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던 한낮, 작은방에 딸린 베란다에 있었다.
창에서 내리쬐던 볕은 따뜻하고 벽은 시원해 한참을 그곳에 있었다.
시계를 볼 줄 알고, 셈을 할 줄 안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코를 삼켜가며 모두가 너그럽고 행복한 작은 세상을 만듦에 열중하던 나의 머리 위로
이따금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손을 멈추고 그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곤 했다.
선명했던 기억만큼 가끔은 아직 마음과 정신이 그때에 머무른 듯한 기분이 든다.
일 년이 지난 사진들을 보는 것은 즐겁다.
어릴 적 사진을 보는 것은 때로는 괴롭다.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대한 슬픔이 도리 없어 넘쳐
앞으로 닥쳐올 더 큰 상실감들이 있을 자리까지 미리 헤집어 버린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한참이 지난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기억하고 있을지.
문밖의 소리가 벌써부터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