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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Sep 24. 2020

잔잔한 호수 같은 이가 되고 싶다.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나의 딸, 남편, 삶의 공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거리에서 눈이 마주치거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간 누군가

일하면서 만나거나 잠깐의 대화를 나눈 사람들에게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내가 존중받지 않았다는 느낌 때문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차가운 눈빛을 그들에게 보내지는 않았을까?    


방금 딸아이는 학교에 갔다.

아이는 키가 작은 편이라 먹거리를 신경 써서 챙겨주는데

아침을 먹고 나면 우유에 견과류와 콩을 넣어서 갈아준다.

가끔 먹기도 하지만 잘 안 먹으려고 할 때가 많다.

콩을 불리고, 삶고, 견과류를 종류별로 구입하고

찌고 삶은 곡식을 선별해 미숫가루를 만든다.

나름의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을 마다하고 만들었지만    


"  이제 그만 먹고 싶어.  "  딸의 한마디에 한 숨이 나온다.

"  나중에 커서 키 작다고 원망하지 말아라.  "     


몸과 눈을 딸에게서 돌려 말하는데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것을 몰라주어 서운한 마음도 있긴 하지만

내 말을, 내가 하라고 한 것을  거부한 것에 대한 " 화"가 아닐까 싶다.    

대놓고 화를 내는 것은 쿨한 엄마가 아니니

한마디만 뱉어 버렸지만 내 눈빛과 마음은 싸늘하다.  

  

"  갔다 와서 내가 알아서 챙겨 먹을게.  "   눈치 보며 말하는 딸아이    


성인이 되어 매력적인 여성으로 보이지 못하면  

취업시장에서 감점 요인이 되어 취직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내 걱정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는데

내 자식은 이득만 받았으면 하는 나의 욕심

다른 아이보다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고, 인기도 많았으면 좋겠고  

키가 크고 늘씬해 성격까지 서글서글했으면 좋겠다는

더 잘난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내 욕망

내가 말한 것을 따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라는 오만함

내 마음을 따라주지 않으면 못내 드는 서운함   

  

내 감정을 적나라하게 들어낼 수 있는 약자인 딸에게  

모정이라는 가면을 쓰고 가장 많은 모멸감과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싶다.  

  

함께 살아가면서

애정과 관심이라는 핑계를 대고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다.

남편, 친구, 지인, 이웃,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이들    


‘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도 그러지 않았을까?  ’    


큰 소리로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싸우지 않더라도

대화를 나누며, 눈빛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지으면서도    

 

‘  이런 치사한 감정들이 나도 모르게 세어나가지는 않았을까?  ‘    


함께 일을 할 때 큰 실수를 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벌어지는 상황이 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면 무식하고 감정도 컨트롤하지 못하는 무능한 내가 되니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차갑고 냉정하게 몇 마디만 뱉어낸다.    


‘  혹시나 그것들에 모멸감은 붙어있지 않았을까?  ’    


내 앞의 사람을 나와 동등한 사람이 아닌 열등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

모멸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행위

그 상처는 화로 번져 싸움이 되기도 하고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모멸감을 주는 것은 영혼을 죽이는 살인 행위

사람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지만

판단의 기준을 어떻게, 무엇으로 잡을지는 참으로 신중해야 한다.

나 또한 수많은 이들에게 판단되어 살아가니까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고 싶다.

선한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만들고 싶다.    


운은 인연을 통한 좋은 사람에게서 온다.

좋은 사람을 누구일까?

그 사람이 사는 동네와 집, 입는 옷과 가방, 직업과 출신 대학

생각해야 하는 피로감을 덜기 위해 이것들로 쉽게 판단하지는 않았을까?     


좋은 인연을 맺고 싶다면

조심스럽게 그 사람을 지켜봐야 한다.


그가 뱉어내는 말들, 무심결에 나오는 행동과 습관들

약자에 대한 배려, 인내, 경청 능력, 성실함,  온화한 미소

좋은 사람은 무겁고 잔잔한 향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천천히 섬세하고 신중히 바라보아야 한다.    


찰나의 만남이라면 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고 에너지 소비이니

친절함과 존중감을 가지고 그 사람을 대하면 충분하다.


나는 좋은 운을 가져다주는 사람인가?

오늘 나는 그이에게 행복감을 주었는가?

혹 무심한 행동과 말, 싸늘한 눈빛으로 모멸감을 주지는 않았을까?    


친절함이 내 몸에 베일 수 있기를

먼저 웃고, 인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단점이 아닌 장점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길  

석양에 주황빛 보랏빛 물비늘을 일렁이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은은한 그림자로 반사하는

호수같이 잔잔하고 평화로운 내가 되길


매일 저녁 찬찬히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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