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아줌마랑 아저씨는 둘이서 열심히 돈을 모았다.
아저씨는 전기 기술자였고, 아줌마는 건설 회사에서 돈을 계산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아줌마는 일을 정확하고 꼼꼼히 해서 준이를 임신하고, 낳은 후에도 회사에 다닐 수 있었다.
욱이가 태어날 달이 다 돼서야 아줌마는 회사를 그만뒀는데
사장 아저씨는 아줌마가 언제든 일을 하고 싶을 때 다시 회사에 나오라고 했다.
아줌마는 욱이가 돌이 될 때쯤 회사에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준이를 키우는 것도 좋지만
일을 할 때, 사람들이 일을 잘한다고 칭찬해 주거나 유능한 사람이라고 인정받았을 때 살 맛이 났다고 했다.
욱이가 커서 돌쯤 되면 욱이를 맡기고 얼른 회사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아줌마가 일복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일을 하지 않으면 답답해서 못 사는 사람이라 어서 나가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자기 일을 할 사람, 언제까지 남의 밑에서 일할 사람이 아니니 자기 회사를 차릴 것 같다고도 했다.
준이 동생 욱이가 나오고 3,7일이 지나자 준이 아줌마네 가겠다는 걸
엄마가 뜯어말려 한 달이 지나서야 준이 동생 욱이를 보러 갔다.
엄마는 배넷 저고리, 동네 아줌마들은 내복, 기저귀, 외출복, 모자, 미역, 쌀, 김치
모두들 아기 선물이나 음식들을 들고 준이 동생 욱이를 보러 갔다.
나는 아껴 두었던 돈으로 작은 딸랑이 하나를 사서 욱이 옆에 두었다.
욱이가 이 딸랑이를 손에 쥐고 흔들 수 있을 정도로 자라고, 힘이 생기길
솜털 같은 욱이의 머리털을 조심스레 만지며 기도했다.
엄마는 몸조리하기 좋은 계절에 아이를 낳아 다행이라고 고생했다고
내가 욱이를 쓰다듬듯 아줌마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부산에서 준이 외할머니가 몸조리를 해 주로 오셨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준이를 데려가셨다.
욱이가 백일이 될 때까지 준이는 부산 외할머니 댁에서 있을 거라 했다.
아저씨가 미역국을 끓여놓고 회사에 가면 아줌마는 집에 혼자 남아 욱이를 봤다.
나는 큰 집에 혼자서 욱이를 보고 있을 아줌마가 걱정됐다.
엄마도 나처럼 아줌마가 걱정이 됐는지 우리는 함께 아줌마를 보러 갔다.
“ 아줌마, 저 왔어요. ”
“ 어~ 아줌마 오셨어요. 현아도 왔구나. ”
“ 욱이 자요? ”
“ 응, 젖 먹고 잔다. ”
" 몸은 좀 어때? 젖몸살은 이제 좀 나아졌어. "
" 네, 이제 많이 풀렸어요. 아줌마, 근데 나 손목이 좀 아파요. "
" 일어날 때 자구 바닥을 짚으면 안 돼. 힘도 주면 안 되고, 준이 아빠한테 일 좀 하라고 해.
욱이 백일 될 때까지는 조심해야 해. 준이랑 통화는 해? 엄마 안 찾는데? "
" 엄마 찾기는커녕 서울에 안 간다고 한데요. "
"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얼마나 잘해주시길래. 엄마가 있는 서울에 안 간다고 하냐? "
“ 아빠가 아침마다 준이 데리고 해운대, 광안리, 송도 부산 바다 온 데로 다니다가 들어오신데요.
부산 사나이니까 부산 바다들은 다 알아야 한다고
욱이도 보고 싶은지 엄마가 가지고 간 욱이 사진을 아빠가 지갑에 넣고 다닌다고 ”
“ 그렇게 이뻐하실걸, 왜 그렇게 반대를 하셨데? 아직도 준이 엄마랑 신랑은 안 보는 거야? “
“ 네, 아직요. 아빠가 준이는 예뻐하시는데 아직 저나 준이 아빠는 보고 싶지 않은가 봐요. “
“ 그래, 욱이가 더 크면 그땐 마음을 여실 거야. 오빠들은? “
“ 오빠들이랑 새언니들 다 왔다 갔어요. 다들 서울에서 집 장만했다고 장하다고 좋아해요.
그래도 엄마랑 오빠들은 우리가 부산으로 내려왔음 해요.
부모님이랑 오빠들은 거기에서 다들 모여 살잖아요. 서울은 너무 춥고 정신이 없고 답답하데요. “
“ 서울이 부산보다야 당연히 춥지. 다행이다. 다들 왔다 가서. ”
“ 아줌마, 근데 제가 좀 몸이 안 좋은 건지, 마음이 이상한 건지.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죠?
바다도 보고 싶고, 밥 생각도 안 나고, 자꾸만 누워 있고 싶어요. “
“ 잠은? 잠은 좀 자? ”
“ 아뇨, 잠도 잘 자지 못해요. 모유 먹이느라 밤에 자주 깨고,
욱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옆에서 잠깐씩 자긴 하는데.
그래서 잠을 깊이 못 자는 걸까요? “
“ 집에 애기랑 둘이 있으면 안 좋은데. 준이 보낸 김에 친정 가서 좀 있으면 안 돼?
몸이 좀 안 좋다고 말이야. 그래도 아버지가 안 된다고 하실까? “
“ 안 그래도 엄마가 아빠한테 슬쩍 말을 했는데. 안 될 것 같다고 ”
“ 저도 그래서 더 이상은 말 안 했어요. ”
“ 아직 아버지 마음이 덜 풀리셨나 보네. 하나밖에 없는 딸인데 이제 좀 푸시지.
식구가 많은 집에서 자라고, 시댁에서 부대끼며 살다가 단출하니 부부가 사니 외로운 가보다.
애기들이 있어도 말이야. 그나마 우리 집에 있을 땐 사람이라도 많았는데
이 집은 아무도 없잖아. 욱이 백일쯤 지나면 신랑이랑 부산에 한 번 다녀와.
아버지한테 욱이 보여드릴 겸 집에도 슬쩍 가보고, 그 김에 친정에 좀 있다가 와. “
“ 네, 아무래도 그래야겠어요.
아버지가 말은 그렇게 해도 혼자 계실 때 욱이 사진이랑 제 앨범을 자주 보신데요.
엄마한테 저 어렸을 때랑 지금 욱이 모습이 똑같다고 말이에요. ”
“ 준이는 아빠를 많이 닮았지. 근데 욱이는 어쩜 이리 엄마를 빼다 박았지? ”
“ 그러게요. ”
집에 돌아온 엄마는 가슴이 답답하다, 식욕이 없다, 자꾸 눕고 싶다 라는
아줌마의 말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갓 출산한 산모는 몸과 마음이 약해 누군가 옆에서 돌봐줘야 하는데
욱이를 혼자 봐야 하는 아줌마는 몸도 힘들고, 외로울 거라고 했다.
외지고 인기척이 없는 골목도 신경이 쓰였다.
자격증 시험이 다가오자 엄마는 욱이를 보러 가지 못했고, 주말 낮에나 한 번씩 들리곤 했다.
내가 가끔 놀러 갈 때마다 아줌마는 힘없이 방문에 앉아 있거나 방에 누워 있었다.
아줌마 눈은 항상 생기가 있고, 반짝반짝 빛났는데 요사이 아줌마의 눈은 멍해 있고
시장에 누워있는 생선들 같다.
“ 아줌마, 어디 아파요? ”
“ 아니, 괜찮아. ”
“ 아저씨는요? 아저씨 오늘도 늦으신데요? ”
“ 아저씨 출장 가셨어. 일주일 정도 있다가 올 거야. ”
“ 그럼 아줌마 집에 계속 혼자 있었던 거예요? ”
“ 응, 괜찮아, 이제 익숙해져서 차라리 혼자 있는 게 편해. ”
“ 아줌마, 욱이 데리고 우리 집에 가요.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
“ 아니, 집에 있을래. 자꾸 졸리고 누워있고 싶어. ”
“ 아줌마, 아무래도 어디 아픈 거 같은데. 우리 엄마가 아기 낳고 집에 혼자 있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
“ 아니야, 몸이 아픈 게 아니고 힘이 없는 거야. ”
“ 엄마, 준이 아줌마 좀 이상해. 엄마가 한 번 가봐. ”
“ 왜? 어디가? ”
“ 맨날 누워만 있고 힘이 없어 보여. ”
“ 그래? ”
“ 아저씨도 출장 가서 안 계시고, 요새 자주 늦게 오나 봐. ”
“ 그러게, 준이 아빠가 요새 통 안 보이더라. 산모가 혼자 오래 있으면 좋을 게 없는데.
아무래도 내가 가서 보고 와야겠어. “
엄마는 준이 아줌마네로 가서 아줌마를 살펴보고 왔다.
“ 준이 엄마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어떡해야 하지? ”
“ 예? 성님, 준이 엄마 가유? 왜유? ”
“ 사람이 얼이 빠져 있는 사람 같아. 너무 쳐져 있는데
아기 낳고 친정이든 시댁이든 가까이 있어야 하는데, 둘 다 멀어서 자주 갈 수도, 볼 수도 없고 말이야. “
“ 준이 아빠는유? ”
“ 해외로 지방으로 출장이 잦나 봐. 가서는 보름이나 일주일씩 있다가 온다는데.
준이 엄마가 저렇게 있어서 좋을 게 없어. 시댁이나 친정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
“ 친정 아부지는 싫다구 할 테구, 시댁에 말은 해 봤데유? ”
“ 친정은 아빠랑 사이가 안 좋으니 들어갈 수도 없고,
시댁은 지금 시아버지가 아프셔서 시어머니가 병간호 중이라는데
거길 비집고 들어갈 수도 없고 말이야. 이걸 어쩌면 좋나? 산후 도우미라도 있어야지 싶은데. “
“ 준이 엄마 그 짠순이가 사람을 사려고 하겠어요? 어림도 없지. ”
“ 것도 그렇고, 준이 엄마한테 향수병이 온 것 같아. ”
“ 향수병이요? ”
“ 부산에서 서울 온 지 한 참됐잖아. 그동안 고향 한 번 못 내려가고, 서울에만 있었으니 답답하지.
넓고 시원한 바다에서 태어나 거기서 삼십 년 가까이 자란 사람인데.
자꾸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고, 바다가 보고 싶다고 그러네.
차라리 회사라도 나가서 일을 하면 몸이 바빠 고향 생각을 안 할 텐데
회사에도 못 나가고 집에만 있으니 병이 난 게야. 손을 쓰지 않으면 더 심해질 거야. “
“ 그래, 우리라도 자주 들려야 할 것 같아. 준이 아빠 없는 동안이라도 말이야.
준이 아빠가 돌아오면 의논을 해 보긴 해야겠어. ”
준이 아저씨가 돌아왔다.
엄마는 준이 아저씨랑 상의하러 가야겠다며 저녁을 먹고 준이 아줌마네로 갔다. 나도 엄마를 따라갔다.
“ 준이 엄마, 준이 엄마~ ”
“ 네, 아줌마, 오셨어요. ”
“ 준이 아빠는? ”
“ 들어왔다가 밖에 나갔어요. 갑자기 친구가 서울에 왔다고. 좀 늦는데요. ”
“ 그래? 준이 엄마, 욱이 백일 될 때까지 우리 집에 좀 있으면 어떨까?
문간방에 살던 총각이 있었는데 지금 그 방이 비어 있으니까 일단 거길 좀 들어가지.
내가 총각 짐을 좀 치워놓을게.
좁더라도 거기에 좀 있자. 욱이 아빠가 출장이 잦아서 준이 엄마 여기 혼자 있는 거 별로 좋지 않아.
큰 짐은 여기 그대로 두고 이불이랑 몸만 가 있자. 욱이 백일 때까지만. ”
엄마가 아줌마랑 말을 하는 사이 욱이 이마를 만져보니 이마가 뜨근하다.
간간히 기침을 하는데 가래가 드르렁드르렁 한다.
“ 아줌마, 욱이, 욱이 좀 아픈가 본데요. ”
“ 어? ”
“ 아, 욱이가 지금 감기야. 그래서 열이 있어. 낮에 소아과 다녀왔어. ”
“ 그래요? ”
엄마가 욱이 이마를 만지고 가슴에 소리를 듣더니
“ 준이 엄마, 욱이 가래소리가 별로 안 좋다. 낮에도 이랬어? ”
“ 아뇨, 낮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점점 가래가 심해지는 거 같아요. 기침도 더 자주 하고요. ”
“ 준이 엄마, 욱이 데리고 병원 가자. 병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
“ 네? 낮에 다녀왔는데요. 자고 나면 좋아질 거예요.
지금 가봤자 응급실에 가야 하는데 병원비도 비싸고 어린 선생님들만 있어서 약만 바꿔 줄걸요. “
“ 그래도 다녀오자. 내가 같이 가 줄게. ”
“ 아니에요. 자고 일어나서도 안 좋으면 내일 다시 갈게요. ”
“ 그래, 그럼 오늘 밤에 잘 지켜보고, 내일 아침도 안 좋으면 아침에 꼭 병원에 가. ”
“ 네 ”
엄마는 해야 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엄마랑 다시 준이 아줌마네 갔을 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 준이야, 준이야~ ”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준이 아줌마도 아저씨도 집에 없었다.
나는 아줌마랑 욱이가 궁금해서 선교원에서 돌아올 때마다 준이 아줌마 집을 살폈다.
혹시나 하고 들렸는데 아줌마는 없고 아저씨만 있었다.
“ 아저씨, 아줌마랑 욱이 어디 갔어요? ”
“ 욱이랑 아줌마 지금 병원에 있어. ”
“ 네? 병원에는 왜요? ”
“ 욱이가 아파. ”
“ 네 어디 가요? ”
“ 모세 기관지염이래. 지금 욱이 큰 병원에 있어. ”
“ 아저씨 어떡해요? 욱이 많이 아파요? ”
“ 아저씨 지금 짐 챙기러 왔어. 아줌마 필요한 물건이랑 애기 물건 가져가야 해. 다음에 놀러 와 ”
“ 네 ” 나는 집으로 달려갔다.
“ 엄마, 욱이, 욱이 지금 병원에 있데. 큰 병원에 아줌마랑 같이 있데.
아저씨 지금 집에서 짐 챙기고 있어. 빨리 가봐. 빨리 가보자. “
나는 엄마 손을 잡고 아저씨에게 다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