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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Aug 13. 2024

정을 나누는 초코파이

따뜻한 정, 따뜻한 마음

아침 겸 점심으로 빵을 자주 먹는 나는

우리 동네에 몇몇 맛있는 빵집을 돌아가며 주기적으로 먹는다.

새로운 맛을 찾아 새로운 가게에서 배달시켜 먹어보고 단골이 되기도 하고, 그사이 단골집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빵순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계속 비슷비슷하게 먹는 빵들과 더위에 입맛을 살짝 잃어갈 때쯤 우연히 시켜 먹은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에 반해 단골이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그래도 사랑해’에 이어 약간은 훈훈하고 귀여운 일화가 생겨났다.


그 에그타르트 가게에는 에그타르트와 음료들, 추로스와 카스텔라, 초코파이를 팔고 있었다.

수제 초코파이는 초코파이 과자와는 사뭇 다른 맛이기에 약간의 기대감을 갖고 시켜보았다.

어라? 맛있네?

겉은 브라우니와 초코 빵 중간의 포슬포슬한 식감이고 중간에 껴있는 마시멜로는 수제 마시멜로여서 인공적인 맛이 나지 않았다. 정말 빵 같은 초코파이였다.

에그타르트도 맛있고 초코파이도 맛있고 추로스도 맛있고 카스텔라도 맛있었으니 단골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에그타르트 가게에서 다시 에그타르트와 초코파이를 시키려고 하는데 사라져 버렸다.

내 입맛을 사로잡은 초코파이가...

그래서 그날은 초코파이가 다 떨어졌나 보다 하며 넘어갔고 다른 날은 뭐지 이제 안 파는 건가 하며 다른 메뉴들로 아쉬움을 달랬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시킨 어떤 빵이 품절이 되었는지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전화로 사정을 듣고 부분 환불을 받기로 하고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에,

‘아참 사장님! 혹시 초코파이 이제 안 파시나요?’

하고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사장님께서 본인도 그게 맛있어서 잘 팔릴 줄 알았는데 찾는 사람이 없어서 갖다 놓지 않았다며 아쉽다고... 너무 귀여우신 답을 하시는 거다.

그래서 맞장구를 치며

‘저도 그 초코파이 너무 맛있게 먹었는데 메뉴에서 사라져서 아쉬웠어요. 사람들이 왜 안 찾지...? 맛있는데... ㅠㅠ‘ 이렇게 우는 소리를 하니

사장님께서 내 얘기를 듣곤 그럼 몇 개 갖다 놓겠다며 웃으며 간단한 스몰토크(?)를 끝내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며칠 후, 또다시 단골 가게가 된 에그타르트 가게에서 빵들을 시키려고 보는데 생겨난 초코파이!

너무나도 기쁜 마음에 세 개인가, 네 개를 사다 놨다.

든든한 마음에 간식으로 꺼내먹고 가족들도 오며 가며 꺼내먹으니 사다 놓은 초코파이는 단숨에 동이 나버렸다.


다들 잘 먹으니 뿌듯하고 내심 나의 입맛이 인정받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 다음번에도 많이 사다놔야지 하고 기억하고 있다가 초코파이와 에그타르트를 주문하였다. (이제는 초코파이가 메인이 되어버린 에그타르트 가게가 되어버렸다.)

주문을 하고 얼마 안 지나서 걸려 온 사장님의 전화.

사장님의 전화가 올 때면 두근두근 떨려오는 심장.

뭐가 또 안 되는 거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전화를 받았다.

아니 글쎄.

초코파이가 다 팔렸다고 한다.

초코파이를 다시 가져다 놓은 후로 아침부터 손님들이 몇 개씩 주문을 한다고.

그래서 나의 초코파이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사장님, 초코파이 맛있었다니까요~ 역시 잘 팔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 초코파이까지 다 팔려서 어떡해요~~’

장난기 섞인 말투로 말을 하니 사장님이

‘어머 저번에 초코파이 얘기하셨던 손님이시죠?! 아이구, 그러게요. 갑자기 손님들이 많이 사가셔가지구. 이게 웬일이야 호호호. 내일 아침이나 돼야 들어오는데 어떡하지... 뭐 드릴 건 없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같이 보내드릴게요~~ 시원하게 드세요.’

라며 따뜻한 마음을 건네주셨다.


에그타르트 가게에서 초코파이가 대박 난 것이 내 말 한마디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사장님의 전화에 초코파이가 맛있었다고 사라져서 아쉬웠다는 얘기를 꺼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맛있는 초코파이의 매출 부진에 아쉬워하던 사장님의 목소리가 웃는 목소리로 바뀌었던 그 순간이 계속 계속 생각이 난다.


선물로 받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꼭 초코파이의 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일 아니고, 큰 일은 아니지만,

이런 소소한 정과 마음들이 쌓여 나를 웃게 만든다.


희한하게도 나를 웃게 만들고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것은 사소한 곳에서 우연한 기회에 생겨난다.

역시 힘을 빼고, 행복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를 마음 한편에 남겨둬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된다.


그나저나 내 초코파이는 어떻게 확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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