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삼촌 나한테 다시 와야 해
part 3
“ 현아 엄마, 집에 있어요? ” 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 10시가 넘은 시간인데 이 늦은 밤에 누가 찾아온 거지? ‘
“ 네~ 지석 엄마, 들어오세요. 저녁은? 밥은 먹었어요? ”
“ 먹고 왔죠. 벌써 10시가 넘었는데. 애들 다 먹이고 치우고 왔어요. 애들은 공부해요? 현아는 자죠? ”
“ 네, 피곤했는지 씻겼더니 금방 잠들었어요.
오늘은 나랑 같이 잔다고 안방에서 자고 있어요. 얼른 방으로 들어가요. “
엄마와 문방구 아줌마가 안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자는 척 조용히 등을 돌려 엄마와 아줌마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 남해에서 부모님들이 올라오셨다면서요? 인사드리러 가야 하는데 너무 늦었네요. ”
“ 인사는 뭘요. 우리 사는 것도 보고, 수철이도 볼 겸해서 오셨어요. 이거 좀 드세요. ”
“ 이게 뭐예요? ”
“ 남해가 해풍이 많이 불잖아요. 고구마랑 시금치가 소금간이 배서 아주 달고 맛있어요. “
“ 아휴~ 뭘 이런 걸 다 챙겨 오셨데요? 두 분이서 버스 타고 오시려면 힘드셨을 텐데. ”
“ 지석 아빠가 터미널에서 모시고 와서 괜찮아요. ”
“ 언제예요? 수철이 삼촌 수술 날짜가? ”
“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어요. ”
“ 위험하지는 않은 거죠? ”
“ 괜찮을 거예요. 우리 수철이는 ”
“ 미국에 가서 수술하려면 돈이 아주 많이 들 텐데. ”
“ 원래 남해에 있는 땅을 팔고 우리가 모은 돈을 보태서 수술하려고 했는데 수철이 공방이 잘 돼서
땅도 팔지 않고 모아놨던 돈도 필요 없었어요. 수철이 수술비 우리 수철이가 직접 벌어서 하게 되었어요.
기특하죠? 우리 수철이? ”
“ 수철이 삼촌도 대단하고, 지석 아빠도 정말 대단해요.
그동안 낮에는 가게에서 일하고, 밤에는 화물트럭 운전까지 하면서 처남 수술비를 댔다면서요?
세상에 그런 매형이 어딨데요? 처남을 그렇게 챙기는 매형은 본 적이 없어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라면 남인데. 삼촌이, 지석 엄마가 복이 참 많네요. “
“ 그러게요. 제가 남편 복은 참 많죠? 지석 아빠가 군말이 없고 속이 넓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자기 엄마를 닮았더라고요.
시집오면서부터 제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거든요.
우리 시어머니가 수더분하고 참 좋은 분이셨어요.
젊어서 혼자되고 외아들인 남편을 고생하며 억척스럽게 키우셨데요.
아들 결혼시키고, 부담 주기 싫다고 혼자 사신다는 것을 제가 억지로 모시고 살았어요.
과부 외아들한테는 절대 딸을 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우리 시어머니는 다르셨어요.
얼마나 좋은 분이셨는지 친엄마보다 정이 더 들었어요.
우리 애들 세 명 태어날 때마다 친정엄마 대신 몸조리며 살림 다 해주셨어요.
제가 지석 아빠랑 같이 일하는 동안 금이야 옥이야 우리 애들 다 키워주셨죠.
나중에 아프실 줄 알았으면 더 잘해드리는 건데...... 그게 제일 후회돼요.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가 아프신 걸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거 말이에요.
자꾸 깜빡깜빡하시더라고요. 애들 이름도 헷갈리고, 살림살이도 지저분해지고,
짜증도 자주 내시고, 돈 계산도 잘 못하시고 아무래도 이상해서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노환이라고 기력이 떨어져서 그러는 거라고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어디에도 보내지 않았어요. 우리 어머니
보냈다 한들 지석 아빠랑 내가 맘 편히 살 수 있었겠어요? 어머님을 떨어뜨리고?
남해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사정을 얘기했더니 친정엄마가 어머님을 간호하러 서울로 오셨어요.
저는 계속 일해야 했으니까
아빠도 사돈어른 잘 보살피라고 혼자 알아서 잘 계시겠다고 했죠.
어머님이 우리 엄마를 ‘ 언니 ’라고 부르며 잘 따랐어요.
친정 엄마가 어머니를 아기 같이 잘 보살폈으니까
어머님이 목욕할 때도 팬티에 똥오줌을 싸도 친정 엄마만 찾았어요.
남편이나 나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으셨나 봐요.
친정 엄마도 어머님 자존심 상하지 않게 씻기거나 목욕할 때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어요.
친정 엄마도 우리도 어머님을 편히 보내드리고 싶었어요.
나중에 어머니는 애들이며 지석 아빠, 나, 친정 엄마 하나도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자꾸 고향집에 간다고 집을 나가시고, 우리는 어머니를 찾으러 돌아다니고
그날도 집을 나가셨는데 한 참 후에야 찾았어요. 우리 어머니를
그냥 심한 감기인 줄 알았는데 폐렴이었어요.
아무리 항생제를 써도 낫지를 않는 거예요.
의사 선생님은 기력도 떨어지고 살고자 하는 의지도 없으신 것 같다고 준비를 하라고 했어요.
사람이 참 신기하죠? 죽을 때가 되면 온전한 정신이 돌아온다고 하잖아요.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아침에 일어나서는 호흡기를 떼라고 손짓을 하더니 제 눈을 또렷이 보면서 말씀하시는 거예요.
없는 집 외며느리로 들어와서 고생시켜 미안하고, 집안 일으켜줘서 고맙다고
저희 엄마한테는 그동안 돌봐줘서 감사했다고
먼저 가 있을 테니 아빠랑 건강히 사시다 천천히 오시라고요.
지석 아빠한테는 미안하단 말만 계속하셨어요.
젊어서 혼자 된 아들만 바라보고 고생만 하시며 살았는데 뭐가 그렇게도 미안하고 안쓰러운지 미안하단 말만 되풀이하셨어요.
일 년이 넘게 식구들을 못 알아보시던 분이 그 날 아침 또렷하게 말씀하시고 하루를 잘 보낸 뒤 주무시다가 편히 돌아가셨어요.
어머니 장례식장에 우리 식구들, 남해 부모님, 수철이가 일가친척의 전부였어요.
우리가 손님들을 다 맞이하고 초상을 치렀죠.
그 사람 친척이야 뭐 오래전에 연락이 끊겼고, 가난한 모자를 어느 친척이 좋아했겠어요.
어머님 장례식장에 지석 아빠 친척들은 오지도 않았어요.
발인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와 모두들 쉬고 있는데 갑자기 지석 아빠가
우리 식구는 나랑 우리 아들 셋, 남해 엄마 아빠, 수철이 이렇게 여덟 명이라고
자기는 사위가 아니라 이제 우리 집 장남이라고 수철이는 하나밖에 없는 자기 동생이라고
수철이 장가까지 보내고 잘 사는 거까지 다 보살 필 테니
남해 부모님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우리 식구들이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고맙기도 했지만 엄마랑 단 둘이서 살았을 지석 아빠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외로웠을지 알겠더라고요.
수철이가 대학생 때 발병을 했을 때도 지석 아빠는 자기가 했던 말들을 지켰어요. “
“ 수철이 삼촌이 어릴 때부터 그랬던 거 아니었어요? 나는 태어날 때부터 그런 줄 알았어요. “
“ 아니요, 우리 수철이가 얼마나 인물이 좋았게요? 한 번 보실래요? 우리 수철이 “
아줌마는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사진을 보여주시는 것 같았다.
“ 이 사람이 수철이 삼촌이에요? ”
“ 네, 우리 수철이 정말 인물 좋죠. ”
“ 그러네, 아이고 아까워라. 금방 까놓은 밤톨처럼 똘망똘망 정말 잘 생겼네.
이영하보다 더 잘생겼어. 누나처럼 인물이 좋네. 집안이 다 인물이 좋구나. ”
“ 인물뿐인가요? 성격도 좋아서 인기가 얼마나 좋았는데요.
우리 수철이 공부도 참 잘했어요. 이거 공군사관학교 입학 사진에요. “
“ 아, 이게 공군사관학교 교복이구나. ”
“ 우리 수철이는 어릴 때부터 비행기 조정사가 되고 싶어 했어요.
하늘을 나는 게 걔 꿈이었거든요.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면 학비도 무료라고 부모님도 힘들지 않을 거라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공부하다가 힘들면 밖으로 나가 하늘에서 연을 날리며 놀았어요.
그래서 수철이가 그렇게 연을 잘 만드는 거예요. “
“ 그랬구나? 우리 현아가 수철이 삼촌이 만든 연은 하늘을 정말 오래 난다고
하늘에서 춤을 추듯이 연이 바람을 타고 논다고 말하던데 이유가 있었네요. “
“ 수철이는 고생 없이 공부를 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한 번도 시험에 떨어진 적이 없었거든요.
수철이가 공군 사관학교에 합격했을 때 우리 식구는 모두 기뻐했어요.
이제 부모님 고생은 끝났다고, 수철이가 비행기 조종사가 되면 이제 자식들 뒷바라지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엄마랑 아빠 건강하게만 사시면 된다고 나도 수철이도 모두 좋아했어요.
수철이가 사 학년 올라갈 때쯤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다 기절을 했데요.
학교에서 전화가 와서 애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그제야 혼자 병원에 다닌 얘기를 했어요.
부모님이랑 내가 걱정할까 봐 그동안 혼자 동네 안과에 다녔었는데 안구 건조증이라고
눈이 건조해서 그렇다고 매일 안약만 처방해 줬데요.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갔더니 눈 알 뒤쪽으로 종양이 커지고 있었다고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나랑 수철이 우리 부모님한테 화를 냈어요.
눈이 이렇게 될 때까지 그냥 뒀냐고? 모를 수가 있었냐고? “
“ 네? 어머, 어쩜 좋아? ”
“ 종양이 너무 커져버려서 건드릴 수가 없다고, 뇌로 올라가는 신경, 시 신경을 누르고 있어서
아픈 거라고 그대로 살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진통제를 먹으면서요.
그나마 악성이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종양이 아래로 커지면 겉모습은 흉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데
뇌 쪽으로 올라가면 그땐 일이 커진다고 죽을 수도 있다고 했어요. “
“ 그럼 지금은요? 지금은 괜찮은 거죠?
아래로 내려갔으니까 볼 살이 그렇게 커진 것 아니에요? 그렇죠? ”
“ 6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정기 검진을 하는데 종양이 위로 커지고 있데요.
이제 더 이상은 국내에서 손을 쓸 수가 없다고
마지막 희망은 미국에 있는 큰 병원에 유능한 의사에게 걸어보자고
그래서 급히 수술을 결정하고 미국으로 가는 거예요. “
“ 뭐라고요? 우리는 삼촌 혹이랑 눈에 있는 살들 제거하는 간단한 수술인 줄 알았는데 큰 수술이네요. “
“ 네, 큰 수술이에요. 수철이도 알고 있어요.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수술이지만 해보고 싶다고 자기가 원해서 하는 수술이에요.
수철이가 공방을 열면서 돈을 많이 모았어요.
그래서 미국으로 수술하러 갈 수도 있는 거고요.
지석 아빠만 벌었다면 남해에 있는 땅도 팔아야 했을 거예요.
이 동네로 이사 와서 연을 날리다 글라이더를 팔고 또 모형 비행기를 팔고
그 돈을 모아 미국으로 가서 수술까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여기로 이사 와서 좋은 일들만 생겼어요. 우리 수철이 수술도 잘 될 거예요. “
” 아휴~ 어쩜 좋아? 그래서 남해에 있는 부모님들까지 다 오신 거구나. “
“ 네, 아버지는 다시 내려가실 거고 엄마가 제가 미국에 있는 동안 우리 애들이랑 남편 돌봐줄 거예요. ”
“ 지석 엄마, 걱정하지 말고 미국에서 삼촌 돌보면서 잘 있어요.
내가 수시로 가서 애들 잘 볼게. 어머님도 잘 챙기고
병간호하는 사람 몸도 축이 나는 법인데 지석 엄마도 잘 먹어야겠어. “
“ 이렇게 다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해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는데 ”
“ 지석 엄마, 잘 될 거야. 걱정하지 말아요. 하나님이 착한 수철이 삼촌 절대 데려가지 않을 거야. “
아줌마는 엄마랑 한 참 울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삼촌이 나를 속인 배신감에 울었다.
삼촌은 위험한 수술이라고 나한테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 삼촌, 어디 가는 데? ”
“ 나? 미국에 갔다가 금방 올 거야. ”
“ 왜 가는 데? ”
“ 미국에 가서 성형 수술받고 오는 거야. ”
“ 성형수술? 그게 뭔데? ”
“ 볼에 있는 혹이랑 눈에 있는 이 살들 다 없애는 수술이야. ”
“ 그거 위험한 거 아니야? ”
“ 아니야, 너 저번에 다리 다쳤을 때 꿰매었던 것처럼 아주 간단한 수술이야.
그냥 다 없애고 꼬매기만 하는 수술이야. 금방 돌아올 거야. “
“ 정말이지? 진짜로 금방 오는 거지? ”
“ 응, 걱정 말고, 밥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있어.
미국에서 돌아오면 삼촌 얼굴이 아주 잘생겨져서 너는 깜짝 놀랄 거야. ”
삼촌은 분명 금방 미국에서 돌아올 거라고 했다. 삼촌 말은 거짓말이었다.
그렇게 위험한 수술이라면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었다.
‘ 다시 삼촌을 보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
다음 날 선교원에서 오는 길에 삼촌 공방에 들렸다.
“ 수철이 삼촌, 뭐해? ”
“ 응, 일해. ”
“ 바빠? ”
“ 응, 조금, 왜? ”
“ 그냥, 나 여기 조금 있어도 되지? ”
“ 그럼 ”
“ 삼촌,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해야 될 말이나 뭐 그런 거? ”
“ 아니, 없는데. 현아야, 삼촌이 주문받은 물건들이 많아서 말이야.
빨리 해야 하니까 말은 좀 걸지 말고 있어. “
” 알았어 “
“ 삼촌, 저 천장에 달린 거 말이야? ”
“ 뭐? ”
“ 저 비행기 말이야. 저 큰 비행기 ”
“ 응, 멋있지? 저거 만드는데 일 년도 넘게 걸렸어. ”
“ 뭐? 일 년씩이나? 그렇게 오래 걸렸어?
“ 프로펠러를 돌려서 움직이게 만들려면 정말 어렵거든. 설계도만 그리는데 열흘이 넘게 걸렸으니까
나무 조각하고 고무랑 플라스틱 부품들 다 내가 일일이 자르고 갈고 해서 만든 거야.
저 비행기 손님이 비싼 값에 사고 싶다고 했는데도 팔지 않았어. “
“ 왜? ”
“ 저건 추억이 담긴 물건이거든 ”
“ 무슨 추억? ”
“ 삼촌에 예전에 정말, 정말 좋아했던 여자가 있었거든. 그 여자애 때문에 만든 거야. ”
“ 첫사랑 뭐 그런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일 년씩이나 걸려서 만들어?
삼촌, 그 언니를 정말 좋아했나 보다. ”
“ 그렇지, 내가 너무 좋아했던 여자인데 그 애 생일 선물로 만들어서 주고 싶었어.
내가 만든 비행기를 선물로 받고 싶다고 했거든.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애 생일에 주려고 만들기 시작했어. ”
“ 그럼 그때 주지 그랬어? 왜 안 줬어? ”
“ 줄 수가 없었어? ”
“ 왜? ”
“ 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거든 ”
동네 아이들이 우르르 삼촌 가게로 몰려들어왔다.
“ 삼촌 보리차 좀 줘. ”
” 야, 너네가 꺼내 먹어. 삼촌 일하는 거 안 보여? “
“ 민현아, 네가 왜 짜증을 내? 삼촌은 가만있는데 ”
“ 자~ 여기 있다. 얼른 마셔라. ”
“ 역시 삼촌이 최고야. 삼촌, 근데 우리 연은? 우리 연도 만들어 주기로 했잖아.
현아 것만 만들어 주고, 왜 우리 연은 안 만들어줘? “
“ 삼촌이 지금 주문 들어온 것들이 너무 많아서 바빠서 그래. 미국 갔다 오면 그때 만들어 줄게. “
“ 에이~ 그럼, 갔다 와서 꼭 만들어줘. ”
“ 그래 ” 아이들은 다시 우르르 몰려 나갔다.
“ 현아, 너도 같이 나가서 놀아. ”
“ 싫어 ”
“ 얼른 나가 놀아. 삼촌, 바빠. 너랑 얘기하느라 또 늦어지겠다. ”
“ 삼촌은 내가 그렇게 귀찮아? 나랑 약속해 놓고
나한테 거짓말만 하고, 올지 안 올지도 모르면서 왜 거짓말해? “
“ 어? 너, 그게 무슨 말이야? ”
“ 몰라, 삼촌 미워 ”
“ 현아야! 현아야! 현아야! ”
갑자기 왠지 모를 울음이 터져버렸고 가게 문을 열고 뛰어 나갔다.
삼촌이 다시 내 이름을 불러도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울어버렸다.
다음 날 아침 삼촌이 찾아와도 나는 방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삼촌은 내 방문을 두들겼지만 만나지 않았다.
삼촌이 미웠다.
내일이다. 오늘 밤만 지나면 삼촌이 미국으로 간다.
' 내일 아침 비행기라고 엄마한테 들었으니까 삼촌은 지금 자고 있으려나? '
“ 엄마, 나 삼촌 공방에 다녀올게. ”
“ 그래, 너무 늦게 까지 있지 마. 삼촌 일찍 자야 해. ”
“ 응 ” 돼지 문방구 불은 꺼져있지만 수철 공방의 불은 켜져 있다.
‘ 뭘 만들기에 이렇게 늦게까지 불을 켜놓고 일을 하고 있나? ‘
“ 삼촌, 나 왔어. ”
“ 현아, 왔구나. 다행이네. 내일 아침에 내가 찾아가려고 했는데. 춥지 않아? 삼촌이 코코아 타 줄까? ”
“ 삼촌, 있잖아. 사실은 나 다 알고 있었어. ”
“ 뭘? ”
“ 아줌마가 우리 집에 찾아와서 엄마랑 하는 말 다 들었어.
내일 미국에 가서 하는 수술. 그거 위험한 수술이라며? 그거 안 하면 안 돼?
지금처럼 그냥 살면 안 돼? 수술이 잘못되면, 그래서 삼촌이 죽어버리면 어떻게 해? “
“ 현아야, 저 비행기 말이야. ”
“ 응? ”
삼촌은 공중에 걸려있는 비행기를 가리켰다.
“ 첫사랑이었던 그 애에게 주려고 일 년이 넘게 만들었던 저 비행기 말이야. 내가 한 말 기억해? ”
“ 응 ”
“ 나 저 비행기 가지고 그 애에게 가고 싶어. ”
“ 뭐? ”
“ 미국에서 수술받고 나서 그때처럼은 아니어도 지금보다 나아진 얼굴로
그 애한테 가서 저 비행기를 주고 싶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그 애가 내 고백을 받아주지 않더라도. 정말 많이 사랑했었다고 말이라도 하고 싶어. “
“ 그래서 미국에 가는 거야? ”
“ 응 ”
“ 죽을 수도 있는데? ”
“ 응 ”
“ 삼촌, 수철이 삼촌 ”
“ 응? ”
“ 죽지 마. 절대 죽으면 안 돼. 알았지? 나랑 약속할 수 있지? 꼭 돌아온다고? ”
“ 알았어. 나 꼭 돌아올 게 ” 나는 삼촌을 꼭 끌어안았다.
다음 날 삼촌은 아줌마와 함께 미국으로 갔다.
언제 돌아올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엄마 수업이 늦어져 선교원에서 집으로 오는 시간이 늦어졌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내려오는 길이었다.
“ 현아야, 이제 오는 거야? ”
“ 응 ”
“ 삼촌이 없으니까 기분이 이상해. ”
“ 호달아, 너도 그래? ”
“ 응, 나도. 우리 수철이 삼촌 공방에 가보자. ”
“ 아무도 없을 텐데....... ”
“ 그래도 가보자. 삼촌 보고 싶다. ”
돼지 문방구 아저씨가 우리를 보고 손짓을 했다.
“ 얘들아, 얘들아~ 이리 와. ”
“ 네 ” 우리는 아저씨에게 갔다.
“ 우리 수철이가 너희들 보면 공방 문을 열어주라고 했어. 줄 게 있다고 말이야. ”
아저씨는 열쇠를 들고 수철 공방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공방 바닥과 탁자 위에는 수 십 개의 알록달록한 방패연과 가오리연이 있었다.
방패연과 가오리연 꼬리에는 작은 종이가 붙어있었고, 그 종이에는 우리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 어! 이거 내 거다. 내가 삼촌한테 방패연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삼촌이 내가 좋아하는 연두색으로 만들어줬어. “
“ 내 가오리연은 노란색이야! ”
“ 내 방패연은 파란색! ”
“ 삼촌이 우리가 좋아하는 색깔로 만들어 줬네. 수철이 삼촌 최고다. 최고!!! ”
아이들은 모두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다.
“ 수철이가 이 연들 만드느라 한 달도 넘게 고생했어.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너희들에게 이걸 줘야 한다고. 수철이가 너희에게 주는 선물이야. “
“ 아저씨, 내년 봄이면 삼촌 돌아오겠죠? ”
“ 그럼, 올 거야. 우리 수철이 수술하고 다 나아서 온다고 했어. ”
“ 이제 곧 겨울인데 삼촌이 만들어 준 연 날리고 놀면 되겠다.
연 날리면서 삼촌 어서 나으라고, 빨리 돌아오라고 기도해야겠다. “
“ 어? 현아야, 니 건? 현아 연은 없는 것 같은데 ”
“ 삼촌이 까먹었나? 그럴 리가 없는 데 ”
“ 얘들아, 우리 놀이터에 다시 올라가서 연 날려보자. ”
‘ 어, 내 연은? 내 연은 없네. 그래도 괜찮아. 삼촌이 내 연은 벌써 두 번이나 만들어 줬잖아.
미국에서 삼촌이 돌아오면 둘이서 같이 만들면 되지. ‘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연보다 삼촌이 더 소중했다.
한 달이 넘게 아픈 눈으로 아이들의 연을 만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삼촌이 더욱 보고 싶어 졌다.
자꾸만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 현아야, 너도 같이 가자. “
“ 아니야, 난 집에 갈래. 집에 가서 잘래. 졸려. ”
“ 그래, 그럼 내일 보자. ”
“ 그래, 안녕 ”
“ 다녀왔습니다. ”
“ 그래, 잘 놀다 왔어? ”
“ 응 ”
“ 현아야, 얼른 들어가 봐. 수철이 삼촌이 네 선물을 방에 두고 간다고 했어. “
“ 어? 삼촌이? 삼촌 언제 왔었어? ”
“ 너 선교원 가고 나서 잠깐 들렀다 갔어, 네 선물 줘야 한다고 ”
신발을 벗었는지 신었는지도 모르고 방문으로 달려갔다.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방문 앞에 서니 “ 윙~~~ ” 잠자리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지 않아도, 방문을 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눈물이 “ 뚝뚝뚝~ ” 떨어졌다.
나를 닮은 작은 비행기가 하얀 실에 매달려 내 방안을 날고 있다.
프로펠러를 돌려가며 작은 비행기가 뱅글뱅글 돌고 있다.
비행기 꼬리에 작은 종이가 매달려 있다.
“ 내 소중한 친구 현아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