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8 모두가 그 집에 있는 것 같은데

part 3

by 옥상 소설가

“ 준이 아빠, 이게 무슨 일이야? 욱이, 욱이 어디가 아파? ”

“ 욱이가 지금 모세 기관지염이 심하데요.

며칠 전 밤에 자다가 애가 숨을 못 쉬어서 응급실에 갔는데 바로 입원을 하라고 해서

지금 세브란스에 입원해 있어요. 준이 엄마가 욱이를 지키고 있고, 저는 짐 챙기러 잠깐 왔어요. “

“ 그럼 전화를 해야지. 나한테. 같이 가. 같이 가자. ”

“ 네 ”


엄마랑 아저씨는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나도 가고 싶었지만 엄마는 집에 있으라고 했다.

엄마는 큰 언니에게 전화를 해서 늦는다며 먼저 자라고 했고, 다음 날 아침이 돼서야 돌아왔다.

엄마는 센터에도 해피 분식에도 나가지 않고 잠을 잔 뒤 준이 아줌마한테 갔다.

욱이가 걱정된 대전 댁 아줌마는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겠다고 했고

나도 아줌마랑 같이 욱이가 있는 병원으로 갔다.


“ 성님, 워떻게 된 거에요? 욱이 많이 아프담서유? ”

“ 왔어? 욱이가 기관지염에서 폐렴으로 진행돼서 긴장하고 지켜보고 있어.

열이 떨어져야 하는데 열이 안 떨어져. 근데 욱이보다 준이 엄마가 더 걱정이야.

욱이가 아픈 게 자기 탓이라고, 좀 더 일찍 병원에 갔어야 했다고 자꾸 운다.

저러다 욱이 잘못되면 준이 엄마 큰 일 날 것 같은데. “

” 그게 워찌 욱이 엄마 탓이래유? 욱이가 약하게 태어난 거지.

욱이 엄마 자꾸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디. “

“ 엄마, 욱이 많이 아파? ”

“ 응, 어수선하니까 아줌마랑 얼른 집에 가. 여긴 어린이가 있으면 안 돼. ”

“ 알았어. ”


욱이는 비닐하우스 같은 곳에 들어가 기저귀만 차고 누워있었다.

욱이의 작은 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리고 있다.

아줌마랑 엄마는 연신 욱이 몸을 수건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욱이는 기침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욱이가 기침을 할 때마다 욱이 목구멍이 따갑고 아플까 봐 마음이 아팠다.


‘ 욱이가 얼른 나아야 할 텐데. ’



이틀 뒤 엄마가 돌아왔다.

욱이 아줌마랑 아저씨랑 같이 있어야 할 욱이가 보이지 않았다.

들려야 할 욱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 엄마, 욱이? 욱이? 욱이는? 욱이는 어딨어? ”


엄마는 대답도 하지 않고 안방에 누워만 있었다. 대전 댁 아줌마도 은동이 할머니도 아무 말이 없다.


“ 아줌마, 욱이는 왜 안 왔어요? 준이 아저씨랑 아줌마는 다 돌아왔는데. 왜 욱이는 안 왔어요? “

“ 현아야, 욱이 하늘에 갔단다. ”

“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

“ 욱이 저기, 저기, 저 하늘에 갔단다. ” 대전 댁 아줌마는 마당 위 하늘을 가리켰다.



욱이가 죽었다.

준이 동생 욱이가 죽었다.

백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백일이 되면 준이가 오기로 했는데

백일에 경애 아줌마가 백설기랑 수수팥떡을 해주기로 했는데

백일 선물로 욱이의 노랑 목도리를 뜨고 있었는데

욱이가 죽어버렸다.


나는 준이 아줌마네로 달려갔다. 집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아줌마는 방 안에 누워 있었고, 아저씨는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아줌마와 아저씨 앞에는 욱이의 작은 이불이 있었다. 욱이는 그 이불속에 있는 것 같았다.


“ 아줌마, 욱이 어디 있어요?

아줌마, 욱이 보여주세요. 욱이 한 번만 보여주세요. ”

“ 욱아~ 우리 욱이, 우리 욱이 다 내 탓이야. 다 내 탓이야.

빨리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열이 날 때 다시 갔어야 했는데.

내가 게으름을 피우고 누워만 있다가 우리 욱이를 죽인 거야. 우리 욱이 불쌍한 우리 욱이 “

“ 아니야, 당신 잘못이 아니야.

그게 왜 당신 탓이야? 당신 탓 아니야. 당신 탓 아니니까 그런 생각 하지 마. “

“ 우리 욱이, 우리 욱이, 내가 내가 내가 죽인 거야. 우리 욱이. “

“ 아니라니까, 왜 그렇게 생각해. 그만해. 그만, 이제 잊어. 그래야 살아. ”


아줌마가 계속 울자 아저씨도 울고 나도 울었다.

작은 욱이가, 젖 냄새를 풍기며 바둥거리는 욱이가 보고 싶었다.

아줌마랑 아저씨랑 같이 울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랑 대전 댁 아줌마도 울고 있었다.


“ 그래 서유? 욱이는유? ”

“ 병원에서 데리고 가라고 하더라. ”

“ 그냥 그대로 가라구 했다구유? ”

“ 응 ”

“ 그럼, 욱이 초상이나 장례식 뭐 이런 것두 안하는 거예요? ”

“ 어린 아기들 초상이나 장례식이 어디 있어? ”

“ 그럼, 얘기들은 그냥 땅에 묻는 거에유? ”

“ 어린 아기들은 대부분 화장을 하지. 매장을 하지는 않아. ”

“ 그럼 지금 욱이는 집에서 어떻게 있는 거여유? ”

“ 글세. 집에 올 때 이불로 싸고 왔는데, 아마 그대로 있겠지. ”

“ 옴마~ 워쪄? 욱이 엄마랑 아빠 불쌍해서 워쪄? ”


아기들은 장례를 치르지 않는다고 했다.

땅에 묻지도 않고 화장이란 걸 한다고 했다.


‘ 아줌마는 아저씨는 욱이를 태워서 보낼 수 있을까?

고 작고 귀여운 욱이를 뜨거운 불에 태울 수 있을까? ‘


준이 아저씨는 얼른 욱이를 보내 주자고 했지만 아줌마는 욱이를 보낼 수가 없었다.

준이 아줌마와 아저씨는 이불에 쌓인 욱이와 며칠 동안 함께 있었다.

아저씨는 억지로 아줌마와 욱이를 떼어 놓을 수 없었고, 아줌마는 이불에 쌓인 욱이를 온종일 바라봤다.

대전 댁 아저씨가 욱이처럼 작은 관을 만들어 오셨고

모두들 아줌마를 찾아가 이제 욱이를 하늘에 보내주자고 했다.

준이 아저씨는 욱이를 더 이상 둘 수 없다고, 내일 아침 혼자라도 욱이를 보내주고 오겠다고 했다.

아줌마는 며칠 째 잠을 자지도, 밥을 먹지도, 물을 먹지도 않는다고 아무 말 없이 누워서 울고만 있다고 했다.

엄마는 준이 아저씨에게 부산 욱이 할머니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고

아저씨의 전화를 받은 아줌마의 가족들은 그날 저녁 부산에서 올라왔다.

비쩍 말라있고 멍한 아줌마를 보자 욱이 할머니가 울기 시작했고 할아버지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준이도 할머니와 엄마를 따라 울었다.


다음날 아침

준이네 식구들은 차를 타고 욱이를 보내주러 갔다.

저녁이면 돌아왔어야 할 준이 아줌마네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다.

준이 아저씨만 출, 퇴근할 때 잠깐씩 보일 뿐 아줌마와 준이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궁금해하자 엄마는 욱이 아줌마는 부산에서 잘 쉬고 있다고, 몸이 나으면 서울에 다시 올 거라고 했다.



한 달쯤 지난 후

아줌마와 준이가 부산에서 돌아왔다.

준이는 키가 커지고 통통해졌고, 아줌마도 한결 나아 보였다.

오랜만에 본 준이는 나나 엄마, 대전 댁 아줌마를 잊어버려서 아줌마 치마 뒤에 숨어서 나오질 않았다.


“ 현아야, 아줌마, 대전 댁 아줌마 ”

“ 어! 아줌마! 준이야! ”

“ 왔어? 그래 어떻게 잘 지냈어? 이제 좀 괜찮아? ”

“ 네, 이제 많이 좋아졌어요. ”

“ 그려? 아주 다행이구먼. 이제 완전히 온 겨? 아님 부산으로 다시 가는 겨? ”

“ 아줌마, 저희 부산으로 이사 가기로 했어요. 지금 사람들이 우리 집에서 짐을 빼고 있어요. ”

“ 왜? 갑자기? ”

“ 아줌마, 우리 욱이 부산에 있어요.

저희 그 날, 욱이 화장하러 가는 날 욱이를 화장하지 않았어요.

화장터로 가는데 갑자기 아빠가 차를 돌리라고 하는 거예요.

욱이를 그렇게 보내면 안 될 것 같다고 우시면서

자기 때문에 욱이를 잃었다고, 욱이를 그렇게 보내면 안 되겠다고 부산으로 가자고 했어요.

모두들 잠자코 부산으로 갔어요. “

“ 부산에? ”


“ 네, 거기 우리 선산이 있거든요. 할아버지랑 할머니 가족들이 죽으면 묻히는

아빠가 우리 선산에 욱이를 묻어야 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하셨어요.

욱이를 묻고 매일 아침 욱이를 보러 가자고요.

저도 아빠 말대로 욱이를 매일 아침 보고 싶었어요.

욱이 혼자 땅에 묻을 수도, 뜨거운 불에 넣을 수도 없었어요.

돌아가신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우리 욱이를 지켜줄 것 같고

그러면 저도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욱이가 워낙에 작아서 사람을 부를 필요도 없이 우리 가족들 손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에 욱이를 묻고, 우리 욱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왔어요.

선산이 우리 집이랑 가까워서 매일 아침마다 산에 가요. 우리 욱이 보러

마침 엄마랑 아빠가 부산에 내려와서 같이 살자고 하시고

준이도 부산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살고 싶어 하고

모두들 제가 오길 바래서 부산으로 이사를 가려고요.

욱이 아빠도 부산에 직장을 얻으면 되고요. “


“ 그래, 잘했다. 잘했어 ”

“ 잘 됐구먼, 잘 됐어. ”

“ 서울 집은? ”

“ 서울 집은 세를 놓고, 부산 엄마 집이 넓어서 들어가서 살기로 했어요.

우리 짐은 먼저 빼고, 세는 알아서 놔 달라고 복덕방에 말해 놨어요. “

“ 아줌마, 저희들 부산으로 이사 가면 놀러들 오세요. 제가 부산으로 가서 전화드릴게요. ”

“ 아줌마, 그럼 이제 준이 못 보겠네요? ”

“ 아니야, 부산으로 놀러 오면 되지. 아줌마도 서울에 올 때 너 보러 올게.

아줌마, 이 집이 서울 와서 산 우리 첫 집이었잖아요.

여기 살 때 아줌마가 친언니처럼 나를 잘 돌봐줬는데

친구들이 서울깍쟁이라고 서울 살이가 힘들 거라고 했지만 저는 그런 거 모르고 살았어요.

이 집이, 아줌마랑 아저씨들이 좋았어요. 우리 고향 사람들처럼요.

우리 준이도 여기서 태어나 잘 자라고, 다 같이 키워주셨잖아요.

아줌마

저랑 준이 아빠, 준이 우리 식구들 이 집에서 감사하게 잘 살았어요.

잘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


“ 그래, 그때 정말 어린 새댁이었는데, 우리 집에 온 날이 어제 일 같아.

준이 태어난 날도 생생히 기억나고, 모두들 다 축하해주고 좋아했잖아.

준이 아빠가 여름이면 수박도 잘 사 오고

주말이면 마당에 모여서 삼겹살도 구워 먹고 얼마나 재미있게 살았어.

준이 아빠가 내가 끓여준 칼국수를 참 좋아했어. 부산 가기 전 한번 끓여먹이고 싶었는데

가서 건강하게 잘 살아. 애들도 잘 키우고. 나도 한 번 놀러 갈게.

서울 오면 꼭 들려. 우리 준이도 건강하게 잘 자라라. ”

" 아줌마, 저 여기 우리가 살던 방이랑 집 좀 보고 갈게요. "

" 그래, 천천히 봐. "


아줌마는 전에 아줌마가 살았던 방, 부엌, 화장실, 옥상, 광, 마당을 천천히 둘러봤다.


“ 아줌마, 이 동네를, 이 집을 제가 잊을 수 있을까요? ”

“ 잊든 잊지 못 하든. 생각나면, 오고 싶으면 언제든 와. 우리는 여기 있을 테니까 ”

“ 아줌마, 고마워요. 이제 갈게요. ”

“ 아줌마, 안녕히 가세요. 나중에 꼭 놀러 오세요. 저도 부산에 놀러 갈게요. ”

“ 그래 잘 있어. 그동안 고마웠다. ”

“ 준이야. 너도 잘 가. ”


수줍어하던 준이는 아줌마가 시키자 우리에게 바이 바이를 해줬다.

택시는 아줌마와 준이를 태우고 서울역으로 갔다.


나는 준이 아줌마가 살던 집으로 갔다. 짐은 모두 빠져 텅 비어버렸다.

아줌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아줌마의 집을 둘러봤다.

아줌마랑 준이는 없는데 아직 그 집에 있는 것만 같았다.

욱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욱이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아저씨는 출근을 하고

수돗가에서 아줌마는 땀을 흘리며 빨래를 하고

준이는 아줌마 옆에서 물장난을 치며 웃고 있고

욱이는 누워 공중에 발버둥을 치고

나는 누워있는 욱이의 가슴을 도닥이고

우리 넷은 아직도 이 집에 있는 것만 같다.


모두 떠나버린 빈 집

모두가 남아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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