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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Jul 30. 2024

나의 애정하는 동물병원

작지만 소중한

어느덧 우리 강아지 랴이와 함께한 시간이

7년을 꽉 채우고 8년째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아기 강아지 시절에는 집에서 차로 40분 걸리는 큰 동물병원을 다녔었다.

워낙 유명한 곳이기도 하였고, 크고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는 병원이었기에 거기서 중성화 수술도 하였고 예방접종들을 맞추며 일 년 조금 넘게 사람도 강아지도 힘들지만 꾸준히 그 병원을 다녔었다.

모두가 병원에 갈 때마다 지쳐가던 중...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의 동네 동물병원에 우연히 들르게 되었다.(어떤 계기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강아지 목욕때문이었나?)

원장 선생님이 한 분 계시고, 미용 겸 보조를 해주시는 실장님 한 분이 계시는 작은 동네 동물병원이었다.

그런데 처음 방문만으로도 나의 강아지, 나의 반려동물을 예뻐해 주고 사랑해 주는 느낌이 확 들었다. 그냥 이 선생님은 정말 동물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진찰하고 돌봐주시는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 마음에 확신을 가지고 바로 동네병원으로 정착!


역시나, 랴이가 6년 하고도 반년정도 넘게 이 병원을 다니고 있는데 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나의 선택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고 더욱 믿고 랴이를 맡길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는 나의 강아지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더 많이 신경 쓰고 병원에도 자주 가는 편이다.

말을 못 하는 동물이니... 평소와 다른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타나거나 어딘가 불편해하면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아니라 ‘랴이 업고 튀어’를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설명도 잘해주시고 보호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신다. 차분하게 해결 방법도 제시해 주시고 그 와중에 강아지 손이나 귀, 목덜미를 조심스럽게 만지작 거리며 예뻐해 주신다. 그런 부분에서 역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며 안심하며 병원 문을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일단 내가 랴이 업고 튀어를 자주 하는 이유는 랴이가 더 아프기 전에 선생님께 진료를 받고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더불어 꽉 찬 7년 동안 별 일이 다 있었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을 하고는 알레르기가 올라와 온 얼굴과 몸이 퉁퉁 붓기도 하였고, 치아가 부러져서 레진을 하였는데 그 부분이 쏙 빠져 두 번 수면만취를 하고 이빨 치료를 하기도 하였다. 치아가 부러졌을 당시 허겁지겁 달려간 어떤 병원에서는 아침부터 재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들어보았다. ㅎㅎ... 작년에는 밤에 산책 중 길고양이에게 습격을 당하여 엉덩이를 꿰매기도 하였다.

전부 다 생각이 나지도 않지만 어쨌든 유별날 수밖에 없었고 과하게 더 자주 살펴보며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자주 랴이를 안고 동동거리며 걸음을 재촉하는 편이다.)


강아지는 8살 정도가 되면 이제 노견으로 분류가 된다고 한다. 나에게는 아직 아기 강아지 같고 실제로도 시간이 멈춘 것 같지만 강아지의 나이를 사람 나이로 계산하면 1년, 1년이 사람의 4년과 같다고 한다. 그래서 예방 접종도 끝냈겠다 계속 고민하고 있던 건강검진을 하게 되었다.

피검사, 초음파, x-ray,...

다행히 큰 문제들은 없었지만 이제 노화한 흔적들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아파왔다.

랴이에게는 두 개의 문제가 있었다.

담낭에 석회(?)가 껴서 사람처럼 자칫 잘못하면 돌이 되어 담낭을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석회가 돌의 형태까지는 아니어서 간 보조제 약을 쓰며 초음파 검사를 해보고 계속 추이를 보기로 하였다.

두 번째 문제는 심장이었다. 정상 수치보다 조금 높게 나온 수치가 문제였다. 선생님은 그레이하운드 특성상 심장 검사 수치가 다른 종에 비해 조금 높게 나올 수도 있다는 논문을 미리 준비해 놓고는 함께 창을 띄워놓고 보여주며 안심을 시켜주었다. 정 걱정이 되면 할 수 있는 다른 검사들이 무엇 무엇이 있지만, 랴이의 경우 심장 검사 수치가 높은 이유가 몇 가지가 있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으니 다음 검사 때 지켜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너무나도 친절히 안심시켜 주며 말을 해주시는 것이다.


선생님의 말을 듣고 담낭에 쓸 간 보조제 약만 처방받아 달랑달랑 들고 나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인 나조차도 만족하며 다니는 병원이 없는데, 우리 랴이가 다니는 병원은 이렇게나 좋은 선생님이 계시는 곳이라니. 어디 멀리 이사 가서도 계속 이 병원에 다니며 이 선생님께 랴이를 맡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랴이에게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정말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 싶었다.


병원에 들여놓는 간식 하나, 영양제 하나, 반려동물을 생각하지 않고 들여놓는 것이 없는 이 병원.

동물들 건강 생각에 성분을 일일이 보고 들여놓는 약과 영양제, 조금이라도 살이 덜 찌는 간식과 건강보조제, 몇 개만 비치해 둔 성분 좋은 사료들.


그리고 우리 랴이가 가면 공주님이라고 불러주고 애정 어린 손결로 쓰다듬어주는 이 선생님을, 규모는 작지만 반려동물을 대하는 마음과 진심은 대형 병원보다 큰 이 병원을 어떻게 애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또한 결이 맞는 병원과 의사 선생님을 만난 것 같다.

겁쟁이 랴이도 병원을 많이 무서워하지만 희한하게 병원 가는 날에는 잠도 잘 자지 않고, 병원에 가자고 하면 꼬리를 흔든다. (그런데 병원에 가서는 사시나무 떨듯 덜덜덜덜 떨며 선생님 품에 안긴다.)

그런 걸 보면 랴이도 선생님을 좋아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6년 넘게 한결같이 도도한 공주님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강아지를 키우면 엄청나게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그런 일들이 있을 때 병원이 가까운 것도 너무나도 감사한 일, 그 병원이 내가 너무나도 애정하는 곳인 것도 감사한 일, 의사 선생님도 랴이를 한결같이 예뻐해 주는 것도 엄청나게 감사한 일, 그곳에서 일하시는 실장님의 강아지가 매일 실장님과 함께 병원에 출퇴근을 하는데 나를 좋아해서 매번 내가 갈 때마다 엉덩이를 들이대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가끔 간식거리를 사가기도 하고, 음료를 사가기도 하고, 작지만 진심 200%의 마음을 담아 뭔가를 자꾸 나눠드리고 있다. 우리 강아지를 예뻐해 주는데 무엇이 아깝고 무엇이 문제일까. 마음 같아서는 더한 것도 선생님과 실장님께 드리고 싶지만 겨우 참고 있다.(ㅎㅎ)


강아지가 크면서 노화하면서 생기는 증상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도, 아픈 데가 생길 때면 헐레벌떡 병원을 들락날락하는 것도 가끔은 너무 속상하지만, 그 속상함을 병원에서 치유받고 위로받고 올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나 강아지나 때로는 크고 시설 좋고 명의가 있는 병원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작아도 진심이 오가고 진심이 느껴지는 병원이 더 좋고 마음이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병원은 아픈 곳을 치료하러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걱정되고 놀라서 경직된 마음까지 달랠 수 있다면 그곳이 최고의 병원 아닐까?


동물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료를 해주는 병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건 사람이 다니는 병원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금쪽같은 나의 반려동물을 돈 되는 장사가 아니라 정말 마음으로 진심으로 대하는 곳이라면, 나도 나의 반려동물도 그냥 자연스럽게 알 것이다. 이곳이 마음을 두고 오래오래 함께 항해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병원갔다가 뻗은 랴이
이건 그냥 귀여운 뿌까 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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