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베섬, 가라쓰

by 소진영

모든 것들, 물론 나도

시간의 비탈을 따라 흘러내려 다시금 무의 호수에 떨어지는 한 방울이라 생각하게 된 이후로

삶의 초침 아래 자리 잡은 그림자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

빙하처럼 몰려오는 육중한 바다 바람을 얼굴로 가르며 오른 언덕의 끝엔 바다가 짙은 색으로 일렁이고

언덕과 바다 사이 목장의 울타리 너머로는

검은 소가 푸른 잎을 찾아 누런 건초 밭을 훑고 있다.

알 수 없는 말로 소떼, 바다를 즐거워하는 사람들

경치가 보람 있네, 오늘 아침 식사는 맛있었네, 오길 잘했다는 가족의 말

다행이네 … 말을 꺼내며 미처 꺼내지 못한 마음

우리 남은 시간 동안 여기에 다시 오기도, 이렇게 즐겁기는 힘들겠지.

끝에 붙은 말 한마디만 입으로 내뱉었는데 맥락에 맞는 대답이 되어 다행이다.

그러니까 우리 다른 곳도 열심히 다녀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장마를 읽고