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우는 법을 배운 어른들에게

침묵 속에서 자라나는 마음의 무게

by So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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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어떤 일 앞에서 침묵을 지켜야 할 때가 있다.


그 침묵이 옳든 옳지 않든, 우리의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은 어른이 될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


우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어릴 적엔 슬프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펑펑 울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울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배우고, '괜찮다'는 표정을 연습한다.


속이 터질 듯이 아파도 눈물을 목울대로 삼키는 법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익혀버리는 것이다. 세상은 다 자란 사람이 아이처럼 감정을 터뜨리는 것을 너그럽게 눈감아줄 만큼 따뜻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어른의 눈물은 조용하다.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그 눈물 한 방울에는 무수한 감정이 녹아 있다. 억울함, 후회, 간절한 그리움, 깊은 외로움, 그리고 끝내 말하지 못한 사랑과 감사까지.


혀끝에서 맴돌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모든 이야기들을 눈물이 대신 흘려보내는 것이다.


나 역시 어른이 되고 나서, 소리 내지 않고 울었던 날들이 많았다. 누구에게 털어놓기엔 너무 복잡하고 구차하며, 혼자 삼키기엔 벅찼던 일들. 그럴 때면 마음 한켠이 점점 무뎌지고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이게 진정한 성숙인가?' 싶다가도, 동시에 '혹시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다듬고, 말수를 줄이고, 침묵을 택하는 행위는 분명 사회가 요구하는 '성숙'의 한 형태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속에는 분명 '익숙해진 체념'도 함께 자라고 있다. 소리 내 울어도, 진실을 말해도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무기력한 깨달음이다. 그 체념은 어쩌면, 세상과 부딪히며 생긴 마음의 흉터를 더 이상 벌어지지 않게 꽉 덮어두는 법일지도 모르겠다.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고통의 부피를 줄이는 법, 즉 침묵의 기술을 습득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침묵을 통해 비로소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말하고 설명해야 하는 피로한 세상에서, 침묵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패이자, 묵묵히 견뎌내기 위한 선택이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번뇌가 존재하기에, 우리는 침묵 속에서 자신과 가장 깊이 마주하게 된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침묵이 결코 나약함의 표현만은 아니라고.


진정한 성숙은 감정을 억압하는 데 있지 않고, 그 감정의 무게를 혼자 감당하고 소화해낼 수 있는 힘에 있다. 조용히 흘리는 눈물은 밖으로 향하는 절규가 아니라, 안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자기 위로이자 성장의 에너지일 수 있다.


우리는 조용히 울고, 조용히 마음을 다독이며, 다시 하루를 살아간다.


완벽한 위로를 타인에게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상처를 어루만질 줄 아는 어른의 방식이다. 침묵 속에서 자라나는 마음의 무게가 곧 우리를 더 단단하고 사려 깊은 존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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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전문을 읽을 수 있어요.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7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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