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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Apr 04. 2024

짙어지는 선들

지나온 삶의 인상

세수를 하고 건조해진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얼굴에 가느다랗게 그어진 선들을 발견하였다.

눈가에 두어 개, 미간에 하나,

바로 표정 주름이었다.

눈가에 있는 주름은 웃을 때 생기는 선이고,

미간에 있는 선은 인상을 쓸 때 짓는 주름인 것 같았다.

내 얼굴에 그어진 선들을 보고 있자면 나는 이렇게 웃어왔고, 이런 인상을 쓰며 화를 내고는 했었구나, 이런 표정들을 지을 때가 많았겠구나, 하며 내가 살아온 행적들을 어렴풋이 그려보게 되었다.


내가 표정과 주름을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된 것에는 사소한 계기가 있었다.

드라마를 보는데 오랜만에 출연한 중년 연기자의 얼굴에 짙게 새겨진 표정 주름이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어떤 말을 하고 표정을 지을 때 도드라지는 그 주름을 보며 평소에 어떤 뉘앙스의 감정과 말을 많이 전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다른 배우들의 얼굴을 요목조목 살펴보니 다들 가지각색의 표정주름을 갖고 있었는데, 조그마한 이마의 뿔 하나에, 눈가의 주름 하나에 화를 많이 냈었군, 자주 웃었군, 이런 역할을 하고 저런 역할을 했었나 보다 하며 어렴풋하게 가늠해 보게 되었다.


사람의 얼굴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단순히 눈, 코, 입, 생김새를 떠나 얼굴 표정은 그 사람의 세월을, 가치관을, 생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렇기에 표정이 반복되어 생기는 표정주름은 인생을 보여주는 선들의 결정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무리 예쁘고 잘 생겨도 인상을 자주 찌푸린다던지 얼굴에 짜증이 가득하면 그렇게까지 예쁘고 잘 생겨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뛰어난 미모가 아니어도 서글서글한 인상에 자연스러운 표정을 갖고 있는 사람은 보면 볼수록, 겪으면 겪을수록 얼굴과 마음, 인품 모두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어릴 적 막연하게 꿈꾸던 곱게 나이 드는 것이 그저 외모를 가꾼다고 되는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늘어가는 주름과 원하지 않는 곳에 생긴 선들을 지우려 아무리 팩을 하고, 외모를 가꿔도 오랫동안 축적되어 만들어진 나의 인상, 표정들은 단숨에 가려지지도 바뀌지도 않으니 말이다.


나의 감정선은 얼굴에 고스란히 선으로 나타나고, 마음의 환한 기운은 밝은 표정으로 나타난다.

그런 선들과 표정이 얼굴에 새겨져 인상이 되기까지 수많은 시간 동안 내가 한 생각들과 행동들은 나의 습관이 되고 가치관이 되는 것이다.

보는 사람도 기분 좋아지는 인상, 좋은 인상은 결국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내가 살아온 행적들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은 좋고 설레면서도 약간은 무서운 일이다.

내가 차곡차곡 쌓아온 모든 것들의 결과가 한참 후에 나오는 것도 모자라 마치 시험 결과를 얼굴에 써붙이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잠시뿐이겠지만 ‘맑은 정신, 바른 생각, 편안한 마음’을 공익광고 슬로건처럼 마음에 새기며 거울을 보고 다양한 표정들을 지어본다.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스마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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