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 차라리 잘 된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part 2

by 옥상 소설가



다음 날 아침 오빠와 언니들 모두 학교에 간 사이 사우디에서 집으로 전화가 왔다.


“ 중아 아빠, 어머님이랑 통화했죠?

네, 누구예요? 얘? 정말 당신 아들 맞아요?

누구? 누구 말하는 거야? 어디? 당신 포항에 있을 때?

그 애 정리했다고 했잖아? 그 여자애가 당신 쫓아다닌 거라며?

아니었어? 서로 좋아한 거야? 뭐야?

당신 아들 맞아요? 진짜 맞냐고?

그럼 당신은? 당신도 알고 있었어? 당신 아들이 태어난 거?

계속 그 아가씨랑 그렇게 지냈던 거야? 뭐야?

그게 말이 돼? 당신도 몰랐다는 게, 어떻게 자기 아들이 태어난지도 몰라?

돈도 매달 보내줬지? 아니야?

그럼 당신 몰래 그 여자가 얘를 낳고 혼자서 키웠다는 거야?

아니 어린 여자애 혼자서 애를 어떻게 키워? 그게 가능해? 당신 거짓말 아니야?

엄마는? 얘 엄마는? 정말 죽은 거 맞아?

당신이랑 어머님 고모들 다 짜고 살아있는 사람 죽었다고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럼 내가 지금 당신을 믿게 생겼어?

당신 그 여자랑 살림 차리고 살았던 거야? 뭐야? 솔직하게 말해. 내가 다 알아볼 거야.

딱 한번 실수? 정말 맞아? 맞냐고? 내가 그럼, 지금 열 안 받게 생겼어?

갑자기 남편이 밖에서 낳아온 남자애가 집으로 들어왔는데.

나 지금 속에서 천 불이 나. 어머니나 고모들은 또 뭐야? 내가 어이가 없어.

얘 키워 줄 할머니나 이모들 친척들 뭐 그런 사람들 없어?

그럼 어쩌라는 거야? 나 보고 키우라고?

그게 말이 돼? 갑자기 나타난 애를 내가 어떻게 키워?

그것도 남편이 밖에서 낳아온 자식을?

어제 중아 집 나가고, 주아는 울고불고 난리 났어.

애들이 놀라지, 그럼 안 놀래? 갑자기 어서 애가 하나 튀어나왔는데.

중아 이제 곧 고 3인데 어쩔 거야?

얘 방황이라도 해서 공부 안 하고 대학교 떨어지면 그땐 어쩔 거냐고?

응, 내가 진짜 기도 안 차

그래, 얘가 우리 영아랑 동갑이야. 그런데 그게 왜?

뭐? 뭐? 뭐?...... 얘는 대학에 보내라고?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 얘는 대학에 보내라고 한 거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왜? 왜? 돈 없어서 하나만 보내야 한다며? 그래서 장남인 중아만 대학 보낸다고 했잖아.

근데 아들은, 밖에서 낳은 자식도 아들은 아들이니까,

아들이라서 대학에 보내야겠다는 거야? 당신 지금 그 말이야?

그럼 우리 영아는? 우리 영아는 어떻게 해?

영아는 대학 가겠다는 거 뜯어말려서 여상 가라고 했는데.

여름 동안 내내 밥도 안 먹고, 잠도 못 자고, 초주검이 됐었는데.

돈 없어서 대학 못 보낸다고 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아들은 대학엘 보내라고? 아들이라서?

그걸 영아한테 어떻게 말해?

영아가 알면 당신이나 나를 부모라고 생각하겠어?

당신이 그러고도 아빠야? 사람이야?

얘 당장 내 보내.

몰라? 어머니한테 보내든, 고모들한테 보내든 당신이 알아서 해.

당장 내가 얘 쫓아낼 거야.

몰라, 그래, 그럼 어쩔 거야? 영아한테 어떻게 말해야 하는데?

그건 안돼. 당신 자꾸 그렇게 나오면 나 얘들 다 두고 집 나가 버릴 거야.

당신 엄마랑 고모들이 알아서 키우겠지.

당신들 귀한 손자들이 두 명이나 있는데

뭐? 그럼 내가 하자는 데로 해.

그럼 내가 얘도 키울 테니까. 우리 애들하고 똑같이 키워 줄 테니까 내가 하자는 데로 해.

우리 영아도 대학에 보내.

지금이라도 인문계 고등학교 갈 수 있어.

아직 고등학교 시험 안 봤어. 그래, 12월 말에 보는 거야.

영아 시험 준비 안 해도 충분히 합격 해.

그래, 얘는 내가 키울 테니까. 영아나 주아 현아 딸이라서 대학 보내지 말라는 소리는

어머니, 고모들, 삼촌들 입에서 나오지 못하게 해. 당신이 그렇게 해. 내가 말해봤자 아무 소용없어.

알았어요.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 게. 그래요. 들어가요. “


엄마는 방바닥에 다시 드러누웠다.


“ 엄마, 아빠가 뭐래? ”

“ 현아야, 끝났다. ”

“ 응? 뭘? ”

“ 이제 다 됐어. 차라리 잘 됐다. 애 하나 더 키우는 게 뭐가 어려워.

우리 영아나 주아 널 생각하면 잘 된 거야. 어머니나 고모들 이제 아무 말 못 하겠지. “

“ 엄마, 근데 아까 영아 언니 인문계 고등학교 간다고 했지? 그랬지?

그럼 큰 언니 상고 안 가도 되는 거지? “

“ 들었어? ”

“ 응 ”

“ 그래, 큰 언니 이제 상고 안 가도 된다. 영아 대학 보내야지. ”

“ 엄마, 저 오빠, 어제저녁도 안 먹고 오늘 아침도 안 먹었어. ”

“ 엄마가 알아서 할 테니까 얼른 가자. ”

“ 응, 알았어 ”


선교원에 가면서도 혼자 있을 그 오빠가 걱정된다. 어제 하루 종일 밥도 못 먹었는데. 배가 많이 고플 텐데.

b29라도 주고 올 걸 그랬나 보다.

엄마는 어제부터 해피 분식에 가지 않았다.

해피 아줌마는 어제 늦은 밤에 찾아와 엄마를 위로해주고 며칠 나오지 말고 쉬라고 했다.

우리가 학교와 선교원에 간 사이 엄마랑 그 오빠 둘이서 집에 있을 것이다.

우리 식구 모두들 여전히 그 오빠에게 냉랭하다. 특히나 엄마는 밥을 차려주기만 할 뿐 어떤 말도 걸지 않는다.

집에 돌아가니 엄마가 없다.


“ 할머니, 우리 엄마 어딨어요? ”

“ 엄마, 병원에 갔어. 아무래도 위가 또 탈이 났나 보다. ”

“ 네? 누구랑요? ”

“ 어제 온 그 오빠가 엄마 데리고 병원에 갔어. ”

“ 엄마가 너 오면 집에 있으라고 했어. 병원에 오지 말고 ”

“ 네 ” 말은 했지만 나는 걱정이 돼서 엄마가 다니는 하 내과에 갔다.


“ 언니, 우리 엄마? ”

“ 응, 저기에서 링거 맞고 계셔. ”

“ 네 ”


엄마가 링거를 맞고 있다는 방으로 갔다.

소곤소곤 엄마랑 그 오빠 말소리가 들린다.


“ 엄마는? 어떻게 돌아가셨니? ”

“ 위 암이었는데 저한테 아프다는 말을 안 하셨어요.

병원에서 알았을 때 이미 늦었데요. 그래도 제가 일찍 알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올해 여름 상태가 악화되면서, 엄마가 위암 말기란 것도 할머니 집 주소도 그때 알려주셨어요.

할머니가 아빠 계신 곳을 알 테니 엄마가 죽으면 아빠를 찾아가라고요. “

“ 그럼, 정말 너희 엄마랑 중아 아빠 연락하지 않고 지낸 거야? 왕래도 하지 않고? ”

“ 네, 엄마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 아빠는 돌아가셨다고 했어요. ”

“ 그럼 엄마랑 너랑 둘이서 어떻게 살았어?

할머니나 할아버지, 이모들, 삼촌, 친척들은 하나도 없어? “

“ 네, 엄마랑 저랑 둘이서 살았어요. 엄마랑 저랑 작은 식당을 하면서 살았어요.

우리 둘이 살 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전에 잠깐 어떤 아저씨랑 같이 살았다가 도망친 적이 있어요.

아저씨가 친아빠처럼 저를 잘 키워준다고 해서 엄마가 그 아저씨랑 같이 살았는데

그 아저씨는 맨날 술만 먹고, 일도 하지 않으셨어요.

술에 취하면 저랑 엄마를 때렸어요. 한 번은 제가 너무 심하게 맞아서 팔이 부러졌거든요.

엄마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헤어지자고 했는데 아저씨가 엄마를 자주 때려서

그 아저씨가 술에 취해 자는 틈에 엄마랑 도망쳐서 살았어요.

그 아저씨가 다시 찾아올까 봐 엄마랑 저랑 항상 조심하면서 지냈어요.

이사도 자주 다니면서요. 엄마는 아프면서도 일했어요.

나중에 엄마가 죽고 나면 제가 먹고살 수 있는 돈을 저금해야 한다고.

차라리 그 돈으로 수술을 했어야 했는데.

엄마는 수술비며 병원비 약값이 아까워서 아픈 걸 참고 살았어요.


올해 여름 엄마가 병원에서 돌아가실 때 할머니 주소를 알려주셨어요.

엄마가 죽으면 찾아가라고.

저도 알아요. 저를 좋아할 사람이 없다는 거

근데 너무 무서워서. 밤에 혼자 자려면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자꾸 그 아저씨가 저를 찾아올 것만 같아요.

몇 달을 혼자서 살아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서 할머니를 찾아간 거예요.

저는 여기든 할머니든 고모네 집이든 아무 데도 상관없어요.

잠만 좀 자고 싶어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어요. “

“ 엄마랑 둘이서 고생하며 살았구나. ”

“ 아줌마, 죄송해요. ”

“ 뭘? ”

“ 다요. 다 죄송해요. 저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가 태어나서 우리 엄마가 고생만 하다 죽은 거 같아요. ”

“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무슨 죄니? 다 어른들 잘못이지.

엄마는 너랑 살면서 행복했을 거야. 분명 너 때문에 아주 많이 행복했을 거야.

너 때문에 엄마가 고생했다고, 죽었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마.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하늘에 있는 네 엄마가 정말 슬퍼할 거야.

엄마는 네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길 바라실 거야. 엄마들은 그래. 네가 정말 엄마를 생각하면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야 해. 네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그렇게 살아야 해. “


링거를 맞고 있는 엄마 옆에 그 오빠가 앉아 있다.

오빠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에 안타까움이 뭔지 모를 슬픔이 한가득이다.

오빠는 더 이상 엄마를 무서워하는 것 같지 않다.

병원에 엄마와 그 오빠를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둘은 좀 친해진 것 같다.

마당에 물을 뿌려 청소하고, 마루에 물걸레질을 하며 깨끗이 닦는다.

한결 마음이 개운하다. 엄마와 그 오빠가 돌아왔다. 엄마 얼굴이 한결 나아졌다.


“ 엄마, 괜찮아? ”

“ 응, 현아야. 이 오빠 이름이 재영이 야. 이재영

우리 집에서 당분간 같이 살 거야. 영아 언니랑 같은 나이니까 앞으로 오빠라고 불러. “

“ 응 ”



오빠와 언니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회의가 소집됐다.


“ 얘 이름은 이재영이야. 다 알고 있지? 아빠 아들이야.

재영이가 원한다면 성도 바꿀 생각이야. 너희들이랑 같은 민 씨로 말이야.

어른들 일 이니까 나중에 너희들이 어른이 되면 그때 자세하게 알려줄게.

재영이는 아빠 아들이고 영아랑 동갑이야.

재영이 엄마는 올여름에 돌아가셨어. 친척은 아무도 없고, 살 곳이 필요하다.

엄마가 아무리 생각해도 할머니나 고모들 집에서는 재영이가 살기 힘들 것 같아 그래서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고 했어. 재영이도 아빠 아들이니까.

너희들 마음이 힘들 거라는 것도 알아. 나도 힘들었으니까

재영이도 마찬가지로 힘들 거야. 우리 그래도 서로를 받아들이자.

우리도 재영이도 함께 살려면 노력해야 해.

가족이란 건 당연한 게 아니야. 배려하면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해.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고 조금씩 곁을 내어주자.

재영이는 중아랑 같은 방을 쓰고, 재영이 너는 이제 짐 풀고 정리를 좀 해. 중아 네가 형이니까 도와주고 잘 돌봐줘라.

영아랑 나이는 같지만 생일이 영아가 더 빠르니까 재영이가 누나라고 불러.

주아는 오빠라고 부르고 “


“ 난 싫어요. 얘랑 같이 방을 쓰는 건 불편해.

갑자기 얘랑 어떻게 방을 같이 써요? 항상 방을 혼자서 썼는데. 서랍에 옷이랑 다른 짐도 많고

공부도 늦게까지 해야 하고. 잠도 항상 혼자 잤는데.

갑자기 동생이라고 나타나면 동생이 되는 거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해요?

아빠가 우리 몰래 낳아온 자식을.

갑자기 그러라고 하면 우리는 무조건 동생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거예요? “

“ 오빠 말이 맞아. 오빠 이제 고 3인데 신경 쓸 일도 많을 텐데. 오빠가 공부가 되겠어?

나도 오빠라고 부르기 싫어. 나한테 오빠는 중아 오빠 하나야.

기분 나빠. 아빠가 다른 여자랑 낳은 애. 그 애를 오빠라고 부르기도 싫어.

창피해. 친구들이 이 일을 알면 얼마나 욕 하겠어.

부끄러워. 애들한테 쟤를 누구라고 말해야 해?

다들 한 동네에 사는데, 벌써 애들이 어디서 들었는지 학교에서 나 만보면 수군 덴단 말이야.

쟤 그냥 할머니 집에 가서 살라고 해. 아님 큰 고모나 작은 아빠 집에 가서 살라고 해.

왜 우리 집에서 우리랑 살아야 해? “


“ 민주아. 쟤 아니고 너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야.

친오빠는 아니어도 나이 많은 사람이니까 오빠라고 할 수도 있는 거야.

너 할머니 집에서, 고모나 작은 아빠들 집에서 살 수 있어? 하루라도 거기서 살 수 있겠어?

그 집에서 편히 먹고 자고 할 수 있겠냐고? 너도 못하면서 왜 다른 사람한테 그러라고 해?

오빠는 이제껏 혼자 그 큰 방 다 쓰고 편하게 살았으니까. 다른 사람이랑 같이도 살아봐.

어떻게 매일 편하게만 살아? 우리들은 불편하고 힘든 거 참으면서도 살았어.

나는 방 없이 맨날 다락방에서 자고 공부했어.

두 명이서 큰 방에서 자고, 공부하고 하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겠어?

옷, 책, 만화책이랑 쓸데없는 것들 다 버리고 정리하면 되잖아.

엄마가 평생도 아니고 잠깐 같이 산다고 했잖아.

엄마 돌아가시고, 얘도 힘들고 정신이 없을 텐데. 우리가 좀 참아주면 안 돼?

그렇게 말을 모질게 해야겠어? “


영아 언니가 한 마디 하자 주위가 조용해졌다.


“ 나도 찬성이야. 이 오빠 우리 집에서 사는 거

이상한 아저씨가 오빠를 쫓아다니면서 자주 괴롭혔는데 우리 집이 아니면 아무 데도 갈 데가 없데.

나도 할머니랑 고모들이랑 살기 싫은데 이 오빠도 거기서 살기 싫을 거야.

이 오빠가 어른 될 때까지, 키가 크고 힘이 세 질 때까지 우리 집에서 같이 사는 거 난 찬성이야. 난 이 오빠를 작은 오빠라고 부를 거야.

모두들 나를 보고 입을 벌렸다. 제일 놀란 건 재영 오빠다.

엄마가 영아 언니와 나를 보다 말을 이어간다.


“ 영아야, 너는 상고 안 가도 된다. 아빠랑 얘기 다 끝냈어. 아빠가 너 대학교 보내라고 하더라.

내일 학교 가서 담임선생님께 말하고 고입 시험 준비해. “

“ 어? 엄마, 정말이야? 진짜야? ”

“ 응, 아빠가 할머니랑 고모들 작은 아빠들한테 다 말해놓는다 했어.

너 대학 가는 거 반대할 사람들 이제 어디에도 없어.

우리 집에서 대학 못 가는 사람은 공부를 못해서 못 가는 거야. 여자라서 못 가는 건 없어. “

“ 엄마,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내일 학교 가서 담임선생님한테 말해야지. ”

“ 재영아, 형 방에 들어가서 짐 풀어라. 중아 네가 재영이 옷 정리하는 거 도와주고

주아 너도 앞으로 재영이한테 작은 오빠라고 불러. 재영이는 앞으로 우리 집에서 같이 산다. “


큰 언니는 신이 나서 문간방 아저씨에게 달려갔다.

아저씨 방에서 손뼉 치고 웃는 소리가 난다. 아저씨도 언니처럼 좋아했다.

중아 오빠는 재영 오빠를 동생으로 받아들이기 힘든가 보다.

오빠는 원래 착한데 이상하게 재영 오빠를 싫어한다. 주아 언니는 심술궂어서 그렇다고 쳐도


‘ 둘이서 빼다 박은 듯 닮았으면서 뭐가 그리 싫을까? ’


늦게까지 모든 방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

속 편히 자는 건 주아 언니밖에 없다.

안방에선 한 숨소리만 나고

중아 오빠 재영 오빠 둘은 불편해서 못 자고, 영아 언니는 기뻐서 잠을 못 자고,

문간방의 아저씨도 오늘은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다.

나도 왠지 잠이 오지 않아 옥상에 달을 보러 올라갔다.

자는 줄 알았던 재영 오빠가 옥상에 있다.


“ 어? 오빠, 여기 있었어? ”

“ 응, 너구나. ”

“ 잠이 안 와? 배고파? 내가 먹을 것 좀 가져다 줄 까? ”

“ 아니야, 괜찮아. ”

“ 오빠, 그 아저씨가 찾아올까 봐 아직도 무서워서 잠을 못 자는 거야?

나 그때 엄마랑 오빠랑 얘기하는 거 몰래 들었는데, 우리 집에 어른들 많으니까

그 아저씨 더 이상 찾아오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이제 자. 걱정하지 말고. ”

“ 아니야, 그래서 못 자는 거 아니야. ”

“ 그럼, 왜? ”

“ 아니야, 그냥 ”

“ 오빠, 엄마 보고 싶어? ”

“ 어? ”

“ 오빠, 엄마 보고 싶어? ”

“ 응, 나 엄마 보고 싶어.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한테 가고 싶어. ”


재영 오빠는 갑자기 눈물을 훅 터트렸다. 나도 오빠랑 같이 울었다.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니까

그 마음이 얼마나 슬플지 알고 있으니까


“ 오빠, 오빠 엄마가 저 달이라고 생각하자.

엄마가 보고 싶으면 옥상에 올라와서 달을 보면 되잖아. 그럼 오빠 엄마도 오빠를 볼 수 있잖아? “

“ 그럴까? 저 달이 우리 엄마라고 생각할 까? ”

“ 동글동글 예쁘고 밤을 밝혀주는 착한 달이니까 오빠 엄마라고 생각하자. ”

“ 그래 ”


우리는 한 참 동안 달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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