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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Apr 16. 2024

마음 환기

때로는 돌아가는 것이 답이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고, 내가 스스로 겪어보고 나니 제일 경계해야 하는 마음은 자격지심과 열등감인 것 같다.

자격지심과 열등감은 비슷한 듯 다른데,

자격지심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이고,

열등감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여 다른 사람보다 무가치하고 열등하다고 판단하는 마음이다.

결국 자격지심은 내 능력을 의심하여 나를 위축시키는 것이고, 열등감은 남과의 비교로 나를 작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감정은 자존감, 자신감, 자기애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고 믿는 마음에 결핍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피어오르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부정적인 감정들이 온 생각과 마음을 지배하게 된다.

하지만 늘 자기애가 충만한 상태로 자존감 가득한 삶을 살 수는 없기에, 그 약간의 틈을 비집고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마음에 자리 잡아 스스로를 괴롭히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든다.


보통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은 굉장히 사소한 계기와 편협한 마음이 만나 생기게 된다.

예를 들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데 SNS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일 때, 오랜만에 동창의 근황을 알게 되었는데 나와 다르게 너무나도 멋지게 살고 있을 때, 나는 죽어라 노력해야 하나가 될까 말까 하는데 다른 누군가는 굉장히 쉽게 이루는 것 같을 때, 나의 안 좋은 소문들이 들려올 때 등등,

세상에는 부러워하고자 하면 부러워할 것이 무궁무진하고, 나를 작디작게 만드는 것들은 더더욱 많다.


나는 걱정이 많고 마음을 이곳저곳에 많이 쓰는 것에 비하여 생각보다 남들이 부러워하고 궁금해하는 것들에는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물론 한참 전에는 나도 세상의 모든 것들을 부러워하고, 동경하고, 나와 비교하며 주눅 들고, 그것들에 나를 맞추려고 했던 시기도 있었다. 들려오는 작은 소문 하나에도 귀를 기울이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마주하는 것은 한껏 작아져 초라해진 나의 마음이었다. 오히려 부러워하는 대상들을 보고, 나를 바꾸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내 안의 결핍을 더 파헤치게 되는 꼴이었다.

남들을 궁금해하고 부러워할수록 부러움은 질투가 되었고, 결핍을 나에게서 찾다 보니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하지? 나는 왜 안되지? 하는 의문이 짜증으로 바뀌고, 그 짜증이 분노가 되어,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이 세상 모든 것으로 향하게 되었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감정들을 느끼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고 남들의 기준에 맞게 살고자 한다면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바꿔야 하고 그럼에도 나는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지금 나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나니 남들의 삶에 크게 궁금한 것도, 부러울 것도 없게 되었다. 나는 나고, 그들은 그들이고, 그냥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그래도 이따금씩 마음이 어딘가로 꽂혀 신경이 온통 거기로 쏠릴 것 같을 때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마음을 환기시킨다.

방법은 간단하다.

SNS를 보는데 부럽고 질투가 나면 보지 않으면 된다.

아는 사람의 성공이 배가 아프면 그 사람의 소식을 멀리하고 관계를 잠시 느슨하게 하면 된다.

누군가의 쓴소리가 듣기 싫다면 잠시 귀를 막고 뒤돌아 서있으면 된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들을 곧이곧대로 보고 들을 필요는 없다.

우직하게 직진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돌아가는 것이 답일 때도 있는 것 같다.

특히나 감정의 파동이 일 때는 더더욱 돌아가며 마음을 환기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분 좋아져라! 자존감 올라가라! 자신감 생겨라! 한다고 우리가 바라고 생각하는 대로 쉽게 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감정과 생각, 그리고 마음을 전환하고 차단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자꾸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존재감이 느껴지면 나의 시야는 좁아져만 간다. 좁아진 시야로 가질 수 있는 생각과 마음 씀씀이는 더욱더 편협해질 수밖에 없다.

내 마음이 가난해져 있다고 느낄 때,

무언가에 꽂혀 마음에 부정적인 감정이 피어오를 때,

그럴 때는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고 나에게 시간을 주면 된다.

그러면 이윽고 마음은 환기가 되고, 안 좋은 감정들은 가라앉고, 복잡했던 생각들은 정리가 되어 다시 좋은 기운들이 마음에 들어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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