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 8. 모든 기록이 삭제되다

by 옥상 소설가

“ 악~~ 이게 뭐야?

윤 과장, 윤 과장,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김 선생, 김 선생 어디 있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


기괴한 모양으로 꼬여서 죽어있는 윤 과장을 보고 사색이 되어버린 원장은 비명을 지르며 김 선생을 불렀다.


“ 무슨 일이세요? 원장님?

아아아~~~ 악

과장님, 윤 과장님, 이게 뭐야?

원장님, 윤 과장님 어떻게 된 거예요? “

“ 김 선생, 나도 지금 본 거예요.

이게 다 무슨 일 인지? 어떻게 된 일인지? 나도 정신이 없어요.

우연우, 우연우 환자 어딨어요? ”

“ 네? 우연우 환자 병실에 그대로 있지 않나요? ”


“ 뭐라고? 김 선생 3층 데스크에 계속 있었던 거 맞아요?

김 선생이 우연우 환자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지.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해요? “

“ 그것보다 원장님, 빨리 경찰을 불러야 하지 않나요?

윤 과장님이 어떻게 이렇게 된 건지? 얼른 신고해야죠.

1층 로비에 있던 그 조폭들은 그 사람들은 다 갔나요? ”

“ 어, 한 참 난동을 피우다가 통화를 하더니 갑자기 다 가버렸어요.

아니, 도대체 우연우 환자는 어디 간 거야?

김 선생 제자리 지키고 있었던 것 맞아요? “


“ 그게.... 아까 병원 전체에 불이 나갔을 때, 플래시를 찾으려고 잠깐 자리를 비운 적이 있어요.

그때 빼고는 자리를 비운 적이 없었어요.

갑자기 우연우 환자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윤 과장님이 진정제 양을 세 배로 늘려 주사를 해서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예요.

제 발로 걸어가지는 않았을 거고, 병원에 누가 들어오지는 못 했을 텐데.

1층 출입문 빼고는 문이 다 잠겨 있어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요.

cc tv를 보고 우연우 환자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 게 어떨까요? “


“ 그래요. 일단 경찰에 먼저 신고를 하고

cc tv를 확인합시다. 내가 선양 요양원 관계자한테는 연락을 해 놓을 테니

경찰한테는 우연우 환자 이송 계획이나 그런 얘기는 일체 하지 말아요. 알겠죠? “

“ 네, 알겠습니다. ”


원장은 넋이 빠져 있으면서도 혹시나 자기가 책임을 질 일이 있을까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원장, 이 간호사. 김 선생, 경비원 두 명.

모두들 관리실에 가서 cc tv를 돌려봤다.

조폭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병원 내부와 외부, 정원, 주차장 모든 장소의 cc tv 에는 녹화된 것이 없었다.

새벽 1시부터 2시까지 cc tv에 녹화된 것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경비원들이 개인 휴대폰으로 찍은 동영상도 사라졌다.

어깨들이 병원 기물들을 파손하고, 난장판으로 때려 부수는 장면

윤 과장과 원장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기록들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 귀신이 곡 할 노릇이다. ’ 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말일 것이다.

무엇보다 3층에서 시체로 발견된 윤 과장

윤 과장이 왜 그렇게 죽었는지도 녹화되지 않았다.

끔찍한 자세로 죽은 윤 과장의 모습을 본 모든 경찰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렇게 죽은 시체를 본 적은 없다고 모두들 겁에 질린 채 병원을 지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김 선생의 남편은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 연우 씨는 어디로 갔어? ”

“ 경기도에 있는 추모 공원에 데려다줬어.

다 정리되면 찾아오겠다고 고맙다고 했어. “

“ 그래, 여보 고생했어.

내가 말했지만 병원 내 cc tv기록이 다 없으니까 당신 걱정 안 해도 돼.

외부 도로에서 병원으로 들어오는 길에 있는 방범 cctv 도 녹화된 게 없어.

당신 차랑 그 사람들 차들 다 녹화되지 않았던 거야.

우리랑 그 어깨들이 입만 다물면 당신이랑 그 사람들 병원에 왔던 건 아무도 모르는 거야.

여보, 그런데 이상하지? 어떻게 모든 cc tv와 휴대폰에 있는 카메라까지 모든 기록들이 삭제되고

녹화되지 않은 걸까? “

“ 당신, 모르겠어? ”

“ 당신도 내 생각이랑 같은 거야? ”

“ 응, 그 할머니,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그 할머니 밖에 없어. ”


이제 상복을 입은 그 할머니가 하라는 데로 모든 걸 다 끝냈다.

마침내 김 선생은 편히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병원에는 특수팀과 국과수가 출동해 윤 과장의 죽음에 관한 조사를 계속 진행했다.

윤 과장의 죽음이 타살인지, 자살인지. 결론을 내야 했지만

외부에서 병원 내로 침입한 흔적은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증인도 없으니 윤 과장의 사망 사건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도로에서 병원 입구로 들어오는 방범용 cc tv 기록도 사라지고 없었다.


‘ 타살 흔적 없음, 외부 침입 흔적 없음, 용의자 없음 ’


경찰은 윤 과장의 죽음을 미해결 사건으로 결론 낼 것이다.


원장은 병원 내 모든 의료진과 관계자들에게 우연우 환자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병원에서는 윤 과장의 죽음이 상복을 입은 할머니 귀신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것과

사라진 우연우 환자에 대한 소문이 파다했지만 아무도 경찰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모두들 퇴근을 하고, 경찰들도 돌아갔다.

당직인 직원들 두 명만 남고 원장은 원장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혹시나 다시 경찰들이 들이닥칠까 두려워

미처 폐기 처리하지 못한 우연우 환자의 차트와 강우와의 통화 내용 녹취 분과 관련 서류,

선양 요양소와의 거래 기록 등을 지우고 있었다.


갑자기 원장은 허기가 지고 목이 말라왔다.


" 물, 물, 물이 어딨지?

배가 고파. 배가 너무 고픈데. 먹을 게 어딨지? "

원장은 지하 구내식당으로 달려갔다. 정수기에서 물을 수 십 번씩 들이켰지만 갈증은 가시지가 않았다.

냉장고와 냉동고에서 꺼낸 남은 음식과 재료를 꺼내 먹었지만 허기도 여전했다.

" 아, 배고파. 목도 마르고

왜 이러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아 !!! 목말라. 목이 타 버릴 것 같아.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아. "


원장은 비명을 지르며 물을 마시고. 음식을 씹지도 않고 삼키고 있었다.

그 소리에 놀란 경비원들이 지하로 내려와 원장을 말렸지만 원장은 직원들을 밀어내고 계속 물을 마시고

익지도 않은 고기를 먹어대고 있었다.


" 원장님, 왜 이러세요? 이렇게 드시면 큰 일 나요.

그만 드세요. "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 목이 타 버릴 것 같아.

배가 고파.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아.

죽어버릴 것 같아. 목이 말라. 목이 타 버릴 것 같아. "


원장은 뜯어말리는 직원들을 피해서 어디론가 달아났다.





다음 날 아침 김 선생이 출근했을 때

병원에는 다시 경찰차와 119가 출동해 있었다.

1층 데스크와 경비원들 동료 간호사들 모두들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 무슨 일이야? 왜 다시 경찰들이 왔지? “

“ 김 선생님, 아직 못 들으셨나 봐요. 간밤에 원장님이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다들 모여서 그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아침에 경비 아저씨가 원장님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분수대에서 돌아가셨데요.

새벽부터 경찰차랑 구급차가 오고 난리도 아니었데요. 지금은 다 정리가 된 거고.

윤 과장님에 원장님까지.

우리 병원에 안 좋은 일들이 왜 갑자기 터지는 건지. ”

" 원장님이 왜 분수대에서 돌아가셔? "


" 어제 경비 직원들이 봤는 데 원장님이 계속 갈증이 난다고, 목이 탄다고 물을 엄청 드셨데요.

아마 수 백 컵은 드셨을 거라는데

배가 고프다고 지하 구내식당으로 내려가서 냉동실 냉장실에 있는 음식들도 다 꺼내서 먹고

아무리 직원들이 말려도 소용이 없었데요.

제정신이 아니고 미친 사람 같았데요. 걸신들린 사람처럼 말이에요.

그러다 사라졌는데

새벽에 직원들이 분수대에서 발견했데요.

분수대 물을 마시려고 거길 들어가신 것 같다고. "


김 선생은 할머니가 생각났다.

연우 씨를 괴롭힌 사람은 연우 씨가 당한 고통 그대로 죽을 거라고 했던 저주가 떠올랐다.

원장은 먹지 못하고, 마시지 못했던 연우 씨처럼 그렇게 죽어갔을 것이다.


“ 우연우 환자가 우리 병원에 오고, 상복을 입은 할머니가 나타나고.

그때부터 계속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어. 그렇지? “

“ 조용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요. 어서 자리로 돌아가서 일 봐요. ”

“ 선생님, 그런데 우연우 환자는 어디로 갔을까요? ”

“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요. 어서 일이나 시작합시다. ”



**********************


강우는 윤희 요양원의 윤 과장과 하루 뒤 원장의 죽음에 아연 질색했다.

연우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고, 어디에서도 연우의 흔적과 소식을 알지 못했다.

경찰도 강우를 찾아오지 않았다.

연우를 윤희 요양원에 입원시킨 것도

무암 섬의 선양 요양원에 옮기려던 계획도

원장, 윤 과장, 김 선생과 이 간호사 이 네 명밖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경찰은 연우가 요양원에 입원한 것을 모른다.

연우가 요양원에 입원한 것과 윤 과장과 원장의 죽음에는 어떤 연결 점도 없으니까


모든 사건들이 연우가 윤희 요양원에 온 이후부터 생겼지만

김 선생이 직원들 입단속을 단단히 시켜

경찰도 새로 온 연우와 남편 강우, 원장과 과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니 강우는 용의 선상에 올라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깊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윤 과장과 원장인데 그 둘 모두가 죽어버렸으니

사건의 전말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밝힐 수도 없을 것이다.

증거도 없지만 있다고 해도 그것을 믿는 사람들은 없다.

미스터리 한 사건들이고 연관성이 없으니 그것들과 그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 연우는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원장과 윤 과장의 죽음에 고 할머니가 연관되어 있겠지. ‘ 불안하면서도 무서웠다.

‘ 넌 도대체 어디 있는 거니?

내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면 그대로 제발 영원히 나타나지 말아.

이제 제발 내 인생에서 사라져 줘. ‘

강우는 다시 연우가 나타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


‘ 선아, 선우야.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

우리 딸, 우리 아들

하늘에서 잘 살고 있니? 엄마 보고 싶지 않아? 엄마가 밉지는 않아?

얘들아.

엄마가 살아야 하니? 너희들을 이렇게 죽게 내버려 둔 내가 살아야 하니?

나는 살고 싶지 않아. 그래도 나는 살아야겠지. 엄마는 살아야 하겠지?

살아서 너희들을 죽인 그것들 모두에게 죗값을 치르게 해야겠지?

그런데....... 엄마는 너희가 너무 보고 싶어서 심장이 너무 아파. 가슴이 너무나 아파.

지금이라도 너희들한테 가고 싶어.

복수 같은 건 다 잊고 말이야.

안 되겠지? 그래 안 될 거야.

너희들을 죽인 사람들은 모두 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그것들 모두 그대로 두면 행복하게 살게 두면

너희들도 나도 너무 억울하고 분하겠지?

그래, 알았어. 얘들아

엄마가 복수해줄게.

너희들을 고통스럽게 해 준 그것들 모두에게

너희가 받은 고통들 그대로 되갚아 줄게.

그러고 나서 엄마가 너희한테 갈게.

그땐 엄마를 용서해줘.

너희들을 죽게 내버려 둔 나를

같이 따라 죽지 않고 살아남은 나를 용서해줘.

엄마, 아빠, 할머니 도와주세요.

나를 도와주세요.

우리 선아 선우 죽인 것들

내 새끼들을 고통스럽게 만든 그것들 모두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내가 선아 선우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다시는 내 새끼들을 놓치지 않도록

나를 도와주세요.

제발 나를 도와주세요. ‘


연우는 선아와 선우의 유골함이 놓인 장식장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선아의 유골함에서 환한 빛이 났다.


자식이 없던 고 할머니가 연우에게 줬던 목걸이

할머니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목걸이

그 목걸이를 지니고 있으면 목걸이에 담겨 있는 영혼들이 그 사람을 지켜준다고 했다.


선아가 하늘에 올라가면

고 할머니가 선아를 알아볼 수 있도록 선아의 유골함에 두었던 목걸이

목걸이에서는 눈을 뜰 수 없도록 환한 빛이 연우를 감싸고 빛나기 시작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EP - 7. 고슴도치 윤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