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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Sep 20. 2020

50만 원으로......  한 번 해볼까?

50만 원    


‘  그대로 가지고 있느냐?  아니면 모험을 해보는가?  ’  선택해야 한다.

돈을 벌려면 그것이 돌고 도는 곳으로 가야 한다.  

  

남대문 시장    


어릴 때 가끔 엄마와 옷을 사러 갔던 곳

아줌마나 할머니들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전대

거기에선 천 원, 오천 원, 만 원짜리가 수도 없이 나왔다.

돈 주머니를 허리춤에 차고 소리를 지른다.    


“  골라. 골라. 아줌마도 골라.  아저씨도 골라.  ”    


상인들이 바닥을 발로 구르며 호객 행위를 하는 재래시장    


‘  일단 그곳으로 가보자.  거기 가보면 길이 있겠지.......  ’    


지하철을 타고 남대문 시장에 도착했다.

아동복, 신발, 그릇, 주방용품, 액세서리, 수입상품, 남성복, 여성복...... 없는 것이 없다.

상가 건물엔 알파벳 기호가 붙여져 종류별로 모여있고

크게 벌린 고래의 입처럼 건물의 출입구는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모두들 손에는 크고 작은 색색의  비닐봉지들이 들려있다.

물건을 샀다면 가게 주인에게 돈을 지불했다는 소리다.    


‘  50만 원으로 내가 살 수 있고, 되팔 수 있는 물건은 무엇일까?  ’    



90년대 중반

대학가, 지하철 역, 번화가나 시내에서는 여대생들이 돗자리를 펼치거나 작은 가판을 열어

도매시장에서 떼 놓은 물건이나 자신이 만든 수공품을 팔곤 했다.

대부분이 액세서리나 핸드폰 용품, 모자

여성들이 고객층인 아기자기한 물건들이었다.  

  

‘  해 볼만 하다.  할 수 있겠다.  ’    


액세서리 건물로 들어가서 1층부터 천천히 둘러보았다.    


‘  가게서 파는 물건들을 여기서 사 오는구나.  여기서 떼서 파는 거였어.

   신기하네.....  이렇게 돈을 벌다니.  ‘    


각 도매점들은 종류 별로 나뉘어 있었다.

머리핀, 머리띠, 머리 방울, 목걸이, 팔찌, 귀걸이, 핸드폰  세분화되어 팔리고 있다

가격을 물어보니 소매가격의 절반 가격이었다.   마진이 50% 란 소리다.    


‘  저 위층에는 뭐가 있지?  ‘     


호기심에 한 층 더 올라가 본다.

1층부터 4층까지는 완성품에 화려한 기운이

5층부터 6층까지는 재료들만 대량으로 쌓아져 공장 느낌이 난다.

계단을 경계로 조명과 점포들, 사잇길 모두 완전히 다르다.


5층부터 6층까지는 액세서리를 만드는 재료를 파는 곳이다.    

머리끈을 만들 경우

고무줄과 장식용 액세서리. 고무줄 캡, 글루건, 포장 봉지 등이 필요하다.    

가령 고무줄만 파는 점포라면

고무줄의 두께 , 색깔, 길이, 펄의 유무, 수공품 등으로 세분화되어 판다.

부품별로 구입하고 조립해 하나의 액세서리들이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같은 재료라도 부속품을 선택하고 어떻게 제조하느냐에 따라 디자인은 천차만별이고

가격도 달라진다.

상품의 가치는 제작가심미안에 좌우된다.


부품일 때의 가격은 도매가의 1/10 수준 정도다.

도매품을 구입해 파는 것보다 재료들을 사서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  내가 미적인 감각은 없는 데...... 어떻게 만들지? 그래,  작은 언니 ’    


미대 출신 작은 언니는 센스가 있고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아

물건을 고르는 안목도 있으며 만드는 요령이나 습득력도 빠를 것이다.   

 

‘  작은 언니라면 도와줄 거야.  ’    


다시 1층으로 가서 물건들을 샅샅이 보고

점포 안에서 수작업 중인 사장님들을 살펴봤다.

그리고 다시 재료상으로 올라가 사장님에게 물어본다.    


“  사장님,  저 지금 대학교 휴학 중인 학생인데요.

   제가 등록금을 벌어야 해서 좌판을 해 볼까 생각 중인데

   이 핀은 몇 개 단위로 파세요?  그리고 아래층에서 파는 것 들 중에 여기 없는 다른 장식품들도 있던 데

   그건 어디서 가져오는 거예요? “    

“  직접 제작을 하기도 하고,  동대문에도 재료상이 있어, 거기서 사 오기도 해.

   학생이 해 보려고?  “

“  네,  제가 만들 수 있는 건 만들고,  재료를 구하지 못하는 건 사서 한번 해 보려고요.  ”

“  좌판 하는 게 지금 대학생들 유행이긴 한데....... 그거 힘들어.  

   자릿세도 내면서 하는 경우가 많아.

   구청에서  노점 단속도 자주 나오고,  상인들 텃세도 심한 데 학생 혼자 할 수 있겠어?

   이제 곧 겨울인데, 그냥 식당이나 카페서 알바를 하지?  “


“  사장님,  저 돈 많이 벌어야 하는데 이게 더 많이 벌 것 같아요.  

   한 번 해보고 싶어요.  힘들면 다시 생각해보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한테 좀 알려주세요. 어떻게 만드는지, 여기 없는 재료들은 어디서 사 와야 하는지?  

   제가 잘 만들어서 많이 팔면 사장님 단골 할게요.  “

“  그래?  한 번 해볼래?  ”    


사장님은 웃으셨다.

나를 보고 웃으셨던,  친절하게 이것저것 알려주셨던 사장님과의 인연은 그 후로 5년 동안 유지되었다.

작은 언니네와 살면서

엄마와 나  둘의  생활비, 등록금, 적금 등을 그렇게 마련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해도 노점은 놓지 않았다.

출근 전 새벽시장으로 가서 물건을 사고, 회사로 가져가거나 물품 보관함에 넣고 퇴근 후

집으로 가져갔다.

그렇게 돈을 모아 작은 가게를 마련해 엄마에게 자리를 맡겼다.

내가 결혼을 하면 엄마는 노점을 혼자 할 수 없을 테니까.

대략 6년 여간 첫 차를 탔다.    


첫차를 타는 사람들

깜깜한 새벽 일어나 인적이 드문 위험한 거리를 걸어 정류장으로 지하철역으로 걸어간다.

서로를 알지만 인사를 하거나 아는 체를 하지는 않는다.

행여 오늘 첫 차 안에 그 이가 없으면 ‘  어디가 아픈가?  ’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에게 특별하다.

많이 배우지도, 돈이 많지도, 사회적 위치도 높지 않다.

강한 책임감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질긴 생명력으로 자신의 몸을 움직여 하루하루 살아나간다.

첫 차를 타며, 새벽을 열고, 새끼들을 가르치고 먹여 살린다.    


 

하얗고 부드럽고 섬세한 손보다

거칠고 주름지며 투박스러운 손을 가진 이가 더 믿을만하고 삶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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