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0 삐삐네 즉석 떡볶이 집에 데리고 가야해

part 2

by 옥상 소설가

“ 왜, 왜, 왜 울어? 왜 그래? ”

“ 오빠, 작은 언니가 내 봉숭아 꽃이랑 꽃봉오리까지 다 따버렸어.

내가 봄부터 정성 들이고 아껴서 키운 건데. ”

“ 언니가 왜 그래? 잘 봐. ”

“ 아니야, 오빠 올라와서 봐봐. ”


오빠가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봉숭아 사이사이를 뒤적거리며 한참 동안 살펴보다

한숨을 쉬며 계단을 내려왔다.


“ 야~ 주아, 너 진짜 나이가 몇이냐?

중 이가 일곱 살짜리 막내 동생하고 싸우는 게 말이 되냐? 내가 진짜 어이가 없다. “

“ 오빠는 몰라서 그래. 쟤가 얼마나 사악한 앤 데.

다들 속고 있는 거야. 쟤 속에는 여우가 도대체 몇 마리가 들어있는지, 아마 구미호가 들어 있을 거야.

아주 능구렁이야. 능구렁이, 쟤 응큼한 건 나밖에 몰라. 아후~ 속 터져. “

“ 어이구~ 내가 진짜 말이 안 나온다. 너 언제 철들래? 언제 동생이랑 그만 싸울래? ”


오빠가 언니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 빨리 밥 먹어. 학교 가야지. 현아도 얼른 앉아 먹어라. ”

“ 엄마, 나 밥 먹기 싫어. 안 먹을 거야. ”

“ 아니, 아침부터 또 왜 그래? ”

“ 엄마, 언니가 내 봉숭아 꽃 다 따버렸어. 꽃봉오리까지 몽땅 다 따버려서 이제 봉숭아 물도 못 들여.

올해는 끝난 거야.

안나하고 안나 아줌마 은주 언니 다 내가 봉숭아 물들여주려고 했는데.

약속도 못 지키고, 난 이제 거짓말장이야.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야. “

“ 아니, 왜 이렇게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들이야? 내가 아주 너네 때문에 속병이 낫질 않는다. ”

“ 주아, 너 진짜야? 네가 그랬어? ”

“ 무슨? 내가 왜 그래? 앞 집 경화가 그랬을 수도 있고, 옥상들이 다 연결되어 있어서

봉숭아 물들이고 싶은 사람이 따갔을 수 도 있지? 그럼 화분을 마당에 내려놓고 키우면 되잖아.

아무나 따가기 쉽게 왜 옥상에서 키우니? 니 잘못이지. “

“ 그래, 현아야. 작은 언니 말이 맞다. 마당에 내려놓고 키워라.

옥상은 아무래도 남의 손을 탈 수 있으니까 이따가 엄마랑 화분들 다 내려놓자. “

“ 안 돼, 옥상에서 키워야 햇빛도 많이 받고, 바람도 통해서 잘 자란단 말이야.

마당은 좁아서 다 내려놓을 수도 없어.

사람들이 지나가다 화분을 엎을 수도 있고, 그냥 옥상에 두고 키울 거야. 다시 심을 거야.

내 봉숭아에 손댄 사람은 벌 받을 거야. 분명히 그럴 거야. “


더 말해야 소용없다. 다시 힘을 내야 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


“ 엄마, 나 밥 먹을래. 나 밥 많이 줘. 아무래도 밥 먹어야 될 것 같아. ”

작은 언니가 나를 보다 씩 웃더니 의기양양해져 학교에 갔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나도 질 수 없다.



“ 악~ 어~ 뭐야? 이거? 이거 어디 갔어? 내 요약노트 어디 갔어? “

“ 왜 아침마다 이렇게 소리를 질러? ”

“ 언니, 언니가 치웠어? 내 요약 노트? ”

“ 어? 무슨 노트? ”

“ 내가 기말고사 대비하려고 전 과목 요약한 노트인데. 없어져 버렸어. 내가 분명히 책꽂이에 꽂아 놨는데.

검은색 바탕에 긴 생머리 여자가 자전거 타는 뒷모습 표지로 있는 노트 말이야.

그거 분명히 책꽂이 오른쪽에 꼽아 놨는데. “

“ 학교에 두고 온 거 아니야? 아니면 친구 누구 빌려줬던가? “

“ 내가 그걸 왜 빌려줘? 그거 얼마나 힘들게 정리한 건데. 애들은 그거 있는 줄도 몰라.

내가 절대 안 보여주지. 애들한테. 그게 있어야 공부하는 데, 내일이 사회랑 과학시험인데. “

“ 그거 학교에서 누가 훔쳐 간 거 아니야? ”


“ 학교에 가져 간 적 없다니까, 내가 몇 번 말해? 그거 보면 다 복사해 달라고 할게 뻔한데

그렇다고 안 빌려 줄 수도 없고. 그래서 집에만 두는 건데.

너, 너, 너, 너, 너지? 네가 가져갔지?

빨리 내놔. 내 노트 내놔. 낼 시험이라고, 낼 시험 본다고, 빨리 내놔. “

“ 언니 노트를 왜 나한테서 찾아? 그렇게 소중한 물건이면 잘 간수해야지.

내가 왜 언니 걸 가져가? 나한테 쓸모도 없는 걸. “

“ 야, 빨리 줘. 내일 시험이야.

엄마, 얘한테 빨리 내 노트 주라고 해. 낼 시험이라고, 그거 없으면 나 시험 못 봐.

그러다 나 점수 떨어지면 등수 떨어진다고. “

“ 현아야, 얼른 언니 줘라. 네가 가져갔으면 후딱 줘. 언니 낼 시험이다. “

“ 엄마, 나 진짜 아니야. 내가 왜 언니 걸 가져가?

언니 참 이상하네. 자기가 잃어버린 노트를 왜 나한테서 찾아? 칠칠치 못하게 자기 물건 간수도 못해? “


나는 계란물이 묻힌 소시지에 아침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날따라 계란이 왜 이리 고소한 지,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언니는 밥은커녕, 펑펑 울며 안방, 오빠 방, 다락방 여기저기 노트를 찾으러 다니다가

다시 한번 대성통곡을 하고, 눈이 퉁퉁 부어서 학교로 갔다. 아마 오늘도 지각일 것이다.


‘ 밤새 찾아봐라. 나오나? 그게 나올 리가 없지?

내가 교회 큰 쓰레기장에 가서 박박 찢어서 버렸는데 절대 나올 리 없지. ‘


작은 언니는 엄마가 공부를 잘하면 대학에 보내 준다는 공식 선언을 듣고 정신을 차려 공부를 시작했다.

성적은 쭉쭉 올라가 전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했고 공부에도 재미를 붙였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꼬리표가 나온 날

반에서 1,2등을 다투던 언니가 정말 그 노트 때문이었는지 3등을 했고 집에 오자마자

내 등짝을 퍽퍽~ 세대나 때렸다.

눈에서 레이저를 뿜으며 이를 갈며 말했다.


“ 너, 너 때문에 내가 반에서 3등 했어. 분명 내가 일등 할 수 있었는데.

너 두고 봐. 내가 너 가만 안 둘 거야. ”

“ 저번에 언니가 내 봉숭아 꽃 다 따버렸지? 아니라고 해도 알아. 언니가 그런 거. “



이번은 언니의 공격 차례다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언니는 이번 기말고사에서 라이벌을 제치고 1등을 하려고 한 달 전 주말마다 도서관에 갔다.

그런데 2등이나 떨어진 3등을 해버렸다. 고소했지만 한 편으로는 무섭기까지 했다,

‘ 내가 너무 심했나? ’ 후회도 됐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주변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언니가 노리고 있을 만한 것들을

아주 작고 사소하더라도 찾아내고 숨겨야 했다. 언니는 절대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나의 비밀을




“ 현아야, 제과점 가서 햄버거 빵 두 봉지랑 식빵 두 봉지

슈퍼 가서 콜라랑 환타, 사이다 제일 큰 거로 사와. 남은 돈으로 너 먹고 싶은 거 사고. “


엄마가 여름 방학식이라고 큰 오빠와 언니 친구들 모두를 집으로 초대했다.

엄마는 시험이 끝나거나 방학식이면 매 번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샌드위치, 햄버거, 감자튀김까지 그동안 배웠던 요리들을 해 주셨다.

골목을 지나 대문을 열려고 하는데 웃음소리가 온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며 웃느라 우리 집 창문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언니들이 웃는 소리에

‘ 뭐가 그리 재밌나? ‘ 궁금한 듯 우리 집 창문과 대문을 바라보며 지나갔다.

대문을 열고 마루 아래 댓돌을 보니 언니 오빠들의 신발들이 가득했다.

현식 오빠, 향미 언니, 큰언니 친구들 친구 미래, 현숙, 은희

그리고 작은 언니 친구들 7인방까지 신발들로 온 마당이 가득 찬 것 같았다.


“ 와~ 진짜? ”

“ 큭큭큭~ 야, 네 동생 진짜 웃긴다. ”

“ 그러게 이 계집애, 이거 앙큼하네. 이게 아주 웃긴다니까! ”

“ 동생 남편을 뭐라고 불러야 하지? ”

“ 너는 중학생이 그것도 모르냐? 제부라고 하는 거야. ” 큰 오빠의 목소리다.


작은 언니가 방바닥을 두드리고, 옆 친구를 때리며 웃는지


“ 야, 아파. 그만 때려. ” 정아언니 소리까지 들렸다.

“ 현식아, 그럼 내가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하냐? 네가 내 막내 동생 남편이면.

암튼, 너 나한테 잘 보여라. 현아랑 결혼하려면. “

“ 아휴~ 야, 그만해. 현아 알면 속상해하겠다. 너 빨리 그거 제자리에 갖다 놔.

현아 알면 난리 나. 왜 남의 일기장을 가지고 와서 읽어. 주아야. 얼른 제 자리에 넣고 와. “

“ 뭐 어때? 걔가 내 정리노트 훔쳐가서 내가 반등수가 얼마나 떨어졌는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현식 오빠, 아니 제부, 앞으로 우리 동생 잘 부탁해. 자, 계속 읽는다. 잘 들어.

앞으로 13년 남았다. 스무 살은 돼야 고백을 할 수 있다.

그때까지 현식 오빠한테 애인이 안 생겨야 하는데, 너무 잘생기고 멋있어서 주변에 여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인물이 좋으면 인물값 한다고 엄마가 그랬는데 진짜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오빠 주변에 자꾸 동네 언니들이 백 여시 같이 알짱거린다.

작은 언니가 제일 여우 짓을 한다. 주아 언니가 제일 밉다. 절대 작은언니한텐 뺏길 수 없다.

컥컥컥, 킥킥킥, 아우~ 나웃겨서 죽을 것 같아. 너도 현식 오빠 좋아하니?

나 말고 누가 또 자꾸 백여시 짓을 해서 현아 심기를 괴롭히는 거니? “


자기들끼리 웃고 얘기하느라 내가 대문을 닫는 것도, 마루 문을 연 것도 아무도 몰랐다.


“ 왜 남의 일기장을 봐? 허락도 없이 엄마, 오빠, 언니들 다 미워.

나 집 나갈 거야.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거야. 나가서 죽어버릴 거야. “


나는 소리를 지르며 대문을 쾅 닫고 달려 나갔다. 골목길에서 나와 코너를 돌 때였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고 가다 무언가에 “ 쾅 “ 하니 부딪쳤다.

순간 몸이 가벼워졌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비명소리만 들렸다.



“ 현아야 ”

“ 현아, 엄마 좀 불러와요. ”

“ 엄마, 여기 어디야? ”

“ 여기 골목길이야. 골목길 ”

“ 내가 왜 여기 있지? ”

“ 너, 기절했었어. ”

“ 아, 맞다. 아까 뛰어오다가 뭐랑 부딪쳤는데. 그게 뭐야? ”

“ 쌀집 아저씨 오토바이랑 부딪쳤어. “

“ 여기 병원 진짜 아니야? 나 얼마 동안 기절했어? ”

“ 한 30초”

“ 뭐라고? 30분도 아니고 30초? 시간이 한 참 지난 것 같았는데. ”

“ 아니야, 현아야, 얼른 일어나 봐. 병원에 가자. ”


‘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여주인공이 픽픽 잘 쓰러지고 입원실이나 응급실에서 깨어나던데.

나는 달려오던 오토바이랑 부딪쳤는데 고작 30초도 안되게 기절했다고?

와~ 기절도 재능이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


짧게 기절을 했다니 왠지 허무한 느낌마저 든다. 얇고 야리야리한 여주인공이 될 수 있었는데.


“ 현아 엄마, 현아 바닥에 떨어질 때 머리부터 떨어지진 않았어.

그래도 얼른 병원 가서 검사랑 다 받아봐. 혹시 모르잖아. “


과일 집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쌀집 아저씨는 놀라고 미안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계신다.


“ 아이고, 어떡해? 현아야, 미안하다.

아저씨가 배달이 밀려서. 늦는다고 재촉하는 전화에 길에서 속력을 너무 냈어.

현아 엄마, 얼른 병원 가죠. 저도 같이 가요. “

“ 아니에요. 얼른 배달 가세요. 제가 현아랑 다녀오면 될 것 같아요. ”


엄마는 나를 업고 제일 병원으로 갔다.


“ 팔 이렇게 움직여봐. 오른쪽, 이번 엔 왼쪽

다리도 들어보고. 어머님, 괜찮은데요.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뼈가 부러지거나 인대나 근육에는 이상 없는 것 같아요. 머리를 땅에 부딪치진 않았으니까

집에 가서 지켜보세요.

애가 쳐지면서 온 몸이 늘어지거나 잠이 쏟아지고 의식을 잃는 경우

어지럽다고 하거나 구토를 하면 바로 응급실로 오시면 돼요.

나이가 어려서 정밀 검사는 득 보다 실이 더 많아요. 증상이 보이면 그때 하죠.

내일 일어나서 아프다고 하면 물리치료만 받으면 될 것 같아요. “


별 이상이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와 언니들은 마루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언니는 미안해서인지 내 얼굴을 보지 못했다. 오빠와 큰 언니도 안쓰럽게 나를 보고 있었다.


“ 현아야, 미안해. ”

“ 괜찮아. 나 안 아파. ”


저녁을 먹고 오늘은 일찍 자라고 해서 이불을 펴고 자리에 누웠다.

오빠와 큰 언니는 자기 방으로 가서 공부를 하고

나는 작은 언니랑 이불을 펴고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 괜찮아? 내가 미안해. ”

“ 나도 미안해. ”

“ 어디 아픈 건 아니야? ”

“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는데. ”

“ 너 하고 싶은 거나,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뭐든 다 해줄게. ”

“ 삐삐네 즉석 떡볶이 먹으러 갈 때 나도 꼭 데리고 가. ”

“ 그래. ” 언니는 일어나더니 서랍장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 현아야, 이거 니 거야. ”

“ 이게 뭔데? ”

“ 일기장이야. 너 일기장 다시 사야지.

이거 자물쇠 달려 있는 거니까 일기 쓰고 나서 자물쇠로 잠그면 돼.

열쇠는 네가 알아서 숨겨두고. “


“ 언니가 사 온 거야? 고마워, 내일 가서 다른 걸로 바꿔도 되지? ”

“ 그럼, 왜? ”

“ 내일 선물가게 같이 가서 다른 일기장으로 바꾸자. ”

“ 왜? ”

“ 열쇠가 달린 건 귀찮아. 그리고 언니가 하나 숨겨놨을 수도 있고. 번호로 돌리는 일기장으로 살래. ”

“ 어이구. 그래 알았다. 내일 학교 갔다 오면 같이 가자. ”

“ 내가 화 안 낼 테니까 솔직히 말해봐. 내 요약 노트 어떻게 했니? ”

“ 언니가 내 봉숭아꽃이랑 꽃봉오리 다 땠지? ”

“ 그래, 우리 다 잊자. 쌤쌤이다. 쌤쌤 ”



주아 언니는 내가 쌀집 아저씨 오토바이에 치인 날 이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 전엔 나를 엄마의 사랑을 뺏어간 얄미운 동생으로 여기다 이젠 큰 언니처럼 나를 잘 돌봐주었다.

전설의 고향이나 납량 특집 영화가 끝나고 잠이 들 때, 우리는 슬며시 손을 잡고 잤다.

손을 잡았다는 이유 하나로 무섭지 않았고, 잠이 들 수도 있고, 악몽을 꾸지도 않았다.

언니는 역전 선물 가게나 삐삐네 즉석 떡볶이에 갈 때도 나를 데리고 갔다.

쌀집 아저씨 오토바이에 치인 이후로 우리는 평화를 찾았다.



당신의 행복라이더 민현아


마지막 이야기는

다음 책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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