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 나를 낳은 게 사실인가요?
자후 이야기
내가 친 아들이 맞는 걸까?
엄마가 나를 낳으신 게 사실일까?
“ 은서야,
은서야, 너 이렇게 가면 안 돼.
어쩌려고 그래? 이러고 엄마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왜 그러는 거야?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엄마가 너한테 잘못한 거 알아. 하지만 그래도 어른이고 시어머니잖아.
그러면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집으로 다시 가자. 일단 잘못했다고 말하자. "
“ 내가 잘못한 게 없는 데 왜 내가 잘못했다고 말해야 해?
사과는 어머니가 하셔야지. “
“ 너 다시는 우리 집 안 갈 거야? 엄마 얼굴도 안 볼 거야?
이렇게 그냥 지낼 거야? 엄마 지금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계셔.
그냥 가서 잘못했다고 말하자. 그래야 편해, 모두들. 가자. “
“ 아니, 오빠랑 어머니는 편할지 몰라도 나는 안 편해. 차라리 지금이 편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난 도대체 이해가 안 가는데. 오빠도 어머님도 이해가 안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내가 어머니께 사과할 게 있긴 한 거야? 난 없는 것 같은 데. “
“ 알아, 나도 엄마가 심하게 한 거.
장모님 아프신데 너한테 그렇게 하면 되는 거 알아. ”
그래도 어른한테 말할 때는 그렇게 따지듯이 말하면 안 돼.
그러면 오히려 사람들이 더 너만 욕해. 버릇없다고 말이야. “
“ 아니, 이제 난 상관없어.
나를 버릇없는 며느리라고 하든, 막돼먹은 며느리 라고 하든 괜찮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나한테 의미 없어.
솔직히 말하면 오빠한테도 너무 실망이야.
밥 먹는 게 뭐가 그리 대수라고?
아이도 아니고 어른이고 밥 챙겨 먹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그걸 어머니한테 일러바쳐?
어머님이 아셨다고 해도 나를 그렇게 감싸주지도 못해? 내 편 들어주지도 못해?
언제까지 그렇게 착한 장남으로만 살 거야?
내 남편으로는 살기 싫은 거야?
과연 아버님이나 어머님이 우리 엄마처럼 쓰러지셨어도 오빠가 이렇게 할까?
이렇게 모르는 척 가만히 있을까?
말도 안 돼.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왜 어머님이랑 나 사이에 안 좋은 일이 벌어지면 그렇게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하니?
아무것도 안 본 척 못 본 척 뒤로 빠지는 거야?
왜 나를 보호해 주지 못하니?
나는 오빠 하나 믿고 결혼했는데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이렇게 내버려 두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니?
만일 우리 친정에서 오빠한테 이렇게 함부로 했다면 나는 우리 식구들 보지 않았어.
나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한테 함부로 대하는 건 나한테도 함부로 대하는 거야.
따지고 싸울 거야. 그런데 왜 그걸 오빠는 못하는 거야? “
“ 은서야 ”
“ 아니, 더 이상 나를 은서라고 부르지 마.
내 이름은 은서가 아니야. 세희야.
“ 그래. 세희야.
너는 우리 입장은, 내 입장은 생각해 본 적 있니?
내가 왜 이렇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니? “
“ 모르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오빠나 오빠네 가족들 다 모르겠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야. “
“ 세희야, 난 이제 다 끝났어.
이제 대기업이건 중소기업 이건 취직 못해. 취직할 수 없는 나이야.
이제 와서 대학원에 간 들 졸업을 한 들 무슨 의미가 있어? 취업을 못하는 데
이 독서실 차리면서 엄마랑 아빠가 약속했어.
이것들 다 내 거라고, 나중에 가장 크고 좋은 것은 나 주겠다고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라고
나는 이제 다 끝나버렸어. 나한테는 이제 이 가게밖에 없는 거야.
이제 이 가게를 열심히 꾸려나가야 하는 거야. 이 가게가 내 인생인 거야.
네가 엄마랑 이렇게 싸워버리면, 내가 네 편을 들면 부모님이 나한테 이 가게를 주실까?
아니, 안 주실 거야.
나는 받아야겠어. 이 가게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 인생을 건 가게니까. “
“ 오빠, 오빠는 바보야. 착각하고 있구나. 모르는 게 있어.
부모님들은 이 가게 절대로 주지 않으실 거야.
가게를 해서 돈을 번 것이 오빠 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셔.
오빠가 취직을 하지 않은 것, 대학원을 하지 않은 것, 다 오빠의 선택이지
본인들 때문에, 도련님 때문에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않으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이렇게 행동하지도 말하지도 않으셨어.
그걸 아는 분들이라면 고맙고 미안해서 아들한테 나한테 함부로 대하지 않으시지. 아니 못하지.
두 분은 지금 알고 있어.
오빠가 이 가게를 갖기 위해 모든 것을 참으리란 걸
나나 오빠한테 함부로 해도 가게를 받기 위해 부모님 밑에 납작 엎드리란 걸.
모든 게 다 네 거라고 하셨다지만
아마 돌아가실 때까지 가게며 집이며 모든 것들 다 주시지 않을 거야.
‘ 아들 노릇 잘하면 줄 거니 말 잘 들어라. ’
하고 계속 말 잘 듣고 순종적인 아들 노릇을 하라고 하시겠지.
그런데 그렇게 살 거야? 그렇게 살고 싶어?
그건 아들이 아니라 노예야, 노예 "
“ 아니야, 너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마.
우리 엄마 아빠 그러실 분들 아니야.
3년 뒤에 이 가게랑 집이랑 내 명의로 다 주신다고 했어. 약속하셨어. “
“ 아닐 걸, 절대 주지 않으셔.
내가 장담하건대 그렇게 선선히 주실 분들이라면 약속을 지키실 분들이라면
취직이나 대학원에 진학하라고 하셨겠지.
자신들의 앞날을 위해서 아들을 눌러 앉히진 않아.
애석하게도 오빠는 받아들여여야 해. 그게 현실이니까 “
“ 너 대체 우리 부모님들을 뭘 얼마나 안다고 그렇게 나쁘게 말하니? ”
“ 그래, 그럼 내가 보여줄까? 오빠네 부모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
“ 그래, 너 그럼 만약 네 말이 틀리면 어떻게 할래? ”
“ 내가 당장 가서 어머님 앞에 무릎을 꿇고 빌지. 잘못했다고 말할게.
앞으로 ‘ 아니요 ’라는 말은 내 입에서 나오지 않을 거야.
순종하면서 복종하면서 살아가지. 슬프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야.
오빠가 많이 상처를 받을까 봐 난 그게 두려워. “
“ 그래, 그럼 해보자.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데? ”
“ 어머님한테 전화를 걸어. 그리고 가게 명의를 오빠 이름으로 돌려 달라고 해.
명의만이라도 달라고. 지금 벌고 있는 수입은 건드리지 않을 거고, 일은 계속할 거라고
취업도 포기했고. 가게 일을 열심히 했으니 가게 명의만이라도 갖게 해달라고 말씀드려봐.
정말 주실 분이라면 3년 후에 주신다고 했으니 주시겠지.
어차피 약속한 거였잖아. 한 번 전화해봐. “
“ 그래, 너 약속 지켜. ”
나는 본가로 전화를 했다.
현우는 그대로 가게에 있고 엄마가 전화를 받으셨다.
“ 여보세요, 엄마 ”
“ 그래, 은서는 안 오겠다는 거야? 걔는 와서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겠다는 거니? ”
“ 응, 은서가 장모님 아프신 걸로 많이 속이 상했어.
엄마가 이해를 좀 해줘요.
은서가 엄마일이라면 많이 속상해해. 시집와서 신경 쓰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해.
이번엔 엄마가 이해해줘요. 화가 풀리면 은서랑 같이 찾아갈 게.
아빠는 아직 안 들어오셨어? “
“ 응, 아직이다. 산에 있는 모양이지. ”
“ 엄마 나 사거리에 있는 독서실 가게 명의 나 주면 안 돼? ”
“ 갑자기? 갑자기 왜 명의는 달라는 거야? 은서가 시키디? 가게 명의 달라고? ”
“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내가 요새 좀 기분이 그래.
대학교 동창들을 만나도 다 승진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잘 들 사는 데
난 아무것도 없잖아. 매달 월급을 받긴 하지만 내 손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내가 좀 허무하네.
독서실로 들어오는 수입, 역 근처에 가게 월세, 모든 돈은 전처럼 엄마가 다 관리해.
나는 사거리 가게 명의 하나는 갖고 싶어. 그건 원래 나 주기로 했잖아.
엄마는 가게에다 집 두 채까지 갖고 있지만 나는 하나도 없어. “
“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왜 느닷없이 가게는 달라고 하니?
명의를 너한테 줘버리면 네가 우리한테 월세를 안 주면 우리는 뭘 먹고살라고?
내가 너를 어떻게 믿고 너한테 가게를 주니? “
‘ 아닌데, 아닌데..... 엄마가 이렇게 말할 리가 없는 데 ,
내가 이상한 소리를 들은 건가? 엄마가 잘 못 말한 건가? ‘
눈앞이 깜깜하다.
‘ 세희 말이 맞은 건가? 그런 건가? ’ 머리가 멍해진다.
잔인하게도 세희의 예측은 정확했다.
정확한 말은 확실한 칼날이 되어 내 마음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말문이 막힌다. ‘ 아니다. 그래도 이 말만은 이 말만은 해야 한다. ’
“ 엄마, 그렇게 말하면 나는 어떡해?
나는 뭘 믿고 살아온 거야? 나는 왜 다 포기하고 산거야? “
“ 그걸 왜 나한테 말해?
내가 너한테 취업하지 말라고, 대학원 가지 말라고 한 적 있어?
네가 니 스스로 선택한 거잖아.
왜 가게가 네 거야? 현우도 나도 아버지도 열심히 일했어.
왜 네 거냐고?
너 나가서 이렇게 속 편하게 일하고 돈 이백을 받을 수 있는 줄이나 알아?
내 가게니까 네가 스트레스 안 받고 편하게 일했지. 고마운 줄이나 알아.
아버지 봐봐. 직장 다니면서 얼마나 스트레스받으셨니? 노이로제까지 걸리고
너는 누구 하나 너한테 스트레스 준 적 없잖아?
이제 와서 다 니 덕이라고? 가게 명의를 널 달라고? 아니 절대 못주지. “
“ 엄마, 나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
나 작년에 눈 뒤에 종양 수술한 것도 알잖아.
나는 가게 옆에서 지금까지 에어컨이며 공기 청정기 청소까지 다 내가 했어.
그 독한 소독약 냄새 맡아가면서 내가 다 했어.
나는 엄마나 현우가 그 소독약 냄새를 맡게 하는 게 싫었어.
몸에 안 좋을 게 뻔했으니까. 에어컨 청소할 때마다 내가 다 했어.
에어컨이랑 공기 청정기를 청소하고 나면 머리가 띵하고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웠어.
그래도 나는 엄마랑 현우가 그 냄새를 맡게 하는 게 싫어서 몸에 안 좋은 것 같아 일부러 내가 다 했어.
수술할 때 의사가 그러더라.
암은 가족력이 중요한데, 가족력이 없으니 스트레스가 원인이지 싶다고
의사한테 내가 그 소독약 얘기를 하니까 그거 때문이지도 모르겠다고.
환기가 안 되는 밀폐공간에서 독한 소독약으로 자주 청소를 하면 발암물질 때문에 암에 걸릴 수도 있다고
그게 암의 가장 큰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했어.
나는 그래도 엄마를 아버지를 현우를 원망하지 않았어.
오히려 내가 암에 걸렸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젊으니까 금방 회복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엄마. 엄마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
“ 지후, 너 착각하고 있구나. 그 의사 말이 다 맞는 거야? 그놈이 어떻게 알아? 암에 걸린 원인을.
암은, 네가 걸렸던 그 암은, 네가 제대로 살지 않아서 걸린 거야.
술 먹고, 담배 피우고, 밤늦게까지 놀고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아서 걸린 건데
그 소독약 얘기는 왜 하고, 나랑 아버지 현우 탓은 왜 하니?
은서 걔가 그러디? 그래서 암에 걸린 거라고?
난 절대 가게 못 줘.
너희 둘 다 못 믿고, 죽을 때까지 안 줄 생각이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
“ 엄마, 엄마 , 엄마 ”
‘ 딸칵 ‘ 엄마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사실이다. 사실이야. 사실이 되어버렸다.
설마 했었는데, 차마 확인하기가 두려워 물어보지 않았는데
세희의 말이 맞았다.
나보다 세희가 엄마를 더 잘 알고 있었다.
세희가 등 뒤에서 나를 안는다. 등이 축축해졌다.
울고 있었다. 세희의 떨림이 나에게로 전달되어 나도 떨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 몸이 된 것처럼 떨며 흐느끼고 있었다.
옆에 있던 세희는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을 들은 것처럼
모든 것을 자기가 들은 것처럼 알고 있는 듯했다.
“ 오빠 , 오빠 잘못이 아니야. 착한 건 죄가 아니야.
부모님을 믿은 건 죄가 아니야. 우리는 젊으니까 다시 시작하면 돼.
할 수 있어. 둘 다 젊으니까 열심히 일하고 돈 모으면 잘 살 수 있어.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나를 믿어. 우리는 잘 살 수 있어. “
세희가 울면서 말했다.
“ 오빠 착한 건 죄가 아니야. 오빠는 착한 사람이야. 괜찮아. 괜찮아.
끝이 좋으면 되는 거야. 잘 살자. 우리 둘이서 “
“ 그래, 세희야, 네 말이 맞더라. 아니길 바랬는 데, 네 말이 맞았어.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무얼 믿고 살아야 하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
나는 방으로 가서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눈물이 흘렀다.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머리가 멍해졌다.
‘ 이런 마음이면 사람이 자살을 할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허무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오빠, 괜찮아.
마음 약해지면 안 돼. 차라리 잘 된 거야.
헛된 꿈으로 계속 이렇게 사느니 현실을 정확히 아는 게 더 중요해.
이제 우리 둘만 믿고 살아. 우리 둘이서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어.
돈은 못 벌 수도 있겠지만 운이 좋으면 더 벌 수도 있고
못 번다고 해도 속 편하게 이렇게 사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오히려 지금이 더 나은 것 일 수도 있어.
이 바보 같은 가족놀이에서 빠질 수 있으니까. “
“ 그래, 그런데 어떻게 살지?
취업하기 힘든데. 이제 가게는 더 이상 나가기 싫어.
나갈 힘도 없고 더 이상은 이렇게 살기 싫다.
부모님 얼굴도 보기가 힘들어. 아니 보고 싶지 않아. “
“ 가게는 알아서 운영하시게 둬.
직원들 더 뽑아서 일하면 돌아가게 마련이야.
그동안 우리가 모아놓은 돈 있으니까 그 돈으로 내일부터 학원에 등록하자.
1년 정도 공부하고 필요한 자격증을 따.
대기업에는 못 들어가도 괜찮은 중소기업은 들어갈 수 있을 거야.
일 년이면 충분할 거야. 공무원 시험이나 공사 시험을 봐도 되고
내가 합격할 때까지 계속 일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는 더 좋아. 이제 오빠는 완벽하게 독립을 하게 될 거야.
경제적인 독립, 정서적인 독립
그동안 오빠는 남편이 아닌 아들로 살아왔어.
이제 오롯이 혼자 서게 된 거야.
그렇게 독립을 해야 제대로 존중을 할 수도 받을 수도 있어.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
“ 그래, 세희야.
네 말이 맞아. 내일 부모님한테 정식으로 가게에서 손 뗀다고 말하고
다시 공부해야겠어.
가게 일을 하면서 내가 제일 듣기 싫어했던 말이 뭔지 아니?
‘ 네가 어디 가서 이렇게 속 편히 일하면서 돈 이백을 받고 다니냐? ’
엄마는 입버릇처럼 말했어.
내가 어디 돈 이백 받고 일할 사람이니?
그래도 엄마는 그게 사실인 양, 당연하게 여겼어. 나는 짐작하고 있었어.
이렇게 되리라는 걸. 그런데 막상 듣고 다니 확인하고 나니
너무나 슬프고 허무해. 내 인생이 허무해.
난 왜 이렇게 산 걸까? “
“ 오빠가 착해서 그런 거야. 잘 모르시는 거야. 두 분 다,
돈보다 자식이 더 귀한데 두 분은 돈을 택하신 거야.
후회하실 텐데. 이런 아들은 어디에서 얻질 못하는 데.
나중에 돌아가실 때 마음 아파하실 거야. “
“ 세희야, 나 머리가 너무 아파.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좀 잘게. 나 좀 혼자 있게 해 줘. “
“ 그래, 안 좋은 생각하지 말고,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해.
죽을 때까지 할 효도를 미리 앞당겨서 다 한 거라고
집 한 채는 두 분이 사시고, 한 채는 집이 없는 도련님 주실 거고
가게에서 나오는 월세로 두 분 생활비는 충분해.
남들은 못해서 불안해하는 노후대비를 두 분 다 하셨으니
그걸로 오빠가 할 효도는 다 했다고 생각해. 이제 우리는 우리 앞길만 생각하면 돼. “
“ 그래, 그래 알았어. 나 그만 좀 잘게. “
나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자려 애썼다.
머리에서 엄마가 했던 말들이 빙빙 돈다.
갑자기 ‘ 내가 친아들이 맞나? ’ 하는 생각이 든다.
‘ 엄마가 왜 그럴까? 왜 그렇게 모진 말을 내게 뱉을까?
진심일까? 엄마 말이? 모르겠다. 모르겠어. ‘
자리에 누워도 혼란스러울 뿐 잠을 잘 수는 없다.
세희가 옆에 누웠다. 내 등에 세희의 가슴과 배가 닿는다.
“ 착한 사람이야. 오빠는 착한 사람이야.
걱정하지 마 우리는 잘 살 거야. 잘 살 수 있어.
우리를 믿어. 나를 믿어.
세상에 반드시 선한 끝은 있어.
착한 사람이야 오빠는
복을 받아. 착한 사람은. “
세희는 내 어깨와 등을 토닥토닥 토닥이며 주문을 걸었다.
마음이 편해지면서 눈이 감긴다.
세희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우리는 괜찮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