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 짝꿍이야? - 우리들의 교복시절

교복 속 나의 이야기

by SoInk

“청춘의 시작, 무대인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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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가 터지고, 웃음이 섞인 환호가 상영관을 가득 채웠다.

짧은 무대인사였지만, 스크린 밖에서도 영화의 진심은 충분히 전해졌다.

7월 11일 개봉한 대만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女孩上場)은 1997년 대만을 배경으로,

청춘의 성장과 우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연출은 촹칭션(Chuang Ching Shen) 감독이 맡았으며,

진연비, 항첩여, 구이태 등 주목할 만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7월 10일, 내한 무대인사 현장에 함께한 감독은 이렇게 전했다.


“이 영화는 1997년 대만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인데요. 편안한 스토리고, 편안한 방식으로 여러분에게 청춘과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이 영화를 보시면서 대만 관객 분들과 같은 공감을 느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출연진 역시 눈에 띈다.

주연 배우 진연비는 영화 ‘침묵의 숲’으로 금마장 신인상을 수상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다.

이후 2024년 개봉한 영화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에서 조연으로 출연했으며,

넷플릭스 시리즈 <희생자 게임2>에서는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

'샤오자잉' 역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항첩여는 ‘버려진 사람들’, ‘역병’, '친애괴단'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꾸준히 활약 중인 배우다. 역할마다 다른 결을 입혀내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구이태는 ‘성공보습반’, '선녀저저래아가' 등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를 소화하며 눈길을 끌었다.

특유의 존재감으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배우다.





“교복 속 그 시절, 나의 자리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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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교복시절》은 1990년대 후반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한 소녀가 ‘남들의 시선’과 ‘자신이 원하는 삶’ 사이에서 고민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고등학교 입시에 실패한 주인공 펑윈아이(彭芸愛)는

엄마의 권유로 명문고 야간반에 진학하지만,

야간반은 주간반보다 공부를 못한다는 편견 속에 놓여 있다.

그녀는 자신을 다르게 보이길 원했고, 주간반 친구 뤄자민 (羅家敏)이 좋아하는 한 소년

루커(路克)를 향한 감정이 커지면서, ‘나는 주간반 학생이다’라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 작은 거짓말은 점점 커지고, 결국 그녀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주하게 된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말한다.


“여러분의 정체성은 무엇으로도 정의할 수 없으며,

자신이 원하는 걸 위해 노력하는 게 진짜 중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 (2024.10.04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감독 인사말 중)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대만 학생들이 오랫동안 직면해온 대학 진학의 압박,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낸 청춘 성장 영화다.





디테일에 담긴 메시지: 명찰의 색, 그리고 지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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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교복을 입고 있어도, 명찰 색깔은 그들이 속한 세계의 경계를 조용히 나누고 있었다. 영화는 이 미묘한 시각적 장치를 통해 인물들의 정체성과 감정, 그리고 사회적 시선을 은근히 드러낸다. 명찰 색 하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관객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해 보는 것도 이 작품의 묘미 중 하나다.




[크기변환]990921중앙119구조본부_대만_921_대지진_출동1.jpg (사진 출처: 위키백과 문서 내 이미지)

또한, 이야기 전반에는 1999년 대만을 강타한

‘921 지진(치치 지진)’의 흔적이 조용히 스며들어 있다.


영화 감상에 앞서, 대만 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1999년 9월 21일 921 지진에 대한 배경 지식을 알아두면

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새벽 1시 47분, 대만 중부 난터우에서 발생한 이 규모 7.7의 강진은

약 2,400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5만 채 이상의 건물을 무너뜨린,

대만 현대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된다.


지진은 단순한 자연재해 그 이상이었다.

대만 사회는 이 사건을 통해 상실과 충격을 겪었고,

동시에 공동체의 회복력과 연대를 다시 체험하게 되었다.

한국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이 사건은 대만 사람들에게는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처럼

공통의 기억으로 각인된 시대의 상처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지진의 흔적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당대를 살아낸 이들의 정서와 상처,

그리고 회복을 표현하는 서사 장치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지만, 한 시대를 통과한 이들이 공유하는 기억과

그 안에서 피어난 삶의 지속에 대해 영화는 은근하게 질문을 던진다.

921 지진이라는 실재했던 비극과 영화 속 인물들이 겪는 내면의 지진을 겹쳐보며 본다면,

단순한 성장담을 넘어선 깊은 울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촹칭션 감독은 과거 드라마 『화려계정차행: 화려한 택시운수회사』에서도

이 지진을 주요 서사로 활용한 바 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재난은 감독에게 있어 단순한 사건이 아닌,

계속해서 다뤄야 할 ‘감정의 진앙지’처럼 보인다.





거짓말과 성장 사이, 그 미묘한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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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여자 주인공 펑윈아이가 우등생 교복을 입고 미소를 짓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못난 열등감과 불안이 점점 커져 거짓말이 커질 것임을 예고하는 암시처럼 느껴졌다. 그녀를 이렇게 몰아넣은 배경에는 냉혹한 사회 구조가 자리하고 있었다. 학교는 아련한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학업 성취도에 따른 계급사회의 축소판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그런 학교를 배경으로 십대들의 사랑과 우정,

좌절과 성장을 담백하고 솜씨 좋게 풀어내며, 관객에게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가족의 시선, 성장의 무게


[크기변환]id14434154-2502100947351487-600x400.jpg (사진 출처: 《우리들의 교복시절》 스틸컷. (싱양영화 제공))

영화 속에서 펑윈아이의 엄마는 자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 공부를 강요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모로서의 깊은 걱정과 사랑이 담겨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때로 부담과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지만,

부모의 마음 역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고민과 속사정이 있다.

이 부분은 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밝히기 어렵지만,

가족 간의 복잡한 관계와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어

가족과 함께 영화를 감상해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혼란과 위로의 상징, 탁구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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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들통난 뒤 혼자 탁구를 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중요한 상징 중 하나로 다가왔다.

자동으로 탁구공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주인공은 공을 치며 점점 감정을 쏟아내고,

결국 펑펑 울게 된다.


이 장면은 그녀가 진실과 마주하며

내면의 혼란과 아픔을 혼자 견뎌내는 모습을 깊이 있게 보여준다.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탁구공은 끝나지 않는 현실과 부담을 의미하는 듯하며,

그녀의 눈물은 그 무게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진솔한 감정으로 느껴졌다.





청춘의 성장과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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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청춘의 혼란과 성장,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청소년기 자신을 찾고자 애쓰는 이들에게 큰 공감과 위로를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입시나 사회적 시선에 압박받는 이들뿐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진짜 ‘나’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자신의 정체성은 누군가의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며,

진실된 자신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 자체가 바로 성장임을 담담하게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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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전문을 읽을 수 있어요.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6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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