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 도둑 고양이들이 울던 그날 밤

part 3

by 옥상 소설가


큰 언니는 고입 시험에서 만 점을 받았다.

언니는 겨울 방학 내내 고등학교 올라가서 공부할 과목들을 문간방 아저씨와 공부했다.

아저씨는 큰 오빠, 영아 언니, 재영 오빠까지 세 명을 가르쳤다.


“ 재영아, 고입 시험에 합격은 했어도 더 공부해야겠어.

이 성적으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힘들어. 더 열심히 해야 해.

내가 과외 가고 없을 때 모르는 거 있으면 중아나 영아한테 물어봐.

영아, 너도 재영이 잘 가르쳐 주고, 가르쳐 주면서 실력도 느는 거야. “

“ 네 ”


문간방 아저씨가 언덕 위에 사는 오빠 언니들을 가르치러 가서 집이 비어있을 때

재영 오빠는 공부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영아 언니에게 물어보러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영아 언니는 재영 오빠가 다락방으로 올라오면 마루로 내려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오빠가 완벽히 이해할 때까지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나를 가르치는 것보다 더 자세하고 꼼꼼히 가르쳤고, 어쩔 때는 무섭기까지 했다.

아저씨를 대신해 오빠의 숙제를 검사하기도 했고

아저씨의 보조 선생님처럼 오빠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지켜봤다.

재영 오빠는 영아 언니를 같은 나이면서도 ‘ 누나 ’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

오빠는 아직도 우리 큰 오빠를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큰 오빠는 여전히 재영 오빠를 달가워하지 않았고, 주아 언니도 재영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은동이 할머니도 대전 댁 아줌마도 재영 오빠를 우리 식구로 인정을 하는 것 같은데

중아 오빠나 주아 언니는 재영 오빠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 엄마, 왜 중아 오빠랑 주아 언니는 재영 오빠를 싫어할까? ”

“ 중아나 주아는 시간이 더 필요한가 봐. ”

“ 언제까지? 얼마나 더 필요해? ”

“ 생각보다 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어. 그렇대도 억지로 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

기다려야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재영이가 워낙 착한 애니까. “


엄마는 재영 오빠는 큰 오빠가 다녔던 합기도 학원에 보냈다.

남자는 제 한 몸 지킬 줄 알아야 하고, 재영 오빠의 키와 덩치가 작으니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우유 한 병을 더 배달시켜 재영 오빠가 마셔야 하니 아무도 마시지 말라고 했다

오빠는 우리 집에 온 뒤 키도 커지고, 몸도 커지는 것 같았다.

나는 재영 오빠랑 자주 놀이터에 갔다.

재영 오빠가 엄마를 보고 싶어 하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언덕 위 놀이터로 가서 연을 날렸다.


작은 오빠, 연 날리러 가자. ”

“ 연 날리러? ”

“ 응, 수철이 삼촌이 만들어 준 연인데 무지 잘 날아. 연을 날리면 답답한 마음도 풀릴 거야. ”

“ 그래, 가보자. ”


오빠랑 나는 연을 날렸다. 오빠랑 같이 연을 잡고 달리다 손을 놓으면 연은 하늘 높이 높이 날았다.

아직 새까만 하늘이 아닌데 손톱만 한 하얀 달이 일찍 나왔다.


“ 수철이 삼촌, 보고 싶어. 빨리 와. 빨리 와. 빨리. 빨리

오빠도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빨리 말해. 큰 소리로 말해. 잘 들리게. “

“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보고 싶어.

나 여기서 잘 살고 있어. 아줌마도 잘해주시고 영아 누나랑 현아도 잘해줘.

형이랑 주아는 아직 덜 친한데, 시간이 지나면 친하게 될 것 같아.

엄마 내 걱정하지 말고 거기서 잘 쉬어. 보고 싶어. 엄마, 많이 보고 싶어. “

“ 아줌마, 저 작은 오빠 동생 현아예요. 오빠랑 저랑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어요.

우리 엄마도 작은 오빠 좋아해요. 우리 큰 언니도요.

큰 오빠랑 작은 언니는 오빠랑 아직 안 친한데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래요. 오빠랑 자주 보러 올게요. “


“ 엄마, 하늘에서 아프지 말고 잘 지내. 더 이상 아프지 말고 잘 지내. ”

“ 오빠, 이제 집에 가자. 춥다. ”

“ 그래, 가자. ”

“ 현아야, 우리 엄마 이제 걱정 안 하겠다. 우리 엄마도 이제 편히 자겠어. ”

“ 맞아. 이제 더 이상 걱정 안 하실 거야. ”

“ 오빠, 우리 호빵 사 먹으면서 갈까? ”

“ 그럴까? ”


우리는 호빵을 먹으며 집으로 갔다.

오빠 이 사이에 낀 단팥을 보며 깔깔깔 웃었다.

집에 와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우리 집 주변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경화 할머니, 동주 아저씨, 은실이 아줌마, 안나 아줌마 모두들 대문 밖에 서서 우리 집을 구경하고 있다.

대문은 열려있고 남자들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집에는 덩치가 큰 아저씨들 두 명이 우리 집 마당에 서 있고, 한 명은 문간방 아저씨 방에서 책상이랑 옷 장안의

아저씨 물건들이며 책을 찢고 던지고 마당으로 던지고 있었다.


“ 언니, 왜 그래? 이 아저씨들 누구야? ”

“ 쉿~ 조용히 있어. 경찰들이야. ”

“ 경찰? 경찰이 왜 우리 집에 와? 왜 아저씨 방에 있어? ”

“ 조용히 있어봐. ”

“ 정재훈 이 놈 어디 있어요? ”

“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

“ 이 집에서 하숙하면서 이 집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하던데.

아줌마가 이 놈 숨기고 있는 거 아니에요? ”

“ 내가 숨기긴 누굴 숨겨요? 하숙집 주인이 하숙생들하고 친한 건 당연한 거지.

학생 방에서 물건들을 왜 뒤지는 거예요? 이 학생이 무슨 나쁜 짓을 저질렀나요? 무슨 일이에요? ”

“ 정재훈 이 놈 아주 악질이에요.

북에서 온 간첩이랑 빨갱이들하고 연결되어 있어서 어리고 순진한 학생들한테 불온서적들 주고,

교육시켜서 북에 보내려고 하고, 데모에 참여하라고 선동했어요.

자기는 뒤에서 숨어 조정하고, 앞에는 순진하고 어린 학생들 앞장서게 하는

아주 치사하고 질이 나쁜 놈이에요. 이 놈을 잡아서 빨리 감옥에 넣어야지.

아주머니, 정재훈 이 놈 집에 들어오면 얼른 신고해요.

혹시나 정재훈을 숨기거나 도주하는데 도움을 주면 아주머니도 빨갱이가 되는 거예요. 내 말 명심해요. “


“ 알았어요. 학생 들어오면 얼른 신고할 테니 다 조사하셨으면 얼른 가주세요. 애들이 겁먹어요. “

“ 여기 모여있는 사람들도 잘 들으세요.

이 집에 사는 정재훈이라는 학생은 간첩이에요. 간첩을 숨기면 알죠? 숨겨준 사람도 간첩이에요.

이 학생 발견하면 즉시 경찰에 전화해요.

혹시나 이 학생을 숨기거나 도주하는 데 도움을 주면 그 사람도 빨갱이로 간주해요.

그 사람도 감옥에 잡혀 들어가니까 알아서 해요. “


아저씨들은 아저씨 방을 엉망으로 만들고 집 밖으로 나갔다.

우리 집에 모여있던 사람들도 얼른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 엄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

“ 현아야, 그 아저씨들 정말 갔나 밖에 나가서 한 번 봐봐. ”

“ 응 ”


나는 골목길을 나가 시장 안 밖을 살피고 대로변까지 나가봤다. 덩치 큰 아저씨들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 엄마, 갔어. 정말 간 거 같아. ”

“ 그래? ”

“ 학생, 재훈이 학생 빨리 나와. 다 간 것 같아. ”

“ 네, 감사합니다. ” 문간방 아저씨는 큰 언니 다락방에서 내려왔다.

“ 학생, 이게 뭔 일이야? 학생 데모도 하는 거야? ”

“ 네, 친구들이 다 하고 있는데 저만 빠질 순 없잖아요. 더 이상 참을 수도 없고요. ”

“ 알겠는데. 이제 어떡하지? 집에 이렇게 숨어 있으면 되는 거야? ”

“ 아니요. 학교로 다시 나가야 해요.

학교에 가서 친구들한테 전달해야 할 서류가 있어요. 서류 반드시 줘야 하는데

지금 없는 것 같긴 하지만 분명 어디 숨어 있을 거예요.

그 경찰들 어딘가에서 분명 제가 나올 때까지 지키고 있을 거예요.

어떻게든 나가야 하는데. “


“ 그래? 재훈 학생, 데모하는 거 너무 위험하지 않아? 시골에 계신 부모님 걱정하실 텐데.

다른 학생들처럼 졸업하고 취직해서 평범하게 살아가면 안 될까?

부모님 나이도 있으신데. 부모님 생각도 해야지. ”

“ 저희 부모님은 제가 이러는 거 혼내실 분 아니세요.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실 거예요. 다치지 않고 조심하면 돼요.

아주머니한테 피해가 안 가도록 할게요. ”

“ 난 학생도 우리 애들도,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

“ 네, 알겠습니다. ” 아저씨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 오빠, 제가 도와드릴게요. ”

“ 아냐, 나 혼자 할 수 있어. ”

“ 같이 해요. 이걸 어떻게 혼자 해요? ”


영아 언니와 재영 오빠는 아저씨 방으로 들어가 같이 방을 정리했다.

나는 그 아저씨들이 무서워 밖으로 다시 나갔다. 문간방 아저씨 말이 맞았다.

그 아저씨들 말고도 우리 동네에 살지 않은 처음 보는 아저씨 두 명이

골목 굴뚝 뒤, 골목 안 쪽 대문에 숨어서 우리 집을 쳐다보고 있었다.


“ 아저씨, 엄마, 있어. 그 아저씨들이 있어. ”

“ 뭐? ”

“ 처음 본 아저씨들이 있어. 아저씨들 두 명인데, 우리 집을 계속 쳐다보고 있어.

엄마, 무서워. 아저씨, 얼른 숨어요. 그 아저씨들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오면 어떻게 해? “

“ 이거 정말 큰일이네. 학생, 어떻게든 여길 나가야겠어.

그 사람들 분명 우리 집에 다시 들이닥칠 거야. 여기 있으면 분명 잡힐 텐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

“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내일이나 모레까지 반드시 여길 나가야 해요.

여기 있으면 잡힐 수도 있고 모두들 다 위험해져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들 말고 계세요. “

“ 학생, 그 방 말고 영아 방에 숨어 있어. 내가 밥이랑 다 올려다 줄 테니까 ”

“ 네, 감사합니다. ”



아저씨는 영아 언니 방에 숨어 있었다.

모두들 말은 안 했지만 그 아저씨들이 다시 찾아올까 봐, 우리들을 잡아갈까 봐 무서워하고 있었다.

9시 뉴스에서는 매일 대학생 데모 뉴스며 대학생들과 북한 간첩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 엄마, 아저씨 잡혀가면 어떡해? ”

“ 아니야, 그런 일 절대 없어. 아저씨는 착해서 하나님이 분명히 도와주실 거야. ”


밤 11시가 넘어 집 안의 불이 모두 꺼지고, 잠을 자려는데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 설마, 아저씨? ’


나는 마당으로 나가 아저씨 방을 살폈다. 아저씨는 우리 집을 나가려고 대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 아저씨 ”

“ 현아야, 조용히 있어. ”

“ 아저씨, 가만있어 봐요. 내가 먼저 나가서 그 사람들 있나 한번 보고 올게. ”


살며시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본다.

굴뚝 뒤, 대문 뒤, 전봇대 뒤, 시장 입구 나가서 학인 해보니 그 아저씨들은 없다.


“ 아저씨, 없어요. 없는 것 같아. ”

“ 그래? 현아야, 고맙다. ”

“ 형, 안돼요!!! ”

“ 응? ”

“ 그 사람들 분명 어디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거야. 지금 나가면 안 돼요. 내가 먼저 나갈게. “

“ 뭐? 그게 무슨 말이야? ”

“ 내가 형 옷 입고 나가서 언덕 위 쪽으로 유인할 테니까. 그때 도망쳐요. 분명 그 사람들밖에 있어. “

“ 안 돼, 너무 위험해. 그러다 네가 다칠 수도 있어. ”

“ 답답해서 동네 한 바퀴 뛰려고 나왔다고 할 테니까 그 사람들이 나를 잡으려고 하면 그때 얼른 도망쳐요.

시장 안으로 들어가다가 언덕 위로 갈 테니까 형은 도로 쪽으로 달려가요.

잡히지 말고 꼭 안전한 곳으로 숨어요. “

“ 그래, 고맙다. ”


작은 오빠는 아저씨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밖으로 조용히 나갔다.

나는 옥상으로 올라가 망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오빠가 후다닥 소리를 내며 시장 안으로 뛰어가자 놀란 아저씨들이 작은 오빠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 저기 있다. 정재훈, 너 거기서. 거기 서라고!!! ”

“ 너 이 새끼, 안 서! 얼른 안 서! ”

“ 정재훈, 서, 거기 서, 넌 잡히면 죽어. ”


아저씨들이 소리를 질러대도 동네 집 들의 불은 켜지지 않았다.


“ 아저씨, 빨리 가요. 그 아저씨들 작은 오빠를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어.

시장 입구로 들어갔으니까 여긴 안 보일 거야.

어? 어? 잠깐, 잠깐만! 아저씨 나가지 마요!!!

아직 무서운 아저씨들이 골목에 더 있어. 다 따라 간 게 아닌가 봐요.

아저씨 얼른 옥상으로 가서 도망가요. 시간 없어. ”


아저씨는 옥상으로 올라가 지붕들을 밟으며 살금살금 걸어가기 시작했으나

‘ 우두둑~ 우두둑~묵직한 기왓장 깨지는 소리가 발걸음을 뗄 때마다 들려왔고, 오드득~오드득~ 내 심장은 저려왔다.

갑자기 동네 집 들의 불이 하나둘씩 불이 켜졌다.

동주 집에서는 티브이 소리가 크게 들리고,

은실이네 집에서는 아줌마가 좋아하는 뽕짝이 동네가 떠나갈 듯 크게 흘러나왔다.

호달이네 집에서는 갑자기 아저씨랑 아줌마 싸우는 소리가 나면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선희 언니네는 드라마 소리가

쌍둥이 집에서는 쌍둥이들이 자다 깨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밤 10시면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 자는 시간인데 일제히 모두 일어나 동네가 소란스러웠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눈을 뜨자마자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동주네, 은실 아줌마네, 호달이네, 쌍둥이네, 선희네 동네 지붕의 기왓장들이 군데군데 깨져 있었다.

작은 오빠는 밤새도록 뛰어다녔는지 방에서 늦잠을 자고 있었다.

문간방 아저씨가 무사히 도망쳤기를 하나님께 기도했다.

다행히 경찰 아저씨들은 우리 집에 다시 오지 않았다.

아저씨도 무사히 도망을 쳤는지 아무 소식도 없었다.



일요일 점심 우리 동네 여러 집이 기왓장 공사를 했다.

기왓장 기술자 아저씨들 여럿이 와서 깨진 기와들을 교체했다.

아저씨들은 지붕에서 누가 달리기를 했는지 깨진 기왓장이 너무 많다고 소리가 요란했을 거라 했다.

사람이 지붕 위를 걸었으면 분명 소리가 들렸을 텐데 아무도 듣지 못했냐고 의아해했다.


동네 사람들은

며칠 전 어느 밤 도둑고양이 여러 마리가 지붕을 뛰어다녔는데 아무래도 그날 밤 깨진 것 같다고



고양이들 울음소리가 요란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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