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 해 구름 바람 모두 욱이 옷을 말려주었지

part 1

by 옥상 소설가

“ 현아야, 준이네 가서 준이 옷 좀 주고 와. ”

“ 갔다가 욱이 좀 보고 놀다 와도 되지? ”

“ 너무 늦게까지 있지 말고 얼른 와. ”

“ 알았어. ”

“ 아줌마, 저 왔어요. ”

“ 어, 그래 현아 왔구나. ”

“ 아줌마, 이거 준이 옷이요. ”

“ 그래, 고맙다. 아휴~ 깨끗하고 예쁜 옷이 참 많네. 엄마한테 고맙다고 전해 드려. ”

아줌마는 욱이를 업고 수돗가에서 빨래를 하고 계신다.

“ 아줌마, 준이는요? 준이는 언제 와요? ”

“ 준이는 외할머니 집이 더 좋단다.

서울에 안 간다고, 매일 할머니 할아버지랑 바닷가 가서 놀고 있데. ”

“ 아~ 우리 준이, 벌써 누나를 잊었네. 조금 섭섭하려고 그러네. 아줌마, 준이 보고 싶죠? "

" 보고 싶긴 한데. 지금은 내가 준이랑 놀아줄 수 없으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랑 있는 게 더 나아.

매일 집 앞에 있는 바다에 나가서 노니 얼마나 재미나겠어.

벌써 얼굴이 새카맣게 타버렸을 걸. 안 봐도 빤해. 하루 종일 바다에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지.

나도 어릴 땐 친구들이랑 바다에서 수영하고 모래 놀이하고 조개 줍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는데

아침에 나가도 금방 저녁이야. 우리 준이 지금 신났을 거야. "

" 아줌마 집이 해운대예요? "

" 아니, 송도 바다 근처에 있지. 서울 사람들은 부산하면 해운대를 생각하는데

부산 사람들은 송도 바다를 더 좋아하고 즐겨 찾아.

깊이가 완만해서 애들 놀기 좋거든. 더 한적하고 말이야.

자꾸 말하다 보니 나도 바다에 가고 싶다. 현아야, 우리 나중에 부산 우리 집에 꼭 가자. "

" 네, 아줌마 우리도 준이처럼 바다 가서 실컷 놀아요.

아줌마, 제가 욱이 볼 테니까 포대기 푸세요. 아줌마도 힘들고, 욱이도 불편해요. ”

“ 그럴까? 아휴~ 이제 좀 살겠네. 허리랑 어깨가 아팠는데. ”


엄마가 주위에서 준이 또래 남자아이 옷을 구해와 아줌마에게 주면

아줌마는 볕이 좋은 날을 골라 수돗가에서 공을 들여 빨래를 했다.

빨고 빨고 헹구고 헹구고, 헌 옷이 새 옷처럼 하얗고 얼룩이 사라질 때까지

고무대야에 땀이 뚝뚝 떨어지도록 깨끗이 빨았다.

한낮의 해는 준이의 옷을 말리기 위해 뜨거운 햇볕을 내리쫴 주었고,

풍심 좋은 바람은 시원한 입김을 불어주었다.

변덕이 죽 끓는 듯한 구름도 아줌마가 헌 옷을 빠는 날은 먹구름으로 변하지 않았다.

하늘의 신들은 수돗가에서 아줌마가 열심히 빨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것이 좋았는지

새 옷처럼 하얗고 뽀송뽀송하게 준이의 옷을 말려주었다.

우리 엄마처럼 천신들은 아줌마와 준이를 사랑했다.


" 아줌마, 준이도 아저씨처럼 예쁜 옷 사주지. "

" 애들은 금방 쑥쑥 자라서 어차피 내년이면 못 입어. 아직 은행에 갚을 돈도 많고

깨끗이 빨아 입히면 괜찮아. 어릴 땐 헌 옷이든 새 옷이든 나가 놀면 마냥 좋은 거야. "

" 아줌마. 아줌마도 해피 아줌마처럼 예쁜 옷 입으면 좋을 텐데. 우리 동네에서 아줌마가 제일 예쁜데 "

" 응? 내가 이쁜 옷 입었으면 좋겠어? "

" 네, 아줌마도 백화점에서 예쁜 옷도 사 입고, 구두도 사서 신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미스 코리아처럼 예쁘게 말이에요. "

" 아줌마도 옛날에는 좋은 옷 입고, 비싼 구두 신고 다녔거든. 아저씨랑 결혼하기 전 아가씨 때 말이야.

근데 결혼을 해서 애들을 낳고 키우다 보면 그럴 틈도 없고 여유도 없어.

그나마 다행인 건 아줌마가 아가씨 때 멋을 실컷 부리고 다녀서 아쉬움이 없다는 거야.

지금은 우리 준이 욱이 건강히 자라고, 아저씨가 회사 잘 다녀서 어서 빚을 갚아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어.

현아도 나중에 아가씨가 되면 예쁜 옷 사서 입고, 뾰족 구 두고 신고 이쁘게 하고 다녀. "

“ 네 ”


아줌마는 준이 아저씨 옷이나 신발, 넥타이 등은 새 것으로 구입해 입혔으면서도

정작 아줌마 자신의 옷이나 신발 가방 살림살이 물건들은 사지 않았다.

자기는 비싼 옷을 안 입어도 된다고. 자신은 이미 비싼 사람이라고 했다.

“ 아줌마, 비싼 사람이 뭐예요? ”

“ 비싼 옷이나 신발 화장품 머리 가방이 없어도 될 만큼 이미 괜찮은 사람. ”

“ 그건 어떻게 되는 건데요? ”

“ 어떻게 되겠다 하는 방법은 없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거야.

너도 비싼 사람이 되고 싶어? ”

“ 네 ”

“ 아줌마가 보기에 넌 이미 비싼 사람이야. 비싼 어른으로 크고 있는 걸.

“ 네? ”

“ 현아, 너는 이대로 지금처럼 크면 되는 거야. ”

아줌마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다.

우리 동네 가장 똑똑한 똑순이, 준이 아줌마는 허튼 말은 안 한다.

엄마는 설이나 추석이면 준이의 옷을 선물했다.

아줌마가 내 옷을 사주려고 하면 나중에 은행 빚을 다 갚고 난 뒤 사주라고 했다.

아줌마는 친언니처럼 우리 엄마를 잘 따랐다.

욱이를 마루에 눕히고 쭉쭉이를 해주자 시원한지 팔다리를 쭈~욱 핀다.

욱이의 기저귀가 흠뻑 젖어 있다. 기저귀를 벗기고 욱이 고추에 바람을 살살 불어준다.

" 욱아, 답답했지? 축축하고? 기저귀 좀 벗고 있자. 바람 통하게 "

" 하하하~ 현아야, 넌 이제 진짜 애 하나 키워도 되겠다.

아줌마가 욱이 맡기고 어디 다녀와도 되겠어. "


똥 냄새도 나고 오줌 냄새도 나지만 욱이한테는 항상 구수하고 부드러운 냄새가 난다.

엄마는 젖 냄새랑 파우더 냄새라고 젖을 떼고 밥을 먹기 시작하면 사라질 거라고 했다.

욱이가 빨리 젖을 떼서 나랑 같이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

내가 밥이랑 된장국 맛있는 반찬도 먹여줄 수 있는데.

그럴 것 없이 욱이를 우리 집에 데리고 가서 밥을 먹는 게 더 낫겠다.

욱이를 우리 집에 데리고 가면 놀 것도 할 것도 훨씬 더 많다.


' 욱아, 얼른 젖 떼고 누나네 가서 놀자.

누나가 맛있는 거 많이 줄게. 누나랑 밥도 먹고, 같이 잠도 자고, 놀이터에 가서 그네도 타자. '


귀여운 볼에 내 볼을 비비자 욱이가 간지러운지 고개를 돌리며 인상을 쓴다.


" 아줌마, 세탁기가 있으면 훨씬 편한데. 손목이랑 허리 안 아파요? ”

“ 세탁기를 사면 좋긴 한데 물세랑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

집에 짤순이 있으니까 짜기만 하면 돼. 손빨래를 해야 때도 지고 깨끗해. “

“ 그래도 허리랑 어깨가 너무 아프시잖아요. 우리 엄마는 이제 세탁기 없으면 못 살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세탁기 없이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

“ 그래? 나도 사긴 사야 할 텐데. 돈 모아서 사야지. 우리 욱이, 누나랑 놀다가 졸리면 자. ”

아줌마는 빨래를 하고 나는 누워있는 욱이를 봤다.

욱이는 항상 하늘을 향해 팔과 다리를 버둥거리고 있다.

날개를 잃어버린 천사가 하늘을 날고 싶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욱이는 하늘을 보고 용을 썼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준이 아줌마네는 서울로 상경해 우리 집 수돗가 맞은편 방에서 살림을 차렸다.

아줌마는 악착같이 돈을 모아 우리 동네에 집을 샀고, 준이 아줌마가 살던 방에 은동이와 할머니가 들어왔다.

엄마는 아줌마가 우리 골목이나 가까운 곳에 집을 샀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골목은 시장 입구에 있어 사람들이 많이 살고, 활기가 넘쳤지만

아줌마가 이번에 장만한 집은 외떨어진 골목에 있어 조용했다.

엄마는 돈을 더 모아 시장 입구 쪽 집을 사자고 했지만

아줌마는 정말 값이 싼 집이라는 부동산의 설득에 집을 계약해버렸다.

걸어가는 데 시간이 걸려도 나는 아줌마와 준이를 보러 아줌마네 집에 자주 놀러 갔다.

엄마는 아줌마와 아저씨 모두 좋아했지만 준이 아줌마를 더 좋아했다.

젊은 사람들이 성품도 좋고, 알뜰하고 부지런해서 서울에서 집을 빨리 마련한 거라고

우리는 준이 아줌마를 보고 배워야 한다고 노상 말했다.

무엇보다 엄마가 아줌마 내외를 좋아한 이유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통합한 화합의 커플이며

그 주역이 아저씨가 아닌 준이 아줌마라는 것이다.

토요일 오후 준이 아저씨는 출근을 하고

아줌마는 수돗가에서 빨래를 우리 엄마는 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 새댁, 결혼할 때 반대가 심하지 않았어?

경상도 부잣집 외동딸이 전라도 가난한 집 장남이랑 결혼한다고 했을 때 장난 아녔을 텐데. ”

“ 말도 마세요.

저 준이 아빠랑 연애하다가 걸렸을 때 우리 아버지가 제 머리를 빡빡 밀어서 방에 가뒀잖아요. ”

" 뭐? 처녀 머리를? 아버지가 밀었다고? ”

“ 아빠가 준이 아빠랑은 헤어지고, 사돈 맺기로 약속한 아빠 친구 아들한테 시집가라고 했는데

제가 그때 준이 아빠랑 한 참 연애 중이었는데 그게 되나요? 하루라도 안 만나면 죽을 거 같았는데.

아빠가 헤어지라고 했는데 제가 거짓말을 하고 계속 만났죠.

준이 아빠랑 외박을 하고, 우리 집에 데려다주고 가는 길에 아빠랑 딱 마주친 거예요.

그 길로 바로 머리 다 깎이고, 방에 갇히고.

결혼을 안 시켰으면 안 시켰지 그 집에는 절대 시집 안 보낸다고

가난한 집 2남 3녀 중 장남, 전라도가 고향, 불교 집안.

우리 아빠가 싫어하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잖아요.

근데 뭐 그게 준이 아빠 탓인가요? 그 사람도 태어나 보니 그런 거지.

준이 아빠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으면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한편으로는 아빠가 이해되기도 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서러워요. “


“ 세상에, 준이 아빠를? 조건을 말하지 말고 사람을 먼저 보여주지 그랬어?

준이 아빠를 먼저 봤으면 반대가 그렇게 심하진 않았을 텐데. “

“ 어려서 그런 건 잘 몰랐어요. 선입견 없이 준이 아빠를 만났으면 반대를 심하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

저도 아빠가 그 정도로 반대할 줄은 몰랐죠. 아빠는 항상 나한테 오냐오냐 하셨거든요.

당장 결혼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니까 제발 얼굴만이라도 한 번 보시라고

일단 한 번 만나나 달라고 했는데 아버지는 막무가내셨어요.

자존심이 센 사람인데 준이 아빠가 그 설움 다 참아내고 결혼까지 했잖아요. ”

“ 그래, 어떻게 결혼한 거야? 엄마는? 엄마도 반대가 심하셨어? ”

“ 엄마는 내가 준이 아빠를 너무 좋아하니까, 헤어지면 죽는다고 하니까

아빠 몰래 준이 아빠를 몇 번 만나고는 그 이한테 홀딱 반해버렸죠.

누가 그 엄마에 그 딸 아니랄까 봐. 모녀가 보는 눈이 비슷해요. 하하하~ ”

“ 친정 엄마가 준이 아빠한테 홀딱 반했다고? ”


“ 네, 아버지 몰래 엄마랑 셋이서 만나 차도 마시고, 밥도 먹었거든요.

준이 아빠가 남자답고 시원시원하잖아요. 직업도 괜찮고

엄마도 처음에는 달가워하지 않다가 준이 아빠랑 몇 번 만나고, 얘기해보더니

사람도 좋고, 남편감으로 괜찮다고, 아빠만 허락하면 결혼하라고 하셨어요.

근데 아빠 반대가 있을 거라고, 좀 힘들 거라고 했어요.

아빠 친구 분 아들 중에 저랑 짝을 지어주기로 한 오빠가 있었거든요.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긴 했지만 그냥 오빠로만 느껴지고 남자로 끌리지는 않는 거예요.

그 오빠는 저랑 결혼을 하고 싶어 하긴 했지만 제가 싫다고 했어요.

집도 가깝고 형편도 넉넉하고 그 집으로 시집가면 편히 살 수 있다고 했지만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준이 아빤데

없는 집의 장남이어도 좋았어요. 우리 준이 아빠

연애할 때도 안 만나겠다는 걸 내가 얼마나 쫓아다니고 매달렸는지. “

“ 정말? 새댁이 준이 아빠를 쫓아다녔어? ”

“ 네, 제가 준이 아빠 첫눈에 마음에 들어서 이 사람이랑 결혼해야지 맘먹고 계속 쫓아다녔거든요.

근데 준이 아빠는 워낙 조건이 기울다 보니까 연애도 결혼도 포기했다면서 절 밀어내더라고요.

어차피 결혼도 못 할 텐데. 연애하면서 마음 줘봤자 맘고생만 심할 거고, 돈이나 열심히 벌자 그랬데요.

제가 엄청 쫓아다니고 설득했어요. 나랑 연애만이라도 해보자고

준이 아빠는 연애도 결혼도 싫다. 집이 가난해서 연애할 여유도 결혼 생각도 없다는 거예요.

자기랑 결혼해봤자 나만 고생한다고 다른 조건 좋은 남자한테 시집가라고요. 그래도 좋다고 했어요.

난 잘 살 자신 있다고. 나랑 결혼하면 준이 아빠나 시댁 식구들 모두 잘 살게 될 테니까 믿어 보라고요. “

“ 그랬구나. 준이 아빠가 힘들게 살았었나 봐. 고생이 뭔지 아니까 두려운 거야. 뭘 모르면 겁이 없지.

그래 시댁은? 시댁에선 반대가 없었어? ”

“ 처음엔 시댁에서도 달가워하지는 않으셨어요. 경상도 부잣집 외동딸에 종교도 기독교

시댁 어른들도 아들이 비슷한 집안의 여자랑 결혼하길 바라셨데요. “

“ 아휴~ 그래 어떻게 결혼한 거야? 양쪽 집안이 그렇게 반대를 했는데? ”

“ 준이 아빠가 제 머리 밀린 걸 보더니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

“ 응? ”

“ 연락이 안 되니까 저희 집엘 왔다가 문전박대당하고, 집에 가는 길에 절 창문으로 봤거든요.

창문으로 보자기를 쓴 제 얼굴을 보더니 막 우는 거예요.

설마 아빠가 처녀 딸 머리를 밀 줄은 몰랐던 거죠.

헤어지자고. 이렇게 반대가 심할 줄은 몰랐다고.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결혼이고 뭐고 저러다 사람 죽겠다 싶더래요.

머리는 밀리고, 일주일째 단식 투쟁하느라 제가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까 살이 많이 빠졌거든요.

근데 준이 아빠가 헤어지자고 하니까 정신이 번쩍 나는 거예요.

힘이 없어서 누워만 있었는데, 그 사람이 헤어지자니까 힘이 생기데요.

내가 어디 가서 우리 준이 아빠 같은 남자를 만나겠어요?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하기도 싫었어요. 죽었으면 죽었지. “


“ 그래서? ”

“ 제가 제 방 창문을 뛰어넘었어요. ”

“ 뭐? 창문을 넘었어? ”

“ 네 ”

“ 준이 아빠가 놀래 가지고 저를 다시 제 방으로 넣으려고 했는데

우리 집이 내리막길에 있었거든요. 내 방 창 높이가 한 이, 삼층 높이쯤 됐을 거예요.

창이 높으니까 아무리 저를 안고 다시 방으로 넣으려고 해도 넣어지지가 않죠.

제가 집에 안 들어간다고 몸부림을 쳤거든요. “

“ 정말 대단하다. 새댁. 어떻게 뛰어내릴 생각까지 했을까? ”

“ 그럼, 어떡해요? 헤어지자고 하는데. 연애도 겨우 겨우 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도 싫고.

재수가 없으면 발목밖에 더 부러지겠어요? 뼈야 뭐 다시 붙으면 그만이지.

준이 아빠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 마음부터 잡아야 하니까

옷이고 신발이고 뭐 아무것도 안 챙기고, 그대로 준이 아빠네 집으로 들어갔어요. ”

“ 시댁에서 많이 놀랬겠네. ”

“ 네, 놀라기도 놀라셨지만 저를 좋아하셨어요. ”


“ 왜? ”

“ 자기 아들 뭐가 그렇게 좋냐고? 높은 데서 뛰어내릴 만큼, 다쳐도 좋을 만큼 좋았냐고?

대단한 여자가 집에 들어왔다고 하셨어요.

제가 베짱이 두둑하고 의리가 있다나요. 부부로 같이 사는데 그거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식은 안 올렸지만 그 날부터 저를 며느리 대접해주셨어요.

시누가 위로 하나, 아래로 하나, 시동생 둘이 있는데 바로 새언니라고 부르게도 하고요.

같이 살면서 모두 다 잘해주셨어요. “

“ 친정은? 아버지는? ”

“ 아버지가 충격이 크셨데요. 몰래 빠져나가서 남자 집에 들어가서 바로 살았으니까 배신감이 크셨다고

저를 없는 자식으로 생각하겠다고 인연을 끊겠다고 하셨죠.

엄마는 아버지 몰래 돈도 보태주시고, 저희 살림살이도 도와주셨어요. “

“ 아버지가 말은 그렇게 해도 맘고생 많이 하셨을 거야. ”

“ 그러셨을 거예요. 제가 외동딸이었거든요. 위로 오빠 둘이 있긴 했지만 아빠가 절 애지중지 키우셨어요.

시집도 집 근처로 보내서 같이 데리고 살면서 손주들도 키워 주시고 그렇게 옆에 끼고 살고 싶으셨데요, “

“ 야~ 새댁 진짜 대단하다. 진짜 신랑이 각시 하나 잘 얻었어.

어디서 이런 여자를 신부로 구해. 정말 복덩이다. 복덩이 “

“ 제가 신랑을 잘 얻은 거고. 시집도 잘 온 거예요. 부자는 아니어도 시부모님 모두 좋으시고

시동생들도 착하고 좋아요. 돈은 둘 다 젊으니까 이제부터 벌고 모으면 되죠. “

“ 그래, 돈이야 벌면 되지. 우리 딸들도 새댁같이 컸으면 좋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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