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상 소설가 Sep 23. 2020

따듯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남편은 직장, 딸아이는 학교에 간 아침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기를 밀고 난 후

개운한 마음으로 해가 들어오는 거실에 앉아

같이 차를 마실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시간 때우고 싶어서, 심심해서  말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

그게 ' 나 ' 와 ' 너 '여야만 하는 사람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따듯한 눈빛을 보내고

같은 공간과 시간에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는 사람


남편이나 딸아이가 속 썩 일 때

주변 사람 중 그 사람 모르게 걱정해줄 때

맞장구도 쳐주고, 박수도 쳐주면서, 깔깔깔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

말이 날까 두려워  ' 이 말할까?  저 말할까? '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아도

헤어지고 난 뒤, 속만 후련하게 해주는 사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누군가의 흉내를 내면 아이처럼 소리 내어 웃어 주는 사람

맛집을 찾았다고 같이 가자 말해주는 사람


" 이 책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  너무 슬퍼.

 너 이해가 가니?  그게 무슨 마음일까? 너도 한번 읽어봐. "

말해주는 사람

그 책 이야기를 수시간 해도 헤어질 때 아쉬운 사람


내가 쓴 글을 읽으며 무조건 칭찬해 주는 사람

생각지도 못 한 글을 써 나를 감동시키는 사람


" 네가 보고 싶어. "  

뜬금없이 툭 얘기하는 사람


" 배가 너무 불러, 동네 한 바퀴 돌고 싶어.  같이 가자. "

편한 옷차림과 머리 그대로 나가도 신경 쓰이지 않는 사람

그런 나를 흉보지 않는 사람, 얕보지 않는 사람  


" 어! 눈곱 꼈다. "  

내 눈에 낀 눈곱을 가리키는 사람

아무렇지 않게 떼어주는 사람


" 뭐 먹고 나왔어? "

옷에 묻은 반찬 국물을 보면 웃으며 말해주는 사람


" 이거 싱싱해. 맛있으니 먹어봐. "

때론 연락 없이 초인종을 누르며 나를 놀라게 하는 사람


" 현관문 우유 백에 넣어놨어. "

한 끼 먹을 반찬 조금 , 밭에서 따 온 상추, 파, 토마토 , 오이 등을

꺼내 먹으라고 카톡을 보내는 사람


우리 동네

그런 사람이 나에게 있으면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50만 원으로...... 한 번 해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