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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 Sep 09. 2020

나의 첫 온라인 화상 면접썰

그리고 합격을 부른 화상 면접 팁

화상 면접을 통해 지금 다니는 회사에 들어왔다. 때는 3월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돼 마스크 사재기까지 있었던 시기여서 구글 미트로 비대면 면접을 봤다.


면접 30분 전 부랴부랴 화장하고 셔츠를 입은 뒤 삼각대에 폰을 끼고 자리에 앉았다. 어디에 앉아야 자연광을 받아서 예쁘게 나올지 살펴봤는데, 날 예쁘게 해주는 건 빛이 아니라 스노우 앱이란 걸 깨닫고 대충 벽에 기대앉았다.  


‘안녕하세요?’ 대면 면접보다 왜 카메라가 더 떨리는지 갑자기 심장이 콩콩 뛰었다. 계속 떨리면 꼭 말해야 할 것들을 까먹을까봐 단어 두어 개를 포스트잇에 적어 폰 가장자리에 붙였다. 삼각대에 붙이면 시선이 너무 아래로 내려가서 티 날까봐 카메라 가까운 곳에 붙인 거다. 치밀한 컨닝페이퍼였다.






폭망 스멜의 시작 1. 폰 화면이 작아서 포트폴리오가 안보여요.

면접 1분 전 구글 미트에 접속했다. 그런데 나만 세로 화면이고 면접관은 모두 노트북으로 접속한 가로화면이었다. 뭐 그건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폰 화면에 공유된 나의 포트폴리오가 잘 안 보였다. 그래도 내가 만든 자료니까 내용을 술술 말하면서 면접을 보는데 갑자기 현관 벨소리가 났다.


폭망 스멜의 진화 2. 갑자기 반품 택배가 왔다.

‘택배요!’ 반품 택배 기사님 3시간 후에 오신댔는데 왜 벌써 오셨는지, 카메라 속 면접관에게 양해를 구하고 택배를 후다닥 가져다드린 뒤 자리에 앉았다. 순간 면접관이 나를 준비성 없는 사람이라 생각해 정색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화상 면접이나 회의를 하다 보면 종종 있는 일이라며 웃어주셨다. 오히려 아이스 브레이킹이 된 거 같 다행이었다.


바지 입길 잘했어

셔츠에 수면 바지만 입은 채로 면접을 보려했는데, 그냥 화장도 한 김에 직장인 기분 내려고 슬랙스를 입었다. 펭귄이 그려진 수면바지가 강제 공개됐다면 정말 창피할 뻔했다.






1차 합격! 그리고 화상 면접 교훈

1차 실무진 면접을 통과하고 며칠 후 2차 임원진 면접도 화상으로 봤다. 1차 화상 면접에서 작은 노하우를 얻은 덕분에 수월하게 준비했다.


첫째, 현관 벨 누르지 말라는 메모를 붙였다. 그리고 작은 소리도 들어가지 않게 모든 창문을 닫았다.  
둘째. 컨닝페이퍼를 뗐다. 카메라엔 얼굴만 나오니까 자연스럽게 내 표정과 눈빛에 시선이 집중된다. 그래서 ‘아니, 그러니까, 그게.. 등’ 같은 나도 모르는 말투나 생각할 때 위를 쳐다보는 습관 같은 게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컨닝페이퍼를 보려고 시선이 움직이면 어색할 것 같았다. 예리한 면접관이라면 분명 알 거 같아서 컨닝페이퍼는 뗐다.

셋째. 잘 안 들리면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라고 했다. 나는 집에서 면접을 봐서 인터넷이 끊기지 않았는데, 카페나 스터디룸에 있는 면접관의 목소리가 종종 끊겼다. 그러면 다시 말해달라고 하고, 나도 목소리를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최종 합격

2차 면접을 보고 30분 만에 합격 안내가 왔다. 오예! 레퍼런스 체크와 연봉협상이라는 중요한 단계가 남아있지만 내가 시간들여 준비할 건 없어서 홀가분하고 좋았다.


그렇게 모든 채용 절차를 마치고 몇 주 후 첫 출근을 했다. 거기서 또 색다른 경험을 했는데, 화면 속 내 모습과 실제의 내 모습이 다를까봐 괜시리 소개팅을 앞둔 사람처럼 바보 같은 긴장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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