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
소소하다의 뜻을 찾아보니 엄청 많은 뜻이 있었다.
열개가 넘는 뜻들 중에서
소소하다: 작고 대수롭지 아니하다.
밝고 환하다.
이 두 가지 뜻이 마음에 쏙 들어왔다.
오늘의 소소한 행복이 별거는 아니었지만
내 마음을 밝고 환하게 해 주었기 때문일까?
오늘 무기력한 몸을 일으켜 영화를 보러 나갔다.
여름이라 기운도 없고 몸도 잔잔하게 아프고 계속 피곤하던 날들의 연속이었는데,
최근 약속도 많았어서 약속 후에는 혼자만의 충전 시간이 꽤 필요한 나는
쉬어도 쉬어도 슬라임처럼 몸이 흐물거렸다.
그래도 기운을 차리고 편안한 차림으로 영화를 보러 나갔다.
어쩌다 보니 일찍 도착하여 어슬렁어슬렁
쇼핑몰 안에 있는 영화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길게 늘어선 줄과 가끔 들리는 꺄악 소리에
궁금증이 생겨 까치발을 들고 요리조리 보니
산리오 캐릭터 인형 뽑기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키티...? 마이멜로디...? 포차코...?
이 나이를 먹고도 귀여운 것을 보면 발을 동동 구르는 나였기에... 어쩌다 보니 줄을 서있게 되었다.
점점 줄이 줄어들수록 두근두근대는 심장
인형 뽑기라고는 성공해 본 적이 없는데 연이어 터지는 환호 소리에 심장이 더 두근두근 대기 시작하였다.
안내해 주시는 분을 붙잡고 다른 분들이 많이 뽑아가시냐고 묻기도 하고, 까치발을 들고 탐색도 하고, 분주히 눈동자를 굴리다 보니...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일단 알라신부처님하느님예수님성모마리아님태양신바다신을 한번 불러본 뒤 요리조리 조이스틱을 움직여 뭐라도 잡아보자! 하는 심정으로 버튼을 눌렀다.
오예!!! 세 번의 기회 중 두 번만에 성공!!!
(이 성공에 엄마께 공을 돌린다. 나의 현란한 손놀림과 엄마의 미술적구도감의 콜라보로 정확한 위치에서 눌러! 소리에 버튼을 누르니 키티가 뿅! 나왔다.)
처음 성공한 인형 뽑기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이라니!
인형이 구멍에 쏙 들어간 순간 꺄악!!! 소리를 안 지를 수가 없었다. 그 순간엔 작고 소중한 키티 인형이 아니라 더 크고 대단한 무언가를 얻은 기분이었다.
너무나도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사진을 안 남길 수 없었고
이게 오늘 나의 행복이구나 싶은 마음에 몽글몽글 행복과 기쁨이 넘쳐났다.
사실 다른 캐릭터도 거의 뽑기 직전이었는데 기회가 끝나버렸다. 한 번만 더 하면 뽑을 수 있었겠다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나의 럭키는 키티까지였던 거라고 생각하니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키티 인형이라도 뽑은 게 어딘가!
첫 성공인데!
다행히 영화도 너무 재미있게 보았고,
얼결에 생각지도 못한 경험에 그리고 그 결과에 너무나도 기쁨이 가득하였다.
크고 거창한 행복은 아니지만 이런 게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작고 대수롭지 않지만 밝고 환한 기운을 준 소소한 행복.
이 행복을 만나려고 오늘 내가 귀찮음과 무기력함을 이겨내고 밖으로 나간 것 같기도 하다.
가끔은 행복이 저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지도 못한 여러 우연들을 겪고 그렇게 발견한 행복은 어떨 땐 내가 만들어낸 행복보다 더 반갑고
나에게 찾아와 줘서, 나를 기다려줘서, 더 감사하게 느껴진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정말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나의 마음을 꽉 채워주는지 빛나게 해 주는지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행복마저도 나에게 위로를 준다.
크지 않고 작아도 된다고, 자주 웃으면 된다고, 자주 기쁘면 그걸로 된거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