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 시집 간 딸은 간병할 수 없다.

영자 이야기

by 옥상 소설가

결혼 한 딸은 친정 부모를 간병할 수 없는 걸까?

“ 지후야, 너 요새 왜 이렇게 살이 빠진 것 같니?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거야? 아니면 어디가 아픈 거야? “


“ 은서가 지금 일산병원에 가있어.

장모님이 이번에 허리 수술을 하셨어.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계셔야 해.

은서가 병원으로 퇴근하고 장모님 옆에서 자고 출근해.

많이 힘들 텐데. 병원 밥도 맛없고, 잠자리도 불편할 텐데.

목소리는 오히려 더 밝아. 장모님이랑 오랜만에 둘이 있으니까 좋은 가봐.

밥은 내가 챙겨 먹는데 혼자 있어서인지 밥이 먹히지가 않네. “
“ 뭐라고? 너 혼자 있다고?

아니, 걔는 왜 거기서 출, 퇴근을 해? 언니들도 다 있는 데. “


“ 처형들이 있긴 하지만 조카들 등교시키고 나서 다 출근하잖아.

처형들 바빠. 우리는 애가 없으니 시간도 되고

수술비, 입원비, 주간 간병비들은 처형들이 대기로 하고

은서는 밤에 장모님 간병하기로 자매들끼리 결정한 거야.

우리는 얼른 돈 모아서 집사라고 비용은 언니들끼리 알아서 낸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데.

장모님도 간병비가 부담스러운지 저녁에는 아무도 없어도 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밤에 보호자가 없어?

밤에 자다가 사람이 있어야지. 일어나시지도 못하는데

화장실 문제며 갑자기 응급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은서가 걱정하는 게 안쓰럽더라고, 표정도 영 불안해 보이고

내가 장모님 걸어 다니는 게 가능해지면 그때 오라고 했어.

결혼하고 나서 은서가 친정이나 장모님 일에는 전혀 신경 써주지 못했잖아.

마음 아파해. 나는 알아서 잘 챙겨 먹으면 되니까 이번에 장모님 잘 챙겨드리고 했어. “


“ 아니, 너는 그게 말이 되니?

그리고 너네 장모도 시집간 딸이 남편 있는 집에도 안 들어가고 병원에 있는 데 그걸 그냥 두고 있는 거야?

참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이네.

그 집도 큰 며느리 있잖아? 병간호는 며느리가 하면 되는 거지.

병원에 있으라고 한 너나 , 병원에 가 있는 은서나. 그렇게 내버려 둔 너의 처가나 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

“ 내가 어리지도 않잖아. 밥은 챙겨 먹으면 되는 거구.

형님들이 여태껏 어머님 병원비며 생활비 용돈 다 챙겨주셨는 데 그 정도는 해야지.

그리고 저번에 무릎 연골 수술도 하셨었데.

우리 알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일부러 말 안 하셨는데 허리를 다친 건 큰 일이니까 그래서 알리신 거야.

은서한테 뭐라고 하지 마.

병원에서 먹고 자고 출근까지 하려면 힘들어. “


“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니?

난 진짜 걔나 걔네 친정 마음에 안 든다.

아무리 그래도 시집간 딸인데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


“ 엄마, 우리 일이니까 우리가 알아서 할게. 그냥 둬요. ”


“ 너 얼굴 살 빠진 거 봐라. 볼이 그냥 홀쭉해졌다.

가뜩이나 마른 애가. 얼굴이 아주 말이 아니네.

밖에서 먹는 밥이 영양가가 있겠어? 순 조미료 덩어리지.

신선하지도 않고, 집에서 먹는 밥이랑 식당 밥은 다른 거야.

그리고 걔는 친정에서 그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알려줘야지.

내가 모르기만 하면 되는 거야? “


“ 엄마, 그냥 둬요, 우리가 알아서 할게.

괜히 은서한테 뭐라고 하지 마. 내가 괜히 말해가지고. “


“ 알았어. 암말도 안 할 테니까 오늘부터 저녁 집에 와서 먹어라.

내가 아버지한테 말해 놓을 테니. “


속에서 천불이 났다.

친정 엄마가 아프다고 집안일이며 남편 밥이며 다 내팽개치고 엄마가 입원한 병원으로 간 여자는 본 적이 없다.

나한테 알려라도 주든가.

그러면 내가 지후 밥이라도 챙겨 먹였을 텐데.

가게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청소에 빨래 거기가 밥은 맨날 사 먹고

제대로 살았을 리가 없다. 그렇게 지후가 일주일을 살았다니.


결혼하면 시집가면 끝이지. 사돈도 이해가 안 간다.

시집간 딸이 병원에서 자고 출퇴근한다고 하면 그걸 뜯어말려야지. 내버려 두는 엄마가 어디 있나?

참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이다.

지후가 암말 하지 말했으니까 참고 넘어가야지.


‘ 속이 터진다. 터져. ’

집으로 가는 길에 지후가 좋아하는 소고기를 사러 마트에 들렸다.

고깃집 사장님은 요새 통 며느리가 보이지 않는다며 한 마디 물었다.


“ 요새 통 며느리가 보이질 않네요.

일주일은 된 것 같은데. 일주일에 두세 번은 삼겹살이며 불고기감 사러 들리곤 했는 데

어디 갔나 봐요? “


“ 네? 일주일이 넘게나 안 보였어요? ”

“ 네, 한 열흘쯤 된 것 같은데 그래서 전 어디 다른 가게라도 가시는 줄 알았어요. 아닌가? ”

“ 아, 친정에 일이 있어서 친정에 좀 보냈거든요.

그래서 통 못 들린 거예요. 여기가 고깃감이 좋은 데 어딜 가겠어요?

사장님, 불고기감으로 좋은 거 주세요. 뭇국도 끓일 거니까 양지머리도 주시고요. “

“ 네, 알겠습니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 분명히 일주일 됐다고 했는 데 왜 고깃집 사장님은 열흘이 넘게 안 보인다고 했지?

지후가 나를 속이는 건가?

지 마누라 감싸느라고 일주일이라고만 한 건가?

아님 은서가 일주일 정도만 됐다고 말하라고 지후한테 시킨 건가?

이 물러 터진 놈 같으니. 지 마누라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말하고. ‘


지후 먹일 저녁을 준비하느라 서둘러 집으로 왔다.

청소기를 돌리고 정리를 하고 불고기감을 재우고 뭇국을 끓인다.

열흘이 넘게 제대로 먹지 못했으니 잘 먹여야지.


' 보글보글 ' 끓는 국을 보다 내속이 ' 부글부글 ' 끓기 시작한다.

‘ 요것들 봐라. 아니지, 은서가 문제다. 지 서방 알기를 아주 우습게 아네.

아무래도 내가 한마디 해야겠다.

얼마나 시어머니며 시집을 우습게 알면 이주가 넘게 친정에 가있어?

가기 전에 어른들한테 말이라도 하고 허락이라도 받고 가야지.

순진한 남편한테 거짓말이나 시키고

애가 그냥 얼마나 못 먹었는지 살이 쏙 빠졌네. ‘


저녁밥을 준비하다 말고 도마에서 칼을 내려놓았다.

저녁밥이 대수인가? 당장 은서한테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겠다.

지금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속이 터질 것 같다.

지금 퇴근할 시간이니까 전화는 받겠지.

“ 여보세요. 네 어머니 ”

“ 그래, 은서야 나다. ”

“ 네, 어머님 ”

“ 너 지금 퇴근하는 길이니? ”

“ 아니요, 아직 이제 퇴근해야죠. ”

“ 아까 가게에서 지후한테 얘기는 들었다.

사돈, 허리 수술하셨다고 이제 괜찮으시니? “

“ 아, 네, 많이 좋아지셨어요. ”

“ 엄마 병간호하는 건 좋은 데 너는 시집간 딸이잖아.

네가 시집을 안 갔으면 거기서 퇴원할 때까지 있어도 상관없는 데.

넌 엄연히 결혼도 했고, 남편도 있어. 그런데 일주일이 넘게 병원에서 자는 게 말이 되니? “


“ 네? 갑자기 왜? 지후 씨가 어디 아픈가요? 아님 뭐라고 하던가요? ”

“ 걔가 어디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힘들다고 말할 애니?

내가 요새 걔 꼴이 말이 아니라서 너도 알고 있는지 확인하러 전화한 거다.

너 요새 지후 얼굴 본 적 있어? 걔 볼 살이 얼마나 빠졌는지? 봤니? “


“ 네, 어머님.

저는 지후 씨가 계속 엄마 옆에서 잘 돌봐드리라고 하고

자기는 잘 알아서 챙겨 먹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 계속 병원에 있지만은 않아요.

나흘에 한번씩은 대방동 집에 와서 청소도 하고 세탁기도 돌리고 밑반찬이랑 국이며 싹 만들어놔요.

금방 한 밥 한 공기씩 랩에 싸놔서 냉동실에 넣어놨어요.

밥은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반찬이랑 끓여놓은 국이랑 먹으면 충분히 먹을 수 있어요.

그렇게 해도 된다고 지후 씨가 허락을 했어요. “


“ 냉동밥이랑 며칠씩 같은 국을 먹으라고 밑반찬이랑?

지후가 그런 밥을 먹겠니? 너 걱정할까 봐 먹었다고 했겠지.

난 그렇게 밥 먹이질 않았다.

매끼 따끈하게 밥 지어서 반찬 해서 먹였어.

지후가 입이 좀 짧니? 너도 알잖아? 걔 식성 까칠한 거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밥을 먹으라고 했다고

참~ 기가 막힌다. 넌 결혼을 했잖아.

결혼을 했으면 친정 일로 그렇게 이주가 넘게 들어오지 않는 건 잘못된 거야.

너도 그렇고, 그렇게 내버려 둔 사돈도 난 이해가 가질 않는구나. “


“ 엄마랑 언니들은 다 오지 말라고 했어요. 걱정하지 말고 너희들끼리 잘 살라고 했지만

어떻게 그래요? 저도 자식이고 딸인데 수술비에 간병비 큰돈이에요.

언니들이 다 부담하고 저희는 저녁에 엄마만 지키기로 했어요.

언니들도 다 출근하고 애들도 학교 보내야 하고 많이 힘들어요.

병원비만 내고 아무것도 안 하고 저한테만 시키는 거 아니에요.

언니들 형부들 조카들 퇴근해서 한번씩 병원에도 들리고 조카들도 수시로 와요.

저는 시집와서 친정 일에는 전혀 도움이 된 적이 없었어요.

엄마도 간병인이랑만 있으면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이야기하고 싶은 상대가 필요하고 외롭기도 하고.

그래서 친청 식구들은 다 말리는 데 제가 밤에 만이라도 엄마 옆에 있겠다고 한 거예요.

제 마음 편하려고요. “


“ 그래도 잠은 집에서 자야지.

너희 오빠 처도 있잖아. 새언니는? 새언니는 뭐하니?

큰 며느리도 있는데 그런 건 큰 며느리가 하는 거야. “


“ 새언니가 있긴 하지만 오빠랑 그다지 사이도 안 좋고 엄마도 새언니는 불편해하세요.

몸이 아픈데 불편한 사람이랑 있으면 더 힘들어요.

저도 시집가서 엄마랑 얘기도 못하고, 용돈도 잘 챙겨드리지 못해서 같이 시간을 좀 보내고 싶기도 했어요.

어머니, 다음 주까지만 있을게요.

다음 주면 엄마가 일어나서 걸어 다닐 수 있으니까 그때까지만 있을게요.

제가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


“ 뭐라고? 다음 주면 열흘도 더 남은 거잖아.

너 지금 지후 살이 얼마나 빠졌는 줄 아니? 애가 볼살이 홀쭉하게 빠져서

내가 아주 너무 속상하더라.

너는 니 남편은 내 팽개쳐 버리고 친정엄마한테 그렇게 달려가는 게 말이 되니?

오늘 퇴근하면서 당장 집으로 와라.

집으로 오지 않으면 들어올 생각 하지 마.

오늘 안 오면 문 열어주지 말라고

지후한테도 내가 그렇게 말해 놓을 거야.

네가 아주 시부모나 시댁을 우습게 아는구나. “


은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 너, 왜 대답이 없어?

내가 분명히 말했다. 오늘 퇴근하면서 대방동 집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너는 들어 올 생각이 없는 거다.

오늘 안 들어오면 계속 친정에서 살거라. ”

“ 어머니, 그럼 이번 주말까지만이라도 있을게요. ”

“ 아니, 오늘 대방동 집으로 들어오너라. ”

“ 갑자기 어떻게 그냥 가요? 돌봐줄 사람이라도 구하고 언니들이랑 의논이라도 해야죠. ”

“ 아니 오늘 퇴근하면서 본가에 들려라. ”


갑자기 ' 흑흑흑....... '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긴 정적이 흘렀다.


“ 너, 내 말 안 들리니? 못 들었어? ”

“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겠습니다. ”

“ 그래 들어오너라. 퇴근하면서 본가로 지후랑 같이 저녁 먹으러 오너라. ”

“ 네, 알았습니다. ”


‘ 그렇지 , 들어와야지. 들어오는 게 맞는 거지. ’


이제야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지후가 좋아하는 불고기랑 뭇국을 끓여야겠다.

이주가 넘게 혼자서 그 맛없는 밥을 먹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은서도 없는 집에 혼자서 자느라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만했으면 됐다. 시집간 딸이 그 정도 했으면 된 거다.


친정엄마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남편 끼니며 집안일은 신경 쓰지도 않고 친정 일에만 매달리는 것은 시집간 며느리가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어디에든 지켜야 할 법과 도리는 있는 법이다.


‘ 시부모가 아프면 은서가 지 엄마한테 하듯이 할까? ’

‘ 친정 엄마한테 하듯이 우리한테도 그러겠지. ’

국을 끓이다 갑자기 사돈한테 묘한 질투심과 불안감이 들었다.


‘ 엄마한테는 딸이 있어야 한다더니. 그 말이 맞는구나.

아니야, 둘이서 잘 만 지내면 딸 같은 며느리도 될 수 있고

친정 엄마 같은 시어머니도 될 수 있다. ’


시집가면 시댁 식구이지 더 이상 친정식구는 아니다.

은서는 이제 우리 집 식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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