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 자퇴서를 쓰다

by 옥상 소설가

“ 서동빈은 현재 경주에서 어머니, 동생이랑 거주하고 있고요.

아버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시고, 여동생이랑은 4살 차이네요.

어머니가 아이들 때문에 재혼은 안 했데요.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했데요.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워낙에 인품도 좋으셔서

부부 금슬도 좋았고, 참 보기 좋았다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시면서 연금이 나오긴 하지만 아이 둘 데리고 살기 빠듯해서

작은 분식집을 하고 계세요.

경주뿐만이 아니고 경상도 내에서 수재로 유명해요. 각종 대회에 나가면 상을 휩쓴답니다.

강화란은 재경대학교 2학년 영문학과 학생이에요.

성적도 좋은 편이고, 친구들이나 교수님. 다 원만하게 잘 지내고요.

룸살롱이라고 있는데, 아마 모르실 거예요. “

“ 알고 있어요. 뉴스에서 요새 한참 떠들잖아요. ”


“ 강남에 있는 유명한 술집들인데

그중에서도 로열 클럽이라고 회원제로 운영하는 업소인데 거기 에이스라고 하네요.

함부로 못 건드린데요. 화란이란 여자를

낮에는 학생으로, 저녁에는 업소에서 일하면서 학비랑 용돈, 필요한 돈을 벌고 있나 봐요.

물론 손님들한테는 학교나 실명 나이 등은 알리지는 않아요.

손님들은 거기 아가씨들이 대학생이라는 정도만 알죠.

그 업소에서는 ‘ 미애 ’라는 가명을 사용한데요.

머리도 좋고, 센스도 있고, 유머 감각도 좋아서

일본이나 해와 바이어가 방문하거나 중요한 계약을 할 때 그 여자가 있으면

일이 잘 풀리고, 계약도 잘 성사돼서 특히나 재계나 기업인들이 많이 찾아요.

동부지검에 젊은 검사 하나는 그 여자한테 목을 맨다고도 하고

스폰을 해주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는 데 다 거절한데요.

특히 AGT 건설의 원중만 전무가 공을 들인다고 하네요. 강화란한테.


좀 이상한 게 재경대학교 총장도 자주 방문하고 강화란을 찾는다고 해요

미애 ’ 란 여자가 자기 학교 학생이란 걸 모르는 것 같아요.

강화란은 일부러 재경대학교 총장을 업소로 오게 한 거구요. “


“ 네? 어떻게 업소로 총장을 불러들여요? ”

“ AGT 건설의 원중만 전무가 그 총장하고 아는 사이래요.

강화란이 원중만 전무에게 총장을 데려오게 했고요.

재미있는 건 원중만 전무와 재경대 총장 둘 다 강화란에게 빠졌다는 거

그걸 둘 다 모른다는 거예요.

강화란이 그 둘을 따로 만나면서, 그 사실을 얘기하지 않고 있어요.

각자 만나고 있단 걸 알면 놀랄걸요.

아가씨, 강화란 이라는 여자

옆 집 최강석 이사님 댁의 도우미 딸이라는 것 알고 계시죠?

알고 계시면서 알아보라고 시키신 거예요? “


“ 네, 알고 있어요. 알아야 해서 부탁드린 거예요. ”

“ 무슨 관계가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

“ 아직은, 더 확실해지면요. 주현우는 강화란과 무슨 관계예요? ”


“ 주현우는 강화란이 일하고 있는 업소 사장이에요.

실제 업소를 소유하고 있는 건 아니고요. 바지 사장이에요.

아가씨들 관리에 매장 관리만 하는 사람이죠.

주현우란 사람. 너무 질이 안 좋네요.

사채업이랑 같이 하고 있는데 피도 눈물도 없데요.

일부러 사채를 빌리게 하고 그 빚을 못 갚게 해서 그 집 딸들을 업소에 고용하고 그런 일이 자주 있나 봐요.

강화란도 그런 케이스고요.


강화란 씨 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다가 사채를 빌리셨는데 그 사채업자가 주현우예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빚이 어머니에게 떠 넘겨지자 감당을 하지 못하고

어머님이 사채업자들을 피해서 최강석 이사님 입주 도우미로 들어갈 때 강화란이랑 같이 들어갔데요.

10살이었데요. 그 집에 들어갈 때

주현우라는 그 사채업자는 강화란 씨 어머님을 찾아내고

계속 찾아와서 월급을 뜯어갔데요.

강화란이 크면서 얼굴도 예쁘고, 머리도 좋고, 자기 업소에 들이면 좋겠다 싶어서

업소에서 2년만 일하면 빚을 다 탕감해주겠다고 제안을 한 거죠.

지금 빚은 거의 다 갚았고요.


빌린 돈은 다 갚았는데 업소에서 계속 일을 하고 있어요.

주현우와 강화란 마치 악어와 악어새 그런 관계 같아요.

필요에 의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거죠.

강화란이 힘이나 꽤 쓴다는 사람들하고는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동부지검의 젊은 검사

AGT 건설 원중만 전무

이 두 명하고는 더 가깝게요. 목적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알아본 건 거기까지 에요. 뭐 더 알아보고 싶은 건 있으세요? “


“ 아니요. 더 알아볼 건 없어요.

정 비서님. 제가 부탁드린 일들은 부모님께 비밀로 해주세요.

하나 더 정 비서님이 해 주실 게 있어요. “

“ 그게 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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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우리 연우 재단에서 후원하는 학생들 중 학생 하나를 내가 더 추천해도 될까? ”

“ 응? 연우 네가? ”

“ 응 ”

“ 왜? 어떻게 네가 알게 된 학생인데? ”

“ 이제 곧 고등학교에 입학할 학생인데, 경상도에서 아주 유명한 학생이야.

아버지는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위암으로 돌아가셨고. 엄마랑 여동생이랑 같이 산데.

엄마는 동네에서 조그만 분식집을 하고 계셔.

그 학생은 수학이랑 과학 쪽에 재능이 있나 봐. 각 종 대회에 나가서 상을 휩쓸고 있다는데.

우리 연우 재단에서 그 학생을 도와주면 어떨까? “


“ 너, 그 학생은 어떻게 알 게 된 거야? ”

“ 잡지를 보다가 그 학생 여동생이 보낸 사연을 읽게 됐어.

도와주고 싶단 생각이 들어. 그래서 정 비서님한테 그 학생에 대해 알아보라고 부탁했어.

아빠, 그 학생을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여동 생두 같이

우리 회사가 건설 회사니까 나중에 그 학생이 인재가 돼서 우리 회사에 입사를 할 수도 있잖아.

장학 사업은 그런 거잖아. 인재 발굴과 육성

난 서동빈 그 학생이 그 취지에 부합하는 사람 같아. “


“ 허허~ 우리 연우가 그 학생이 마음에 들었나 보네.

좋아, 우리 딸이 요새 철이 들고, 엄마를 기쁘게 하니. 내 그 부탁은 들어주지. “

“ 고마워. 아빠 ”

“ 엄마, 과외 선생님 매일 우리 집에 오기로 하셨어. 알지? ”

“ 선생님이 너한테 거는 기대가 아주 크다고 하시더라. 네가 영리하고 목표가 분명하다고.

여보, 우리 연우가 이번 겨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싹 바뀌었어요.

엄마가 너무 좋아. 너무 행복해. 우리 연우 때문에 “

” 엄마. 이게 무슨.

나는 엄마, 아빠랑 살게 돼서 너무나 기쁜데. 이제야 알 것 같아.

엄마랑 아빠가 얼마나 나한테 소중한 사람인지

그동안 내가 엄마 아빠 속상하게 한 거 있으면 다 잊어요. “

“ 맨날 강우 뒤만 쫓아다니고, 강우랑 결혼하는 게 인생의 목표라고 하더니 이제 그 목표는 바뀐 거야? “


“ 난 이제 강우 오빠한테 전혀 관심 없어. 결혼하겠다고 한 건 철이 없을 때 한 말이고

난 건축학과에 들어갈 거야.

아빠가 힘들게 이뤄놓은 회사 내가 지키고 좋은 기업인이 될 거야.

엄마랑 아빠, 나한테 소중한 사람들. 다치지 않게 지키고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약속해. 엄마 아빠 “


민우와 윤희는 놀라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우는 2층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 그럼 난 이제 방으로 가서 선생님이 주신 숙제를 하겠습니다.

두 분은 얼른 쉬십시오. “

“ 여보, 우리 연우가 왜 이렇게 변했지? ”

“ 난 너무 좋아요. 우리 딸이 맨날 강우 색시한다고 강우네 집에 드나들 때 속상했어요.

나랑 똑같이 결혼해서 애 낳고 집에만 있고, 그렇게 살지 않길 바랬어요.

마음이 따듯하면서도 유능한 기업인이 되길 바랬는데 그럴 것 같아요. 우리 연우

이제 다 큰 것 같아요. “

“ 나도 그래. 우리 연우 믿어봅시다. 철이 들어서 부모 마음도 헤아릴 줄 알고 너무 기특하네.

고맙네.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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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란 학생

영문학과 조교실입니다.

오늘 지도 교수님 사무실로 방문 가능합니까? 안 되면 내일까지요.

교수님이 급하게 찾으시네요. “

“ 네? 갑자기요? 무슨 일이죠? ”

“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

“ 네, 지금 가는 길이니까 한 시간 후면 도착해요. ”

“ 네, 교수님께 말씀드려 놓겠습니다. ”

화란은 노크를 하고 지도 교수실로 들어갔고 교수님의 난감한 표정을 보아 큰일이 분명했다.

“ 화란아, 여기 앉아. ”

“ 네, 교수님 방학 동안 잘 지내셨어요? 갑자기 무슨 일로? ”

“ 그게, 총장실로 투서가 왔어. ”

“ 네? 투서요? ”

“ 그래, 그 투서가 너에 대한 내용이야. ”

“ 무슨 내용이요? ”

“ 자 봐라. ”


누런 대 봉투에는 화란이 업소와 호텔에 남자들과 드나드는 사진들이 찍혀있었다.


“ 이걸 누가? ”

“ 글쎄, 퀵 서비스로 왔다는데 총장님이 받으시고는 나를 직접 불러서 정리하라고 하셨어. ”

“ 정리요? 무슨 정리요? ”

“ 투서에 네가 우리 학교를 그만두지 않으면 이 사진들이랑 너랑 가깝게 지내는 남자들 명단을

언론에 베포 하겠다고 협박했데. 언론에서 딱 좋아할 내용이잖아.

이 사진들 속 너랑 같이 사진 찍힌 남자들이 하나같이 다 거물 들이라고 “

“ 그래서요? ”

“ 총장님이 네가 직접 자퇴서를 쓰는 게 제일 좋다고 하시네.

퇴학보다는 자퇴가 좋을 거라고. 마침 겨울 방학이기도 하니까 조용히 정리하자고 하셔.

내가 너를 도와주려고 해도, 도와줄 수가 없다.

이 투서는 나랑 총장님 너 이렇게 셋만 알아.

내 생각에도 네가 자퇴서를 쓰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네가 많이 힘들어질 거야. “


“ 네, 교수님 제가 자퇴서를 쓰는 게 좋겠네요.

이미 엎어진 물이니. 그전에 총장님을 한 번 만나고 올게요. “

“ 총장님을? 왜? ”

“ 만나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말끔히 정리가 돼요. ”

“ 그래? 그럼 잠깐. ”


담임 교수는 총장실로 전화를 했다.


“ 김 비서, 총장님 계시나? 어 그래.

내가 지금 강화란 학생이랑 같이 총장실로 간다고 전해드려. 응, 그래. “

“ 가자, 화란아. ”

“ 아니에요. 교수님. 저 혼자 다녀올게요. ”

“ 너 혼자? ”

“ 네, 교수님 그동안 지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이 학교에 올 일도, 교수님을 찾아 뵐 일도 없을 것 같네요. 몸 건강하세요. ”

“ 어? 그래, 너도 잘 수습하고 ”

화란은 교수실을 나와 총장실로 향했다.


‘ 내 얼굴 보고 얘기해봐요. 윤 총장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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