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 어머님도 딸이면서 저를 이해할 수 없나요?

세희 이야기

by 옥상 소설가

“ 어머님, 지후 씨는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밥 정도는 혼자 차려 먹을 수 있는 나이고 밖에서 사 먹어도 괜찮습니다.

지후 씨가 혼자 밥 먹는 다고 어머님께 말씀드린 것

어머님이 아들이 혼자 밥 먹는 모습이 안쓰러운 것은 이해가 가지만

저에게 당장 오라고

아픈 친정엄마를 두고 무작정 오라고 한 것은 너무 하셨습니다.

혼자서 밥 차려 먹는 남자도 많고, 사 먹는 남자도 많습니다.

어머님도 외동딸이셨고 할머님 돌아가실 때 마음 아파하셨잖아요.

생활비며 병원비 다 보태드리셨으니 제 마음이 어떨지 이해가지 않으세요?

제가 놀러 간 것도 아니고

친정엄마 쓰러지셔서 수술한 것 간병하러 간 것뿐입니다.

제가 시집와서 친정에 뭐 하나 해 준 것 없습니다.

추석이며 설이나 연휴 어버이날

엄마 생일이어도 고작 십만 원 이십만 원 많이 드려야 삼십만 원이었습니다.

친정에서도 얼른 돈 벌어서 집 장만하라고

저희들에게 일체 돈 들어가는 일은 말하지도 손 벌리지도 않았습니다.

엄마 수술비 병원비며 치료비 모두 저에게 비밀로 하고 마련해서 해결 해왔습니다.

장 보러 가면 시장 봐주고 봄, 가을마다 옷 사주고 용돈 주고

언니들은 저를 배려해서 해 줄 것은 다 해주었습니다.

도대체 저의 친정이 뭐가 그렇게 잘못되고 이해가 안 가는가요? “


“ 너, 너, 너....... 지금 너 말하는 그 자세가 틀려먹었다.

너 이게 시어머니에게 할 소리야.

내가 입바른 소리 했다고, 그게 마음에 안 들어서 이렇게 달려와서 나한테 따지는 거야?

어른한테 이렇게 싸가지 없이 하는 거니?

친정에서 이렇게 배웠니? 어른한테 이렇게 말하라고?

니가 아주 배워먹은 게 없구나. 그래 그렇다면 보여주마.

내가 시댁의 맛이 얼마나 매운 지를. 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 지를

너, 내가 이제부터 제대로 보여줄게. 얼마나 내가 무서운 사람인지.”

“ 네, 어머니 기억하셔야 할 게 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잘해주는 사람한테는 잘하고, 고약하게 구는 사람한테는 고약하게 굴었어요.

받은 만큼 그대로 돌려주었어요.

좋은 것을 항상 두 배로 갚으려고 했고, 저에게 못되게 굴면 반드시 되갚아 주었습니다.

어머님이 주시는 만큼 받고,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

“ 니 엄마한테서 이렇게 배웠니?

어른한테 또박또박 말대꾸하고 눈을 치켜뜨고 그렇게 말하라고

어른이 잘못한 게 있어도 일단은 숙이고 들어와야지.

그게 어른에 대한 도리지. 그렇게 따지고 드는 게 그게 가정교육 잘 받은 거니?

니 언니들이나 오빠 너 다 그렇게 배웠니? 오냐, 그래

그렇게 잘 배워서 니가 이렇게 나한테 구는구나.‘


“ 네 어머님.

저희 부모님은 이혼했지만 자식한테는 함부로 하지 않으셨습니다.

잘못한 일이 있으시면 사과하셨고, 미안해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지방이며 외국으로 일을 가셔서 자식들하고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어도

함부로 말씀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어른도 실수라는 걸 하고, 사과할 수도 있는 것을 보여주셨어요. “

“ 그래 아주 잘 키웠구나. 잘 키웠어.

아주 잘 키워서 네가 이모양으로 시어머니한테 따지는 구나? “


“ 부자는 아니어도, 넉넉하지는 않아도 자식들은 잘 키웠습니다.

저희 형제들 누구 하나 남에게 손가락 질 받지 않고 피해 주지 않고 살았습니다.

항상 주변을 도왔으면 도왔지 해는 끼치지 않았습니다.

경우 없다 소리는 듣지 않고 자랐어요.

어머님, 지후 씨한테는 어떻게 하셨나요?

대기업에 취직할 수도 있었고, 미국에 있는 연구소에서도 오라고 했습니다.

최고의 기술 대학원에 입학까지도 할 수 있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장사해서 돈 많이 벌면 회사나 공부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니가 취직하거나 공부하면 남은 식구들은 어떻게 먹구 사냐며

두 분이 독서실에 끌어 앉히셨습니다.

이 좁디좁은 갑갑한 곳에 젊은 지후 씨를 앞길이 창창한 지후 씨를 앉혀서

두 집안을 먹여 살리게 한 겁니다.

어린 아들에게 두 분 밥을 먹이게 한 겁니다.

한 번이라도 어머님이나 아버님 도련님 모두 지후 씨한테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 한 적 있나요?

도대체 미안한 마음이 후회하는 마음이 있기라도 한가요?

저는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제 자식이 아니어도 가슴이 쥐어 뜯기듯 아픕니다.

착한 지후 씨가 부모 말만 믿고 다 포기했던 지후 씨가 너무 불쌍합니다.

세상에 그런 부모가 어디 있을까요?

자식을 키워주는 부모만 봤지. 자식 등골 빼먹는 부모를 시집와서 보네요.

그런데 제가 저의 친정이 개념이 없고, 예의가 없고 막데 먹었다고요.

그건 어머니 입에서 나 올 소리가 아닙니다. “


시어머니가 벌벌 떨고 있었다.

한 겨울 찬 얼음물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이빨까지 덜덜덜 떨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눈은 분노로 가득 차서인지 빨갛게 되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갑자기 현우의 방이 확 열렸다.


“ 그만 해. 그만해. 다들~ 지금 뭣 들 하는 거야? “

“ 니 형수 봐라. 아주 가관이다. 너 빨리 형 불러

내가 너를 들이는 게 아니었는데. 그 점쟁이들 말이 맞았어.

네가 아주 우리 집을 망치는구나.

형제 사이를 다 이간질시키고, 부모 자식 사이를 갈라놓는구나. “

“ 그러게요. 저도 이런 집인 줄 알았으면 결혼 안 했을 거예요.

제가 항상 죄송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네요. "

“ 너 정말, 정말 아주 막 나가는구나. ‘

“ 네 어머님이 함부로 말씀하시면 저도 함부로 말할 거고

막 하시면 저도 막대해 드릴 거예요. “

' 아악~~~ ' 현우가 소리쳤다.


“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들이야?

형수 우리 엄마한테 이렇게 말해도 돼요? 이렇게 막 행동해도 돼요? “

“ 네, 어머님이 저한테 막 하시니 저도 막 하는 수밖에 없어요.

도련님, 도련님도 앞으로 책임감 있게 일하세요.

저는 도련님 친누나가 아니에요. 지후 씨가 도련님 때문에 일을 더 하게 되는 것도 싫어요.

형한테 함부로 말하지도 마시고 책임감 있게 가게 일 하세요. ”


시동생은 처음에는 놀란 눈을 하다 나중에는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보며 말없이

나의 말을 듣고 있었다,

“ 현우야 너 가게 나가서 형 데리고 와.

지 처가 이 에미한테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꼴을 보이고 있는지 니 형이 봐야 해. “

“ 도련님 형 불러오세요. 다 모여야 해결이 되겠네요. “

전화를 걸고 지후에게 말했다.


“ 오빠, 본가로 와.어머님이랑 얘기를 하는 데 오빠가 와야겠어. “

“ 왜? 무슨 일이야? 너 지금 엄마랑 싸우고 있니? “

“ 응, 와서 얘기해.

도련님이 이제 곧 나갈 거니까 본가로 지금 당장 와. “


십 여분이 지나서 지후는 헐떡거리며 들어왔다.

거실에 있는 나와 시어머니는 먹잇감을 기다리는 사자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후를 기다렸다.

지후를 보자 시어머니가 대성통곡을 시작했다.

일제 시대 강제로 징용 끌려가는 아들을 보는 것처럼 지후를 붙잡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 내가 이 꼴을 보려고

며느리가 나한테 하는 짓을 보려고 너희 둘을 키웠니?

너 알지? 네 아빠가 얼마나 나한테 고약하게 굴었니?

나는 다 참고 살았다. 너나 현우 둘 키우려고 다 참고 살았어.

그런데 이걸 봐라. 은서가 하는 짓을 얘가 하는 말을 들어봐. “

“ 어머님, 저한테 더 이상 은서라고 부르지 마세요.

저는 은서가 아니에요. 제 이름은 세희에요. 더 이상 저를 은서로 부르지 마세요.

제 이름은 세희. 제 원래 이름 세희로 불러주세요. “

“ 뭐라고? 이게 진짜?

지후야 이것 봐. 니 처가 하는 말을 행동을 봐라.

너 오기 전에는 굉장했어.

나한테 이제부터 막 할 거라고 자기한테 잘하라고

내가 시어머니 노릇하면 자기도 나한테 똑 같이 할 거라고

아주 눈에 쌍심지를 켜고 말하더라.

아주 본데없이 자라서 시어머니한테 말하는 꼬락서니가 “

“ 어머님 어머니는 잘 보고 배우고 자라서 며느리한테 그렇게 말하시나 봐요.

아들 인생 가로막고 사셨나 봐요.

제 주변에도 어머니 같은 분 없으세요. 앞으로 저는 참고 살지 않을 겁니다. “

시어머니는 바닥에 엎드려 손으로 방바닥을 내리치며 울기 시작했다.

정말이나 자신의 인생이 억울한지 서러운지 지후를 보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그녀가 정말 억울해 보여서 일으켜 세워 위로까지 해주고 싶었다.


“ 이렇게, 이렇게 나한테 함부로 할 수는 없어.

지후, 너 어떻게 니 처가 나한테 함부로 말하는 데 가만히 있니?

내가 너를 그렇게 키웠어?

니 처가 니 에미한테 이렇게 말하는 데 가만히 보고만 있니?

이럴 수가 있어? 내가 이 꼴을 보려고 참고 살았니? “

“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그러는 거야? ”

“ 내가 병원에서 니 장모 그만 돌보라고 집으로 오라고 했다고 했더니

얘가 쌩하니 집으로 와서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따지고 든다.

나보고 같은 여자끼리 이럴 수 있냐고

네가 애도 아닌데 밥도 차려 먹을 수 있는 거지 하면서 나한테

자기한테 함부로 굴면 지도 나한테 함부로 굴겠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니? 어떻게 저런 게 우리 집안으로 들어와서 “


“ 어머님. 저한테 ' 너 , 니 , 지 '이런 말 하지 마세요.

제가 물건도 아닌데 왜 저한테

' 니가 , 너가 , 지가, ' 이렇게 말하세요.

저희 친정에서는 ' 강서방, 지후야 ' 이렇게 말합니다.

저한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저는 물건이 동물도 아니에요. "

“ 봤지? 봤지? 쟤가 하는 말 봤지?

아까부터 저런다. 저렇게 뱀 눈을 하고 나한테 따박따박 말한다.

친정에서 누가 저렇게 가르쳤을까?

어디서 저렇게 시어머니한테 못되게 구는 법을 배웠을까? “

“ 그러게요, 어머님

어머님은 어디서 그렇게 며느리한테 막말하는 것을 배우셨나요? “

자식 앞 길 망치고 큰소리치는 법을 배우셨나요? 누가 가르쳐주셨어요? “


지후는 놀라서 나를 한 참이나 쳐다봤다.

한 번도 이렇게 막말을 하는 나를 본 적이 없다. 무척이나 놀란 듯했다.


“ 너, 그만해. 엄마한테 어른한테 이렇게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야. ”

“ 아니, 오빠나 나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머니가 나한테 여태까지 어떻게 말했는지도 모르면서 나한테 하라마라 말하지 마. “

“ 저, 저, 저거 봐라. 저 말하는 꼬락서니 봐라.

니가 저런 걸 데리고 사는 거다. 잘 봐. 니 처가 나한테 말하는 걸. “

“ 네, 어머니

앞으로 저한테 함부로 대하거나 말씀하시면 저는 이 꼬락서니를 계속할 겁니다. “


“ 지후야. 지후야, 지후야.

지후야, 너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야?

니 처가 이 어미한테 이렇게 말하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 데. 네가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네가 나한테? “


시어머니는 소리소리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 이혼해라. 저런 애랑은 이혼해야 해. 쟤가 들어와서 너를 망쳐놨어.

착하고 순진한 너를 쟤가 다 버려놨어. 이혼해, 우리 집안을 재가 망치고 있다. “

“ 어머님, 저는 이 집안 망쳐 놓은 것 없습니다.

이 집안 그렇게 대단한 집안 아닙니다.

잘못 알고 계시네요. 제가 이 집안을 망쳐 놓았다면 오빠를 버려놨다면

만약 지후 씨도 같은 생각이라면 저도 더 이상 같이 살 생각 없습니다.

어머님, 저번에 저한테 그러셨죠.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저도, 어머님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


고개를 돌려 지후를 보고 차분히 말한다.


“ 오빠, 잘 생각해. 내가 오빠를 망치고 있는지. 나는 오빠랑 계속 같이 살고 싶은 데

어머님이랑 오빠 생각이 같다면 내가 몹쓸 여자라면 더 이상 같이 사는 건 나도 싫어.

난 지금 이 집을 나갈 거야. 어머님이 나한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결정해. 나랑 살지 어머님이랑 살지. “


나는 벌떡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나는 또박또박 복도를 걸어갔다.

아파트 건물 사이로 돌고 있는 찬바람이 오늘따라 시원했다.

아팠던 두통은 사라지고 슬픔으로 몽롱했던 의식은 뚜렷해졌다.


나는 더 이상 은서가 아니다.

내 이름은 세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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