐데. 놀리지도 않을 텐데

아니야, 경화가 알아서 하겠지.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야. ’




“ 현아야, 현아야~ ” 누가 우리 집 대문을 두들긴다.

“ 어? 은영아! 너 어떻게 우리 집에 왔어. ”

“ 현아야, 안녕! ”

“ 아줌마, 은영이랑 같이 오신 거예요? ”

“ 응, 엄마는? ”

“ 네, 집에 계세요. 엄마, 은영이랑 아줌마 왔어. ”

“ 어머~ 은영이 왔구나. 은영 엄마, 이리 들어와. ”


엄마는 은영이 아줌마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왔다. 은영이는 나랑 마루에 앉아 있었다.


“ 현아야, 우리 경화 보러 가자. 경화랑 놀자. ”

“ 응? 경화? 왜? 너 경화 놀고 싶어? ”

“ 응 ”

“ 왜? 경화는 맨날 너 놀리기만 하고,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만 너랑 놀아 주잖아?

경화는 착한 애가 아니야. 친구도 아니야. 난 경화가 싫어. “

“ 그래? 경화가 나빠? ”

“ 그래, 경화는 나쁜 친구야. ”

“ 현아야, 그래도 난 경화랑 놀고 싶어. ”

“ 왜? ”

“ 나도 착했다가 나빴다가, 착했다가 나빴다가 맨날 변해.

우리 엄마가 친구랑 싸워도 다시 화해하고 잘 놀라고 했어. 경화도 우리랑 놀고 싶을텐테, 심심할 텐데. “

“ 그럼 경화가 사과를 해야지. 걔가 잘못을 했으니 먼저 사과를 해야지. ”

“ 왜? ”

“ 잘못한 사람이 먼저 사과를 해야 하는 거야. ”

“ 싫어 ”

“ 뭐가? 뭐가 싫어? ”

“ 그럼 같이 못 놀고 경화가 사과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

내가 먼저 사과하고 같이 놀래. 그게 혼자 있는 것보다 더 재미있어. “

“ 은영아, 이제 가자.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일찍 자야지. 내일 선교원 가려면 ”

“ 에이~ 저녁 먹고 가라니까. ”

“ 아니요, 밥이랑 반찬이랑 다 준비해놓고 나온 거예요. 형님, 나중에 다시 놀러 올게요. “

“ 그래, 어서~ 조심해서 가. 은영이 아줌마 집에 다시 놀러 와. 아줌마가 맛있는 밥 해줄게. “

“ 네, 아줌마 안녕히 계세요. 현아야, 내일 보자. ”


은영이가 한 말이 머리에서 빙빙 돌아 밤새 잠을 자지 못했고

주아 언니는 그만 뒤척거리라고 짜증을 냈다.

나도 화를 내야 하지만 대꾸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마치고, 선교원에 가려고 운동화를 신고 있는데

‘ 똑똑똑 ’ 누가 우리 집 대문을 두들겼다.

‘ 동주인가? 동주가 같이 가자고 온 건가? ’


나는 대문을 빼꼼히 열었다. 경화였다. 경화가 우리 집 대문에 서 있었다.


“ 현아야, 같이 가자. 우리 같이 선교원에 가자. ”

“ 어? ” 나는 놀라서 경화를 쳐다봤다.

“ 미안해. 그동안 너한테 못되게 굴어서 미안했어.

오늘 선교원에 가서 은영이한테도 다른 친구들한테도 미안하다고 말할 거야.

그리고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낼 거야. ”

“ 경화야, 내가 미안해. 내가 미안했어. ”

“ 아니야, 그동안 내가 너 괴롭혀서 미안했어.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우리 엄마도 맨날 네 칭찬만 해서 너한테 화가 났었어.

그래서 내가 너한테 못되게 군거야. 이젠 안 그럴게. 은영이한테도 못되게 굴지 않을 거야. “

“ 경화야, 고마워.

우리 동주한테 가서 같이 가자고 말하자. 은영이 집에도 가서 같이 가자고 말하자. “

“ 그래 ”

“ 동주야, 동주야, 빨리 나와. 선교원 같이 가자. ”


경화랑 나는 손을 잡고 동주네 초인종을 눌렀다.

‘ 후다닥~ ’ 달려오는 소리가 나더니 동주가 가방을 메고 대문을 연다.

우리를 보더니 동주가 씩~ 웃는다.


“ 가자. 우리 은영이 집에 누가 먼저 가나 달리기 시합하자. ”

“ 그래, 가자. ”

“ 요잇~ 땅!!! ”

이전 07화ep- 7  내가 좋아하는 은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